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US뱅크스타디움에서 열린 수퍼볼 경기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키커 제이크 엘리엇 선수가 필드골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 EPA 연합뉴스>

지난달 4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US뱅크스타디움에서 제52회 수퍼볼(Super Bowl)이 열렸다. 미식축구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선 큰관심이 없지만, 미식축구 최종 승자를 가리는 수퍼볼은 단일 스포츠 이벤트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번 수퍼볼엔 2017~2018시즌 내셔널풋볼 콘퍼런스(NFC) 우승팀인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아메리칸풋볼 콘퍼런스(AFC) 우승팀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올랐다. 뉴잉글랜드는 수퍼볼에서 5번이나 우승했고 지난 시즌에도 우승한 강팀이지만, 필라델피아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수퍼볼에서 우승한 적이 없었다.


노련한 감독 vs 신뢰의 리더십

경기 전 필라델피아는 미식축구리그(NFL) 역대 최고의 쿼터백으로 불리는 톰 브래디(40) 등 최강의 공격진을 자랑하는 뉴잉글랜드를 상대로 강력한 질식 수비로 경기를 풀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필라델피아가 쿼터백 닉 폴스(29)를 앞세워 공세를 펼치며 경기는 난타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결과는 41 대 33으로 필라델피아가 승리하며 뉴잉글랜드의 2연패를 좌절시키고 창단 후 처음으로 수퍼볼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뉴잉글랜드엔 노련한 감독과 리그 최고의 쿼터백이 있다. 빌 벨리칙(65) 감독은 2000년부터 이 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승리를 위해선 어떤 일이라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엔 규정을 어기고 상대팀 코치의 신호를 비디오로 녹화해서 분석하다 적발돼 벨리칙 감독은 50만달러, 구단은 25만달러의 벌금을 문 적도 있다. 뛰어난 성과를 거뒀으나 여러 안 좋은 면들도 있어 한국에선 ‘야신(野神)’이라는 별명이 있는 김성근(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코칭 고문) 전 감독에 비유되기도 한다.

쿼터백 톰 브래디는 2000년 드래프트를 통해 뉴잉글랜드에 입단했다. 뉴잉글랜드가 달성한 5번의 수퍼볼 우승은 이 두 명이 일궈낸 것이다. 미식축구는 전술이 매우 다양한데 쿼터백은 이를 모두 암기해야 한다. 또 경기 중간에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리더십도 뛰어나야 한다. 브래디의 부인은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이다.

뉴잉글랜드가 수퍼볼에서 패배한 배경엔 벨리칙 감독과 브래디 선수의 불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명장과 리그 최고의 쿼터백이 조화를 이뤄 8번 수퍼볼에 진출해 5번 우승하는 미식축구 명가를 건설했지만, 지난해 불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ESPN의 보도에 따르면 브래디는 트레이너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인 알렉스 게레로와 스포츠 치료센터를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감독의 허락을 받고 팀 내부에 클리닉을 설치했다. 그러자 공식 팀 트레이너와 갈등이 생겼고, 팀 내 입지가 취약한 신인 선수들에겐 감독이 좋아하는 팀 닥터에게 갈지, 브래디의 클리닉에 갈지 고민이 생겼다. ‘어느 라인에 서느냐’의 문제가 된 것이다. 벨리칙 감독은 게레로를 팀에 들여놓은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또 브래디는 벨리칙 감독이 쿼터백 후계자로 점찍은 지미 가로폴로 선수에게 기술을 전수하지 않았다. 라이벌로 여겼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됐다. 결국 가로폴로는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로 트레이드됐다. 유능한 감독과 최고의 선수가 보여주던 리더십에 이상이 생기자 약체로 평가받던 필라델피아가 치고 올라가 반란을 일으킨 셈이다.


대타 쿼터백, 감독 믿음에 보답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뉴잉글랜드에 비해 필라델피아는 약체로 평가됐다. 쿼터백 닉 폴스는 2016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고려했을 만큼 어려운 시기를 보냈으나, 2017 시즌 막판 주전 쿼터백 카슨 웬츠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회의적인 시선을 뚫고 브래디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상대팀 브래디와 같은 3번의 터치다운 패스를 기록하며 팀을 우승시켰다. 필라델피아 감독 2년 차인 더그 페더슨(50) 감독은 끝까지 그를 믿고 폴스를 수퍼볼까지 기용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미국 매체들은 필라델피아의 우승을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이라고 비유했다. 언더독은 투견장에서 아래에 깔린 개를 지칭하는 말로, 스포츠에서는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다.

‘포브스’는 필라델피아의 우승 요인으로 페더슨이 보여준 신뢰의 리더십을 꼽으면서 “그들의 리더(페더슨 감독)는 그들(필라델피아 선수들)을 믿었다”고 했다. 필라델피아는 2016 시즌엔 NFC 동부지구에서 꼴찌였다. 그럼에도 페더슨 감독은 2017 시즌이 시작하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필라델피아는 1990년대의 그린베이 패커스(1996 시즌 수퍼볼 우승)보다 더 재능이 뛰어나다”며 “내 아이디어와 철학 그리고 코칭 스태프와 함께 선수들의 재능을 팀에 조화롭게 적응시켜야 하고, 직면한 경기에 승리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의 믿음은 우승 트로피로 돌아왔다.


plus point

전투에도 응용되는
미식축구 전술

미식축구는 19세기 미국에서 축구와 럭비로부터 발전한 스포츠 경기다. 볼을 들고 몸으로 돌진하는 역동적인 스포츠다. 전술이 다양하고 복잡해 전투에 응용되기도 한다. 걸프전 당시 미국 주도 다국적군의 총지휘를 맡았던 노먼 슈워츠코프 장군은 방어가 집중된 사우디와 쿠웨이트의 국경 지역을 견제하면서 2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서쪽 사막지역으로 우회해 이라크 영토로 깊숙이 진격하게 한 다음 수비대를 격멸했다. 그는 작전 브리핑에서 “풋볼의 ‘헤일 매리 플레이’와 같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헤일 매리 플레이는 후방에서 쿼터백이 멀리 던진 볼을 엔드존에 있는 리시버가 받아 터치다운으로 점수를 내는 방법이다.

미식축구는 양 팀에서 11명씩 그라운드에 나와 경기를 치른다. 공격과 수비 상황에 따라 공격팀과 수비팀으로 나뉘며, 공격팀이 점수를 내거나 수비팀이 공을 빼앗았을 경우, 또 4번의 공격으로 10야드를 나가지 못하면 공수 교대가 된다. 공격팀은 라인맨(Line Man) 5명, 쿼터백(Quarter Back) 1명, 러닝백(Running Back) 2명, 리시버(Receiver) 3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팀 승리에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 쿼터백이다. 쿼터백은 센터에게서 볼을 전달받아 러닝백에게 전달하거나 리시버에게 던져주는 역할을 한다. 팀의 기둥이 되는 선수로 팀 전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볼도 잘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점수를 내는 방법은 터치다운, 트라이 포 포인트, 필드골, 세이프티 등이 있다.

NFL은 NFC 16개 팀과 AFC 16개 팀 등 총 32개 팀이 동부·서부·남부·북부 지구로 나뉘어 리그를 치른다. 경기는 매년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다. 지구별 우승팀과 성적 상위 2팀 등 총 12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각 콘퍼런스의 우승팀이 한 판 승부로 챔피언을 결정하는 경기가 수퍼볼이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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