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인재, 적은 자금 지원 등 열악한 환경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면 그 비결은 ‘감독의 리더십’이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최고경영자(CEO)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보유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구성원들을 어떻게 이끄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강준호 서울대 스포츠경영학 교수는 “승패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스포츠에서 감독의 역할은 절대적”이라며 “감독이나 CEO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국내 스포츠경영·스포츠행정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MBA)을 거쳐 미시간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자문위원,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 단체·기업을 자문했다.


스포츠팀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실세계의 모든 조직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그 이상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 괴리를 메울 수 있는 것은 리더십뿐이다. 스포츠팀 감독은 리더십의 요체다. 투입과 성과, 통제범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스포츠팀 감독은 기업, 오케스트라, 군대의 리더십과 비교될 수 있다. 스포츠팀 감독은 구성원의 특성과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팀 전체의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유사하다. 또 지휘자에 따라 같은 오케스트라가 전혀 다른 음색을 내듯 감독에 따라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그러나 스포츠팀은 승패로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양한 특색의 가치를 만드는 오케스트라와는 차이점이 있다. 기업과 군대는 보유한 자원의 양이 같지 않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다르다. 스포츠는 동일한 수의 선수로 경쟁한다. 기업은 차별화를 통해 경쟁사와 시장을 분할해 공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차이가 있다. 군대는 한쪽이 이기거나 지거나 무승부가 난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유사하지만 정해진 룰이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 명장으로 인정받는 대부분의 스포츠팀 감독은 이러한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 선수 시절 대단한 선수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많다.”

감독에게 필요한 리더십을 꼽는다면.
“세 가지다. 우선 개별선수의 특성을 파악하는 안목과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포츠는 같은 룰 아래서 유사한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결국 선수의 차이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따라서 개별선수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야 한다. 팀워크 구축 능력도 중요하다. 개인 역량이 뛰어난 선수가 모인 올스타팀이 탄탄한 팀워크를 가진 팀을 이기지 못한다. 스포츠에서는 팀 단위의 경쟁이 이뤄지기 때문에 팀워크가 생명이다. 팀워크가 무너지면 팀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배를 건조할 때 특정 부위가 아무리 좋아도 어디선가 물이 새면 배가 가라앉는다. 순간순간 변하는 경기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팀을 일종의 유기체로 만들어 팀워크를 극대화하는 능력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특별히 더 요구된다.”

강 교수는 주제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을 이상적인 감독으로 꼽았다. 청소년 시절부터 탁월한 기량을 보였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 파악, 동기부여, 팀 빌딩, 전술 전략 구사, 지적 탐구심, 거시적 안목과 디테일에서 모두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르디올라 감독과 함께 독일의 오트마르 히츠펠트(Otmar Hitzfeld) 축구감독도 리더십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정상급 선수들이 모인 명문팀이 아니라 약체팀이나 통제가 안 되는 문제팀을 맡아 최고의 팀으로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히츠펠트 감독은 1991년 당시 약체였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 취임 후, 1994·1996년 분데스리가에서 우승했다. 1997년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올라섰다. 1998년에는 통제 불능의 문제팀으로 악명 높아 많은 명장들의 무덤으로 불린 바이에른 뮌헨 팀을 맡아 다음 해부터 4년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끌었다. 또 FA컵 2회 우승, 2001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낸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다.


강준호 교수가 기업가형 리더로 꼽은 오트마르 히츠펠트 감독. <사진 : 조선일보 DB>

감독·리더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선수에 대한 관심과 예리한 안목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또 과도한 자기 확신,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승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대부분의 비즈니스도 스포츠 경기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현실에 안주했다가 망한 팀이나 조직, 회사가 수두룩하다. 또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속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면 부단한 개선을 통해 끊임없이 더 나아져야 한다.”

스포츠는 결과에 치우치는 성향이 강하다.
“스포츠에서는 승패가 모든 걸 좌우한다. 하지만 ‘교과서적인 방법’이 성과를 내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도 있다. 미국 UCLA 농구팀을 맡았던 존 우든 감독은 1964∼75년 88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전미대학농구대회에서 10차례 우승하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다. 존 우든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승리 자체보다 선수 개인과 팀 단위의 최선의 노력을 강조했다. 과정 없이 성과가 나올 수 없다. 이것은 일종의 자연법칙이다. 과정의 중요성은 마케팅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프로 스포츠라는 상품이 만드는 가치는 승패 외에도 과정에서 보여준 좋은 스토리가 팬에게 감동을 준다. 뛰어난 감독이라면 결과뿐 아니라 과정이 경기력 제고와 마케팅 관점에서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감독은 과정과 함께 선수들에게 무엇을 지향하고, 비전이 무엇인지도 제시해야 한다.
“리더가 큰 그림을 가지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리더십의 필수요소다. 이런 거시적 리더십이 있어야 선수들을 움직일 수 있는 신뢰와 권위가 생기고 선수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감독·리더는 선수들과 원활한 소통, 스킨십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스포츠팀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스포츠는 동일한 규정 내에서 유사한 도구를 가지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차이는 선수에서 나타난다. 또 감독과 선수는 게임의 흐름에 따라 그때그때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이때 감독과 선수의 관계, 선수와 선수의 관계 형성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소통과 스킨십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가장 적합한 감독은 누구라고 보나. 반대로 스포츠팀 감독을 잘할 것 같은 기업 CEO는.
“어려운 여건을 리더십으로 극복하는 기업가형 리더가 될 수 있는 감독으로 오트마르 히츠펠트 감독이 떠오른다. 상황과 상대팀에 따라 유연하게 전략을 바꿀 줄 아는 전략가인 히딩크 감독도 기업 경영을 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인 중에서는 탁월한 전략과 리더십으로 글로벌 브랜드인 휠라와 타이틀리스트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이 스포츠팀 감독을 해도 잘할 것 같다. 또 스포츠는 리더 자신이 직접 뛰는 것이 아니라 선수를 통해서 경기를 한다는 점에서 용인술이 뛰어난 잭 웰치 전 GE 회장도 스포츠팀을 잘 이끌 것으로 보인다.”


▒ 강준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미시간대 스포츠경영학 박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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