2017~2018 카라바오컵 8강에서 레스터시티를 이긴 맨체스터시티의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축구계엔 ‘명선수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본인의 능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의 입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역 선수 시절 기록은 별 볼 일 없었지만 오히려 감독이 되고 난 뒤 세계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쓴 이들이 많다. 알렉스 퍼거슨 전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조세 무리뉴 현 맨유 감독, 거스 히딩크 전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 등이다.

주제프 과르디올라(Josep Guardiola) EPL 맨체스터시티(맨시티) 감독은 이 같은 축구계의 공식을 보란 듯이 깨부순 주인공이다. 축구계의 전설로 꼽히는 요한 크루이프 감독에게 발탁된 그는 FC바르셀로나의 중추적 수비수로 성장, 1990년부터 2001년까지 전설의 ‘드림팀’ 멤버로 활약하며 FC바르셀로나에 총 14개의 트로피를 안겼다. 팬들은 그의 이름 주제프의 카탈루냐식 줄임말인 ‘펩(Pepp)’이라는 애칭을 선사하며 열렬한 응원으로 보답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7년 선수생활을 끝낸 뒤 2008년 FC바르셀로나 A팀 감독으로 전격 발탁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37세. 감독으로서는 설익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성과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부임 첫해 자국 정규리그, 리그컵, 축구협회(FA)컵, 대륙별 챔피언스리그 중 3개 대회에서 동시에 우승하는 ‘트레블(treble)’을 달성했다. 그가 FC바르셀로나에 머문 4년간 쓸어담은 트로피는 14개에 달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거쳐 2016년 7월부터 맨시티 감독을 맡고 있다. 맨시티는 EPL 올 시즌 챔피언까지 단 4승(3월 6일 기준)을 남겨둔 상태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소통·화합·변화’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휘어잡는 절대권력형 리더가 아니다.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과 대화하며 팀의 조화를 중시한다. 그러면서도 젊은 감독답게 과감한 전술적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상명하복 문화 아닌 ‘소통’ 중시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도 선수들을 칭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수들이 골을 넣지 못했을지라도 최선을 다해 팀의 축구 철학을 그라운드에 구현한 점을 높이 사는 것이다. 지시 또한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내려 선수들을 이해시킨다. 이는 선수들의 ‘동기 부여’로 이어진다. 단순히 ‘우승’이라는 목표가 아닌 완벽한 전술, 무결점 게임 등 한발 더 나아간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소통 리더십은 한국 기업이 받아들여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직장인 889명 중 71%가 ‘조직 내 상명하복 문화가 있다’고 답했다. 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의 경우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계질서 문화가 강하다”며 “소통이 부족할 경우 잘못된 의사 결정에 대한 이의 제기가 어려워지고, 불합리한 조직 방침을 따라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결국 조직의 경쟁력 향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통이 뒷받침되니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수단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스타일도 유지될 수 있다. 과르디올라는 맨시티 감독에 부임하자마자 훈련장 내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고, 아침과 점심 식사는 무조건 같이 먹도록 했다. 선수들 간 대면 빈도를 더욱 높이기 위함이다. 피자와 감자칩 등 ‘정크푸드’ 금지령도 내렸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이 건강하지 않고, 적정 체중이 아닐 경우 부상 위험이 생긴다. 그래서 최적의 몸 상태를 갖추도록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받아들였다.

한 명의 스타 선수를 위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아닌, ‘팀워크’를 중시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스타일 또한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현 시대 최고의 축구 선수인 리오넬 메시를 키워낸 과르디올라 감독이 “나는 1명의 메시가 아닌 10명의 패스 마스터를 원한다”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수백억원을 들여 영입한 스타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타를 받쳐줄 수 있는 시스템, 즉 팀워크라는 것이다.

리더가 팀워크가 아닌 성과만을 중시할 경우 기업은 뼈아픈 실패를 맛볼 수 있다. 각 구성원이 자신의 목표만 달성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상호 협업이 되지 않고, 조직 전체의 성과가 아닌 부분 최적화 관점에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즉 타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닌, 내부 평가 경쟁에 매몰될 수 있다.

GM(제너럴 모터스)이 대표적이다. GM은 1980~1990년대 사업 규모가 커져 전사(全社)적 관리가 힘들어졌다. 자연스럽게 사업부별 수익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여기서 캐딜락 사업부가 치고 나갔다. 생산량을 늘리고 출혈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급락했고, 그동안 캐딜락값이 비싸 구매할 수 없었던 대중까지 캐딜락을 사기 시작했다. 캐딜락의 고급이미지가 훼손됐다고 느낀 부유층은 다른 브랜드를 찾기 시작했다. 캐딜락의 매출이 급락함과 동시에 GM의 다른 사업부 시장까지 갉아먹는 현상이 나타났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경기 승리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멈춰 있지 말고 달려라… 축구 전술 혁신

과르디올라는 세계 축구의 전술 흐름을 바꿔놓은 ‘혁명가’로 꼽힌다. 그는 보수적이지 않다. 유연한 사고를 앞세워 매번 변화를 시도하고, 선수를 능력에 따라 새로운 포메이션에 적합하도록 개발시킨다. FC바르셀로나의 윙 포워드였던 메시를 ‘가짜 9번’으로 처음 기용한 것도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이후 메시는 현역 선수 중 가짜 9번의 가장 대표적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가짜 9번이란 최전방 공격수를 두지 않는 제로톱 전술에 기용되는 공격수로, 중앙공격수가 보통 등번호 9번을 선호하는 데서 비롯됐다. 가짜 9번으로 지정된 선수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전방을 넘나든다.

이외에도 역습 축구에 뛰어난 뮌헨에 FC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탁구공이 오가듯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를 접목해 2013~2014시즌부터 3시즌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뤄냈고, 맨시티엔 FC바르셀로나의 패스 축구와 뮌헨의 역습 축구를 도입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기존 전술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전술에 도전하는 것은 기업들의 생존 전략과도 연관돼 있다. 김성수 교수는 “요즘처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엔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반도체 사업에 도전한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삼성,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판도를 뒤바꾼 애플 등 모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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