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AI 시대에 큰돈을 버는 사람은 대부분 ‘인간 전문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인간의 능력을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흔치 않은 정통 미래학자인 박성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하와이대에서 미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세계미래학연맹(WFSF)과 미래연구전문가협회(APF)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 연구위원은 AI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 교육 변화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불확실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교육 환경의 변화로 ‘선호 미래’ 즉, 내가 원하는 미래,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담론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호 미래의 모습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실질적인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선호 미래’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배가 항구를 떠나면 순풍을 탈 때도 있고 역풍을 맞을 때도 있다. 항해를 계속하려면 바람의 방향을 판단하며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그 판단의 기준이 되는 목표지점이 선호 미래다. 목표지점이 정해지면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구체적인 실행 방법도 나온다. 선호 미래가 ‘가능 미래’로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가능 미래만 찾는 경향이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선호 미래에 대한 논의가 자취를 감췄다. 청년들과 만나면 답답하다고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불안할수록 소신 있게 행동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움츠러들고 복종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서구의 과학자들은 과학기술 접목이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판단이 들면 성명을 발표하는 등 함께 문제 해결을 모색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 잘못된 변화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왜 그렇게 됐을까.
“수출 주도형 경제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의 영향이 컸다. 선진국 시장에서 입증된 기술을 신속히 모방해 수출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반성과 성찰의 문화가 자리 잡을 여지가 적었다. 더 큰 부작용은 창의력 결핍이다. 이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언제나 모방 가능한 ‘선례’를 필요로 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해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자녀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변화들에 대해 자신만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변화의 의미와 방향을 예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면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건 없다. 예상 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대응도 불가능하다. 예측능력을 키우려면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적인 변화 흐름에도 밝아야 하며 그걸 각자의 생활환경과 지역 특색에 맞게 재해석할 수도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교육법을 추천한다면.
“자녀와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해 볼 것을 권한다. 얼마 전 중학교 3학년인 아들과 ‘지난 2000년간 없어지지 않은 직업’을 주제로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아들이 ‘서커스단원’을 이야기했고, ‘늘 최선을 다해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직업이기에 생명력이 길다’는 결론을 내렸다.”


▒ 박성원
연세대 신문방송학, 미국 하와이대 정치학 박사(미래학 전공), 카이스트 겸직교수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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