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과 DC의 ‘수퍼 히어로물’이 점령하고 있는 미국 만화 시장의 판을 흔드는 한국 기업이 있다. 코믹북, 그래픽노블 같은 출판만화 일색이던 미국에 웹툰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전파한 타파스미디어(이하 타파스)가 그 주인공이다.

타파스는 한국 기업이지만 본사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다. 타파스를 만든 김창원 대표는 블로그 서비스를 운영하던 태터앤드컴퍼니의 공동 대표를 맡다가 태터앤드컴퍼니가 구글에 인수되면서 구글 본사에서 4년가량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다. 구글에서 일하며 실리콘밸리가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웹툰’이라는 콘텐츠만큼이나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한 기술과 시장이 중요하다고 보고 실리콘밸리를 택한 것이다. 2013년 초 서비스를 시작해 이제 막 5년이 지난 타파스는 월 방문자 200만 명, 누적 페이지뷰 30억 뷰를 기록하며 미국 웹툰 시장을 이끌고 있다. 마블과 DC의 수퍼 히어로들과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고 있는 김 대표를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위워크 강남역점의 타파스 서울 사무실에서 만났다.


신의 직장이라는 구글을 제 발로 걸어나와 스타트업을 세웠다.
“구글에 있을 때부터 계속 사업 아이템을 고민했다. 두 가지 기준을 잡고 있었다. 일단 콘텐츠 플랫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삼성전자에서 모바일 콘텐츠 사업을 총괄했다. 그러다 블로그 서비스를 하는 태터앤드컴퍼니로 옮겼다. 직접 콘텐츠를 만든 건 아니지만 플랫폼 사업을 계속했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감은 유지하고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한국이나 아시아에서 뜨는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베껴 중국이나 아시아에서 론칭하는 게 유행이었다. 우리는 반대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찾은 게 한국에서 뜨고 있는 웹툰이었다. 웹툰과 웹소설을 모아서 지식재산권(IP)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은 마블, DC 등이 제공하는 출판만화가 강세다. 웹툰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본 이유는.
“사실 미국의 출판만화 시장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른 콘텐츠에 비해 굉장히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그마저도 마블과 DC가 90%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 마블이나 DC도 출판만화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영화나 게임의 원작으로 IP를 활용해서 돈을 번다. 미국의 출판만화 시장은 계속 하락세고 판매점도 거의 다 문을 닫는 분위기다.

몇 년 전부터 콘텐츠 플랫폼이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는데, 미국의 기존 출판만화 업체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마블과 DC의 작품을 웹이나 앱으로 제공하는 ‘코믹솔로지’라는 업체가 있지만, 굉장히 단순한 형태였다. 독자들은 모바일에 맞춰서 짤막짤막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하는데, 그런 콘텐츠는 부족했다. 우리는 웹툰이 기존 만화팬들뿐만 아니라 가볍게 콘텐츠를 즐기는 모바일 이용자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다고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

모바일에서 세로로 화면을 내리는 방식을 미국 독자들이 어색해하지 않았나.
“독자들은 거부감이 없었다. 어차피 모바일에서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세로로 스크롤하는 방식으로 본다. 문제는 작가들을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던 2013년에만 해도 미국에는 이런 형태의 콘텐츠가 거의 없었다. 전자만화도 기존 출판만화를 PDF 파일로 만들어서 웹이나 앱에서 보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렇다 보니 작가들에게 콘텐츠 포맷이 세로라는 걸 설명하는 작업이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작가들도 다들 처음부터 모바일에 맞게 세로 형태로 작업하는 데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6명의 작가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지금은 몇 명이나 되나.
“작가가 있어야 작품이 있고, 작품이 있어야 독자들도 모인다.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작가를 모으는 것도 어려웠다. 한국 작가의 작품을 가져오는 것도 방법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 작가들을 많이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작품은 정서적으로 미국 독자들과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들을 설득하기 위해 서비스를 시작하고 2년 동안은 다른 일은 안 하고 웹툰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미국뿐 아니라 미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디 만화 작가들을 타파스의 웹툰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고, 그들이 좋은 작품을 올리면 독자들과 연결해줬다. 타파스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1만 명을 넘어서면서 커뮤니티가 본격적으로 작동됐다. 그 뒤에 유료화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작가 수가 3만5000명에 이르고, 월 방문자 200만 명, 누적 페이지뷰는 30억 뷰에 달한다.”


타파스가 인기를 끌면서 유명 작가나 만화가도 웹툰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영화 ‘마션’의 원작자인 앤디 위어가 대표적이다. 위어는 미국의 만화가인 새라 앤더슨과 함께 ‘체셔 크로싱(Cheshire Crossing)’이라는 웹툰을 타파스에서 연재 중이다. 위어가 쓴 원작 스토리를 바탕으로 새라 앤더슨이 웹툰을 그린다. 김 대표는 “먼저 웹툰으로 연재를 시작했는데 이후 출판사에서 소설로 출판하기로 했고, 나중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타파스미디어 본사. / 박원익 기자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가.
“한국에서 보편적인 부분 유료화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초반에는 무료로 웹툰을 볼 수 있게 하고 이후에는 과금을 하는 방식이다. 2016년 가을부터 유료화에 나섰는데 아직은 전체 작품의 1% 정도만 유료화하고 있다. 나머지 작품들은 무료로 볼 수 있게 하고 광고 수익을 작가와 나누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서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 정도 지나다 보니 타파스 안에서 인기를 얻은 작가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해 영화나 게임을 만드는 IP 비즈니스를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는 웹툰에서 시작해 드라마, 영화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미국에서도 여러 에이전시가 우리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타파스 자체적으로 오리지널 작품을 만드는 건 없나.
“작년부터 40여 개 정도의 오리지널 작품을 개발했다. 올해 말까지 100개까지 오리지널 작품을 늘리는 게 목표다. 오리지널 IP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출판사나 에이전시 같은 파트너사와 고민하고 있다. 일단 출판 계약 두 개 정도 했고, 캐주얼 게임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새로운 스토리를 원하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

타파스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는 ‘IP 생산자를 위한 유튜브가 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타파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좋은 플랫폼을 만들어서 좋은 작가들이 타파스에 연재하고 싶게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길게 보면 우리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고 한다. 한국어 콘텐츠는 세계화하기에 걸림돌이 있다. 영어 콘텐츠를 먼저 공략하고 그다음에 스패니시 콘텐츠 시장으로 진출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한국어 웹툰을 바로 스패니시로 바꾸는 건 어렵지만, 영어 웹툰을 스패니시로 바꾸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다양한 언어로 웹툰을 만들어서 연재하는 플랫폼이 되는 게 우리의 목표다.”


▒ 김창원
미시간대 물리학, 태터앤드컴퍼니 공동대표,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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