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영국 런던의 페이크맨 초등학교에서는 수학에 약한 학생에게 한 주 한 번씩 방과 후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은 매주 같은 교사에게 1회 45분간의 수업을 받는다. 헤드셋을 사용해 온라인에서 교사와 화상 통화로 교재를 공유하면서 학습을 진행한다. 학생은 자신의 진도에 맞춰 수업 중에 언제라도 모르는 부분을 교사에게 물어볼 수 있다. 이 보충학습을 통해 수학에 공포심을 갖고 있었던 학생도 즐기면서 학습하는 습관을 몸에 익힐 수 있게 됐다.

이 온라인 수업 서비스는 서드 스페이스 러닝(Third Space Learning)이라는 인도 IT 교육 기업이 제공한다. 현재 이 서비스를 활용하는 초등학교는 영국에서만 1200곳이 넘는다.

이 서비스는 AI(인공지능) 기술이 핵심이다. 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것은 인도나 스리랑카의 인간 교사이지만, AI 보조교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 교사를 돕는다. AI 교사는 학생의 학습진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서비스를 조정한다. 예를 들어 학생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조짐을 보이거나 교사가 중요한 포인트를 건너뛴 경우에 AI가 이를 교사에게 알려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간 교사는 학생의 인간 고유 역량을 발달시키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

#2.올 들어 미국 캔자스주 위치토의 중·고등학교는 수학커리큘럼에 AI 교사 매티아(MATHia)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매티아는 카네기멜론대학의 AI 연구자들이 설계한 수학 학습 소프트웨어다. 매티아는 각 학생의 학습 진도에 맞춰 학습 내용도 변경하고 학생의 학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교육현장에 AI 교사가 활용돼 학생마다 학습이해도에 맞춘 세심한 개별지도가 이뤄지고 있다. 인간 교사들은 AI 교사가 하지 못하는 창의력과 문제해결·소통·협력 능력 등을 키우는 데 중점을 주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각자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고, 올바른 윤리·도덕적 가치를 익히도록 돕는 데 인간 교사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현실은 반복·암기학습을 중시하는 주입식 교육체제가 굳건하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단어를 암기하도록 시키고, 학생들은 이를 그대로 따른다. 이런 방식으로는 AI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할 수 없다.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은 AI 시대에는 자동화로 인해 현재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기계로 대체되지 않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월 세계 최대의 민간 우주로켓 ‘팰컨 헤비(Falcon Heavy)’를 쏘아 올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AI 상용화로 인간의 20%만 의미 있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스퍼드 마틴 스쿨(Oxford Martin School)이 발표한 ‘20년 이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 10위 안에는 판사·경제학자·금융전문가·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다수 포진해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등 AI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내 아이의 진학·진로 지도에 일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기술 발달로 인한 일자리 대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AI 시대의 변화는 이전까지 흐름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생산공정 등 반복적인 기능직은 물론 ‘화이트칼라’ 전문직까지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딥러닝’으로 인간의 ‘사고 영역’을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기에 가능한 변화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유치원생들이 코딩 수업을 받고 있다. / 조선일보 김지호 기자

비판적 사고와 문화 적응력 키워야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이자 AI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는 2029년이면 컴퓨터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온전히 갖게 될 것이며, 2045년에는 컴퓨터가 인간 지능의 총합을 넘어서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AI의 고소득 전문직 대체 가능성은 곳곳에서 점쳐진다. 미국의 대형 로펌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는 2년 전 AI 변호사 ‘로스(ROSS)’를 도입했다. 로스는 IBM의 AI 플랫폼 ‘왓슨’을 바탕으로 1초에 80조 회 연산을 통해 100만 권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AI 자산관리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도 급성장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2008년 세계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한 미국에는 200곳이 넘는 로보어드바이저 자산운용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들어 데이터 중심 AI에서 알고리즘 중심 AI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조차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서 AI가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인류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단백질 구조를 밝혀 신약 개발에 도움을 주거나 재난 현장에 투입된 로봇이 생전 처음 보는 구조물을 해체하거나 조립하는 등 AI 기반의 혁신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래 일자리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늘어나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선 2020년까지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도 2025년에는 국내 일자리의 60%가 로봇과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가 지나치다는 주장도 물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회원국들의 일자리 중 14% 정도만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서 협상이나 추론 능력, 창의력 등을 발휘해야 하는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자동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글의 인공지능(AI) 화가 ‘딥 드림’이 고흐의 화풍을 학습해 그린 그림. / 구글

공감·소통·배려의 인간다움 함양도 중요

AI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비판적 사고 및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의사소통과 협업 능력 등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에는 AI와 교육 전문가들이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킨 ‘로봇 프루프(Robot Proof): AI 시대의 고등교육’의 저자 조지프 아운 노스이스턴대 총장은 “학생들이 ‘발명하고, 창조하고,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더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로봇 프루프’에서 자동화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 “비판적 사고와 시스템적 사고, 기업가 정신, 문화 적응력이 필요하다”며 “이런 능력들은 지식체계가 아닌 사고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지식의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대학 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이면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보의 변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데다, 중요한 고급 정보는 대학 강의실에서 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은 대학진학률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2009년 77.8%로 정점을 찍었던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지난해 68.9%까지 떨어졌다. 반면 실업계 고교(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포함) 졸업자의 취업률은 지난해 50.6%로 2000년(51.4%)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2009년 16.7%로 바닥을 친 뒤 8년 연속 상승세다.

모든 것이 급속도로 변하는 AI 시대를 이겨낼 대안으로 ‘평생 교육’의 중요성도 재조명되고 있다.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이코노미조선’ 인터뷰에서 “AI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는 과거와는 다른 경험과 기술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미래의 일자리를 보장받고 싶다면 꾸준히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AI 전문가인 영국 골드스미스 런던대학의 마크 비숍 교수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온라인 무료 강의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비롯한 기술 변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무크의 대표적인 예로는 AI 분야의 석학인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가 설립한 코세라와 서배스천 스런 구글X 초대 소장이 설립한 유다시티 등이 꼽힌다.

2012년 설립된 코세라는 29개국 161개 대학·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2600개 안팎의 온라인 강의 코스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수강한 인원만 2500만명이 넘는다. AI와 딥러닝, 자율주행차 등에 특화된 강의를 제공하는 유다시티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대량 배출하면서 ‘실리콘밸리의 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AI 기술의 발달로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늘어날 경우 ‘인간다움’에 대한 감각이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자녀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공감과 소통·배려와 존중의 실천적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AI 기술의 교육 분야 접목이 늘면서 교육 과정에 AI 기반의 IT를 접목하는 ‘에듀테크’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더스트리애널리스츠(GIA)는 2017년 2200억달러였던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4300억달러(460조53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주요 도시에 4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중국 최대 인터넷 교육 플랫폼 ‘이치줘예망(17zuoye.com)’의 샤오둔(肖盾)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이코노미조선’ 인터뷰에서 “AI를 얼굴 인식이나 표정 인식 기술과 결합해 온라인 학습자의 기분과 집중도, 이해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난이도를 조절하는 등 개별화된 학습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Keyword
딥러닝(Deep learning)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기반 기계 학습 기술이다. 인간의 두뇌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한 뒤 사물을 구분하는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컴퓨터가 사물을 분별하도록 기계를 학습시킨다.
싱귤래리티(singularity·기술적 특이점)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을 말한다. 미국 컴퓨터 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가 2007년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Plus Point

4차 산업혁명 주역의 3인3색 자녀교육
마윈 “공부보다 신념과 독립적 사고가 중요”

이용성 차장


제프 베이조스(오른쪽에서 두번째) 아마존 CEO와 가족. / 트위터 캡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는 세 아들과 중국에서 입양한 막내딸, 4남매를 뒀다. 그의 자녀 교육법은 독특하다. 그는 네 살이 되면 날카로운 칼과 전동 공구를 다뤄보도록 허락한다.

자녀를 ‘온실 속 화초’처럼 과잉보호하면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베이조스는 지난해 미국 LA서 열린 ‘서밋 17’에 참석해 이 같은 교육 방법을 언급하며 “아내(매킨지 베이조스)는 ‘아무것도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보다 손가락이 9개인 아이가 낫다’고 했다”고 말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 회장은 “기계와는 다른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며 “지식으로는 학습할 수 없는 가치, 신념, 독립적 사고, 팀워크,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같은 소프트 스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윈은 입시에서 세 번, 취업에 삼십 번 이상 실패했다. KFC ‘알바’ 채용에서도 쓴 맛을 봤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다시 도전했다. 그런 그가 지나치게 취업에 민감한 중국 교육풍토를 비판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그는 아들에게도 ‘성적이 너무 나빠도 곤란하지만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한다. 공부를 너무 잘하면 다른 중요한 기술들을 배울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게임 중독에 대해서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중국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에서 개최된 자신의 이름을 딴 교육자상 시상식 행사에서 “게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절제를 못하는 것이 문제다. 절제하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자녀교육 철학은 사립학교 ‘애드 아스트라(Ad Astra)’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애드 아스트라는 공식 웹사이트나 SNS 계정, 전화번호도 없다. 직원이나 교사에 관한 정보도 공개돼 있지 않다. 학년 구분이 없고, 머스크가 소유한 민간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 직원 자녀들이 재학 중이라는 것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머스크는 2014년 유명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던 자녀 5명을 자퇴시킨 뒤 이곳에 입학시켰다.

지난해 이 학교를 방문한 피터 디아맨디스 X 프라이즈 재단 이사장은 허핑턴 포스트 기고를 통해 “윤리 문제가 중시되며 주로 소크라테스식 문답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학생들이 언젠가 직면하게 될 현실 세계의 여러 시나리오를 토론하는 것이 주된 학과 내용”이라고 적었다. X 프라이즈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폴 앨런 등이 만든 저명한 우주 연구 후원단체다. 머스크도 이사진의 일원이다. 디아맨디스가 인용한 애드 아스트라의 토론 주제는 다음과 같다.

“시골 마을에 공장이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모두 여기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공장 폐기물로 호수는 오염되고 생명체들은 죽어간다. 공장 문을 닫는다면 마을 사람들이 실업자가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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