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신도시 ‘네옴(Neom)’을 소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세계에서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 새로운 방식의 삶을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지역’이라고 적혀있다.

“도시에 필요한 모든 동력원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얻는다. 석유는 사용하지 않는다. 배달·경비 등 단순 업무는 로봇이 담당한다. 도로 위에는 무인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사람들은 스카이다이빙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긴다. ‘히잡(얼굴을 가리는 이슬람식 스카프)’을 벗고 운동하는 여성도 눈에 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구상 중인 미래형 도시의 모습이다. 사우디·쿠웨이트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 ‘스마트시티(smart city)’ 바람이 불고 있다. 스마트시티란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재생에너지 등 신기술을 활용해 각종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미래 도시를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중동은 기존 석유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네옴, 태양광·IoT 등 최첨단 기술 적용

사우디는 5000억달러(약 532조원)를 투자해 사우디 북서부 지역에 신도시 ‘네옴(Neom)’을 건설할 예정이다.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0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콘퍼런스에서 사우디의 스마트시티 네옴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네옴은 거주 적합성을 핵심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과 무역, 기술 등이 융합된 미래 지향적 도시”라며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국제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옴은 사우디 북서부 홍해 해안 사막지대에 들어선다. 이곳은 요르단, 이집트와 연결되는 요지다. 규모는 2만6500㎢로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한다. 개발 자금은 사우디 정부 재정과 외국 투자 유치로 마련될 예정이다. 완공 목표는 2025년이다. 네옴은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규제 프리존’이고, 기존 사우디 도시와는 다르게 개발·운영된다. 우선 동력원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을 사용, 친환경 도시로 건설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국가 경쟁력에서 석유 의존도를 낮춰가겠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운송·교통·건물 계획 등 도시를 구성하는 주요 인프라 시스템도 자동화한다.

미국 알루미늄 회사 알코아의 전 회장이었던 클라우스 클라인펠트 네옴 프로젝트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는 석유의 축복뿐 아니라 태양과 바람의 축복도 받았다”며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석유가 아닌) 첨단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서부 해안 도시 제다(Jeddah)에 세계 최고층 빌딩 ‘제다 타워(높이 1007m)’도 건설 중이다. 2020년 완공이 목표다. 제다 타워는 현 세계 최고층 빌딩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m)’보다 179m 높다. 사우디는 제다 타워에 각종 쇼핑몰과 호텔, 비즈니스 센터, 아파트 등이 들어서면 제다가 두바이를 능가하는 중동 최고의 상업 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NN은 제다 타워가 중동 지역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로 “제다 타워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가능성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 5개 스마트시티 건설 계획

쿠웨이트는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 쿠웨이트만을 따라 약 30㎞ 떨어진 수비야(Subiyah) 지역에 스마트시티 개발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올해 쿠웨이트시티와 수비야를 잇는 해상 교량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가 완공되는데, 이후 쿠웨이트 정부는 수비야에 사드 알 압둘라(이하 압둘라), 사바 알 아흐마드, 나와프 알 아흐마드, 알 사비야 등 5개 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쿠웨이트의 첫 번째 스마트시티인 압둘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계약을 맺고, 현재 개발·설계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규모는 64.4㎢로, 한국 분당 신도시의 약 3배 규모다. 투자 금액은 40억달러(약 4조2600억원)다. 쿠웨이트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압둘라는 도시 전체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네트워크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기본 콘셉트다. 교통 시스템도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적용해 최적화시킨다. 쿠웨이트 정부는 나머지 4개 신도시도 압둘라와 같은 콘셉트로 개발할 계획이다.

쿠웨이트의 스마트시티 개발 프로젝트는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이 2015년 ‘뉴 쿠웨이트 2035 비전’을 발표하며 시작됐다.

이 비전은 석유 일변도 산업에서 벗어나 쿠웨이트를 금융과 무역, 관광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국가 경제개발 계획이다. 쿠웨이트 경제는 전체 수출 중 석유 산업 비율이 90%에 달한다.


plus point

한국 건설 ‘중동 붐’의 과거와 현재


삼성물산이 2004년 건설한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

국내 건설사의 중동 시장 진출은 19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이른바 ‘오일 달러’가 풍부해진 중동에 ‘건설 붐’이 일었고, 한국이 이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1970년대 초중반부터 1980년대까지를 1차 중동 건설 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 건설사의 중동 지역 연간 수주금액은 1977년 33억8700만달러(약 3조6000억원)에서 1981년 126억7423만달러(약 13조5000억원)로 증가했다.

대표적인 건설 프로젝트는 1976년 현대건설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산업항 공사를 꼽을 수 있다. 수주금액은 9억3000만달러(약 9900억원)로, 당시 한국 정부 1년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였다.

2차 중동 건설 붐은 2000년 중반으로, 삼성물산이 2004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높이 828m)’를 수주하며 시작됐다. 부르즈 칼리파는 높이 이외에도 최고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공사 기간(2004년 9월~2009년 10월)에 투입된 총인원은 850만명, 총노동 투입 시간은 9200만 시간에 이른다. 공사 현장에 투입된 최대 인원도 1만2000명으로 세계 신기록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건설사의 중동 지역 수주금액은 2010년(472억4991만달러·약 50조3000억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저유가와 경제 불안이 지속되면서 중동 지역 국가가 재정난을 보였고, 한국 건설사의 수주도 줄어들었다. 한국 건설사의 중동 지역 수주금액은 2015년(165억3025만달러·약 17조6000억원)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45억7811만달러를 기록했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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