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한 중국인이 공유자전거 모바이크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오광진 특파원

3월 21일 밤 중국 우한(武漢)에 투입된 공유자전거 칭쥐(靑橘)가 다음 날 시 정부 명령으로 수백여 대 자전거를 수거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올 1월 청두(成都)를 시작으로 이미 5개 도시에 진출한 칭쥐가 서비스 개시 하루도 안 돼 중단 통지를 받은 곳이 광저우·쿤밍·선전에 이어 네 곳으로 늘었다. 칭쥐는 중국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만든 공유자전거다. 디디는 작년 11월 서비스를 중단한 블루고고의 운영권을 인수해 올 1월 위탁 서비스에 들어갔다. 투 트랙으로 공유자전거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디디는 높아진 진입 문턱을 실감하고 있다.

디디의 행보는 고속철도·전자상거래·모바일결제와 함께 중국의 현대판 4대 발명으로 꼽히는 공유자전거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시장 빅뱅 뒤에 △규제 강화 △구조조정 가속 △다른 영역과의 융합 등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국의 공유자전거 시장은 2015년 오포가 베이징대 캠퍼스, 2016년 모바이크가 상하이 거리에서 시작하면서 빅뱅의 불씨를 댕겼다. 아무 곳에나 주차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편리성에 가입자가 늘면서 창업 붐이 일었고, 자본이 가세했다. 류샤오밍 중국 교통운수부 부부장은 “2년 새 공유자전거 업체가 77개로 늘었고 이용 횟수(누계)는 170억 회를 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만 258억위안(약 4조3860억원)이 공유자전거 업계에 투자됐다.

칭쥐의 우한 사건은 작년 하반기부터 부쩍 강화된 규제 강화의 한 사례일 뿐이다. 선전은 지난해 8월 공유자전거 신규 투입을 중단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작년 9월 베이징이 신규 공유자전거 투입 중단 지시를 내릴 때 이미 235만 대가 풀린 상태였다. 적정 공급 100만 대(인구 20명당 1대)의 두 배를 웃도는 과잉공급 상태다. 공유자전거 인기 비결인 자유 주차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공유자전거 진입 금지 팻말을 붙인 아파트 단지 등이 늘었다. 모바이크는 시 정부와 협력해 주차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무질서 주차자의 신용점수를 깎는 신용제도를 도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직접 규제에 나선 배경이다. 사전 규제 제로가 공유자전거 시장 폭발의 배경이지만 무질서 때문에 규제 강화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장샤오위(張效羽) 국가행정학원 행정법연구중심 부주임은 “공유자전거 신규 투입 중단은 단기적으론 관리를 더 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 경쟁에 불리하다는 폐단도 있다”고 지적했다.

디디추싱이 위탁관리하는 블루고고는 작년 11월 서비스 중단 전까지만 해도 업계 3위였지만 자체 생존능력을 상실했다. 작년 6월 우쿵단처(悟空單車)가 공유자전거 업체 첫 부도를 낸 이후 반년이 조금 넘는 시간에 34개사가 쓰러졌다. 중국 인터넷에는 폐기된 공유자전거가 산처럼 쌓여 있는 사진이 돌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공유자전거 업체들은 먼저 보증금을 받은 뒤 사용 비용을 정산하지만 일부 업체들이 보증금을 전용한 데다 구조조정이 빨라지면서 환불하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형형색색의 공유자전거가 즐비했지만 요즘은 노란색의 오포와 오렌지색의 모바이크가 주로 눈에 띈다. 두 회사 시장점유율은 90%를 웃돈다. 베이징 왕징 지하철역 출입구 앞에는 좌석에 먼지가 켜켜이 쌓인 오포와 모바이크 자전거가 즐비하다.


외식 배달, 차량 호출 분야와 합종연횡

디디추싱은 자사 앱으로 공유자전거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 외식 배달 1위 기업 메이퇀(美團)의 창업자 왕싱(王興)은 2016년 모바이크에 개인 투자를 했다. 최근 모바이크의 신규 투자 유치에 메이퇀이 참여할 것이라는 설이 돈다. 중국 최대 SNS 업체 텐센트는 모바이크의 대주주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오포의 대주주가 된 데 이어 작년 말엔 헬로바이크의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차량 호출, 외식 배달, SNS, 전자상거래, 공유자전거 모두 모바일 경제 덕을 본다. 이들 업체 간 합종연횡은 모바일 서비스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읽어낼 수 있는 빅데이터를 만들어낸다. 공유자전거 업체도 이 업종과의 연계로 수익모델을 탐색할 수 있다. 오포와 모바이크 모두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이지만 수익모델 없이 유치한 자본을 태우는 마케팅으로 성장해 이들에 대한 투자가 ‘수건 돌리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지막에 투자한 자본이 손해를 뒤집어쓸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두 회사에만 155억위안(약 2조6350억원)이 투자됐다. 전체 공유자전거 업계가 유치한 자본의 60%에 달했다.

오포와 모바이크는 해외 진출 경쟁도 벌이고 있다. 오포는 프랑스 등 20개국, 모바이크는 한국 등 10개국에서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중국과 달리 주차를 규제하는 나라가 많은 데다 수익모델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여서 해외 진출이 몸집 불리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오포와 모바이크 합병설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Plus Point

30분 이용에 170원…출혈 경쟁 여전
오광진 특파원이 중국 선전 푸톈역 앞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자물쇠를 열고 있다.

3월 29일 중국 남부 선전 출장길, 숙소인 샹그릴라호텔에서 선전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건물까지는 1㎞ 남짓. 걸어서 1분이면 닿는 푸톈(福田) 지하철역 앞에 즐비한 공유자전거를 이용하기로 했다. 베이징에서 299위안(약 5만원) 보증금을 넣어 개통한 모바이크 앱을 열어 오렌지색 자전거에 부착된 QR코드를 읽혔다. 찰칵하고 자물쇠가 열렸고, 4분 걸려 도착한 뒤 주변에 주차한 후 자물쇠의 레버를 아래로 내리는 것으로 끝. 앱을 다시 여니 자동으로 1위안이 빠져나간 화면이 뜬다. 30분 이내는 1위안(약 170원). 주행 거리, 시간, 탄소배출 감소량, 칼로리 소모량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공유자전거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케 한 일등공신으로 모바일 결제가 꼽힌다. 공유자전거는 새 모바일 결제 수요를 창출했다. 모바일 결제와 공유자전거 시장이 선순환을 이루며 성장한 것이다. 차량 호출 시장과 모바일 결제가 상호 성장 동력이 된 것과 같은 모습이다. 공유자전거 시장 형성 초기에 짝퉁 QR코드를 부착한 사기 사례도 여럿 나왔지만 정부는 묵인했다. 공격적인 마케팅도 한몫했다. 업체별로 30분·1시간 이내 1위안 수준으로 시작했지만 초기엔 각종 이벤트로 사실상 무료 이용이 많았다. 월 정액제가 대표적이다. 오포와 모바이크는 경쟁이 가열되던 지난해 한 달치 비용으로 각각 1위안, 2위안만 내면 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1회 사용 2시간 등으로 제한이 있었지만 그 정도 이용하는 수요가 적어 사실상 무료 혜택이었다.  

덕분에 중국 교통수단에서 자전거 이용 비율이 공유자전거 등장 전 5.5%에서 11.6%로 두 배로 늘었다. 오포와 모바이크는 올 들어 월 정액제 요금을 각각 20배와 10배인 20위안으로 되돌렸다. 손실이 불어나서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든든한 실탄을 확보한 헬로바이크는 3월 13일 보증금 면제 정책을 발표했다. 알리바바의 각종 서비스로 얻은 신용점수가 650점을 넘으면 보증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출혈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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