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 <사진 : 위키피디아>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영화 제작자에게 작품상은 최고의 영예로 여겨진다. 감독상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영화 자체를 훌륭하게 찍는 감독도 물론 중요하지만, 영화의 기획부터 예산 관리, 인력 운용, 시나리오·배우·음악까지 모든 영화적 요소를 조율해 최선의 결과물을 내는 총책임자인 제작자의 역할이 그만큼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시장도 마찬가지다. 어떤 팀이 최고의 성과를 내면 그 성과를 낸 감독만 부각되기 쉽지만, 사실 감독 외에도 단장(사장), 구단주(오너) 등 경영에 관계된 리더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 이외에도 스포츠팀의 치열한 경쟁 속에 숨은 주역이 존재하는데 바로 에이전트(agent·대리인)다.

에이전트는 감독이 적합한 무대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감독, 구단과 함께 팀의 전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 역량 있는 에이전트는 해외에서 ‘글로벌 디렉터(director)’라 불리기도 한다.

영국 프로 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이끌고 있는 조세 무리뉴 감독과 그의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Jorge Mendes)를 보자. 무리뉴는 2004년 7월 포르투갈 프로 축구 FC 포르투 감독에서 첼시 FC(영국)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인터밀란(이탈리아), 레알마드리드(스페인)를 거친 후 다시 첼시 감독을 맡았다. 현 맨유를 포함, 총 5번 빅 클럽으로 이동했다. 모두 멘데스가 연결했다.


수퍼 스타와 감독 보유한 에이전트

2004년 4월 무리뉴가 첼시 FC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기 바로 직전이었을 때다. FC 포르투 감독이었던 무리뉴는 첼시 FC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리뉴는 FC 포르투를 이끌면서 2002~200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과 2003~200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주가가 하늘을 찔렀다.

무리뉴는 첼시 FC 구단 주요 관계자를 만나고 싶었지만, 네트워크가 없었다. 무리뉴는 2003년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FC를 사들였고, 투자(선수 영입 등)를 통해 팀을 키우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첼시 FC 감독 자리가 끌렸다. 그러던 중 멘데스에게 연락이 왔고, 무리뉴는 아브라모비치를 직접 만나 첼시 FC 감독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자리에는 멘데스가 대리인으로 함께 있었다.

무리뉴는 첼시 FC에서 리그 우승 등 최고의 성적을 냈고, ‘스페셜 원(special one·특별한 감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멘데스는 무리뉴 외에도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전 감독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사실 에이전트는 감독보다 선수 대리인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한다. 멘데스도 마찬가지다. 멘데스는 현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마드리드), 다비드 데 헤아(맨유), 앙헬 디 마리아(프랑스 PSG), 하메스 로드리게스(독일 바이에른 뮌헨) 등의 축구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계약이 아닌 ‘신뢰’가 가장 중요해

에이전트는 선수, 감독의 대리인으로 스포츠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하고, 계약을 진행한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무리뉴처럼 선수와 감독이 원하는 팀을 연결하는 것이다. 반대로 구단이 원하는 선수와 감독을 알아내 그들에게 제안하는 역할도 한다. 선수는 물론 감독이 마음껏 실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에이전트는 구단 핵심 관계자와 얼마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능력을 평가받는다. 에이전트에게 ‘신뢰’가 중요한 이유다. 조르제는 “에이전트 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지 계약이 아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Scott Boras) 역시 “계약은 수많은 스포츠 에이전트 업무 중 하나일 뿐이다”고 말했다.

에이전트는 부당한 스포츠 관련 법규나 규제로부터 감독과 선수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스포츠 경기와 관련된 일 외에도 선수가 법적 문제가 되는 행위(음주 운전, 약물 복용, 폭력)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을 때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plus point

interview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
“베트남에 네트워크 구축 2년 뒤 ‘박항서 매직’ 성과”

‘박항서 매직’, 그 뒤에는 한명의 조력자가 있다. 바로 이동준(33) DJ매니지먼트 대표다. 박 대표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베트남 축구협회에 추천했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현재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박 대표는 2016년 베트남 축구협회와 관계를 맺었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갔다. 그리고 약 2년 뒤 박 감독과 함께 베트남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박항서 감독을 어떻게 베트남 축구협회와 연결할 수 있었나.
“지난해 8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은 ‘동남아시아(SEA) 게임’에서 조별 예선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감독이 경질됐고, 베트남 축구 관계자를 통해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고민했다. 한국 프로 축구에서의 승률, 토너먼트 대회 성적, 국제 대회 경험 등을 고려한다면, 적합한 인물은 누구일까. 박항서 감독이 떠올랐다. 박 감독도 흔쾌히 좋다고 했고, 베트남 축구협회에 박 감독을 추천했다.”

베트남 축구협회와 네트워크, 신뢰 관계가 이미 구축된 상황이었나.
“2016년 이후 베트남 축구협회와 가까워졌다. 그해 베트남 쯔엉 선수를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시켰던 게 계기가 됐다. 사실 쯔엉 선수는 한국 생활을 힘들어 했다. 출전 기회도 많이 잡지 못했다. 에이전트(사업)가 아닌 친구로서 옆에서 그를 도왔다. 부상을 당했을 때는 병원에 함께 갔고, 명절에는 같이 즐겼다. 자비로 베트남에 보내준 적도 있다. 이런 진심이 베트남 프로 축구팀과 협회에 알려진 것 같다.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구축됐고,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박 감독의 현지 적응도 도운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통역이 가능한 현지 매니저를 지원했다.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은 후 3개월 동안은 거의 24시간 같이 다녔다. 생활 문제도 있지만 베트남 축구협회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다. 또 베트남 현지 언론 내용을 공유하며 대외 소통 역할도 했다. 처음에는 언론에서 비판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박 감독과 논의하며 대응했다.”

베트남 축구 시장을 주목한 이유는.
“우선 국내 기업들의 투자 흐름을 봤다. 신흥 시장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투자하고 있더라. 기업 진출이 늘어나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축구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동남아에서 베트남 축구 시장은 태국, 말레이시아보다 그 규모가 작다. 그러나 베트남의 성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베트남 국민들은 축구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현재보다는 미래 시장 가치를 봤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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