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NHN코미코 글로벌 팬미팅 행사에서 대만 작가 ‘블랙키(Blacky·왼쪽)’가 즉석에서 팬에게 그린 작품을 선물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NHN코미코

2017년 11월 11일 대만 타이베이의 중심부에 있는 한 복합 쇼핑몰에 150여 명의 웹툰 팬들이 몰렸다. NHN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웹툰 플랫폼 코미코(Comico)가 인기 작가들과 팬들이 만날 수 있는 글로벌 팬미팅을 기획한 자리였다. 여기에는 ‘기미노토나리(キミのとなり)’를 쓴 일본 인기 작가 고리(ゴリ)와 ‘11년 후 우리는’이라는 작품으로 대만 현지 팬들을 끌어모은 한국 작가 이재이, ‘마기어택!(魔氣Attack!)’의 대만 작가 블랙키(Blacky) 등 총 5명의 스타 작가들이 참석했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된 팬미팅에서 작가들은 독자들의 돌발 질문에 답하는 ‘즉문즉답’ 시간을 갖고, 즉석에서 웹툰 속 캐릭터를 그려 팬들에게 선물했다.

한국의 웹툰 플랫폼이 대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만 시장은 같은 문화권인 홍콩·말레이시아·마카오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 대만 시장은 일본 만화 콘텐츠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일본 단행본을 불법으로 스캔한 만화가 유통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코미코는 대만이 역사적으로 만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넓은 독자층이 있다고 판단해 2014년 7월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미코는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다운로드 660만 건을 기록하며  웹툰 플랫폼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비슷한 시기(2014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300만 건)의 두 배를 넘는다.

플랫폼 출시 4년이 채 안 된 코미코가 처음부터 순탄하게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대만에서 웹툰은 매우 생소한 산업 분야였다. 코미코가 웹툰 플랫폼을 출시한다는 것만으로도 주요 뉴스가 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작가 수급도 만만치 않았다. 장현수 NHN코미코 대표는 “서비스 초기에는 작가들이 풀컬러, 주 단위 연재, 세로 스크롤 방식 등 웹툰 특성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게재 요청에 잘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실망하지 않고 작가들에게 ‘코미코에 작품을 게재하는 것이 왜 이익인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그는 “출판만화가 하락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훨씬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고,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며, 안정적인 수입원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작가들을 설득했다. 코미코는 현지 작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전국 대학교 만화 동호회를 대상으로 코미코 설명회를 열고 웹툰 강좌를 진행했다. 만화 박람회에 참석해 작가를 발굴하기도 했다.

태국·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한국 웹툰 플랫폼 업체들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아직까지 이익이 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IT 인프라 개선, 스마트 기기 보급 확대로 웹툰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각국 정부 차원에서도 문화 콘텐츠를 육성·장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사업 전망은 밝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500만달러(약 53억원·2016년 기준) 수준인 동남아 웹툰 시장이 연평균 17.1%씩 성장해 2021년 1200만달러(약 129억원)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5년 만에 배로 커지는 것이다.


라인·코미코·욱비 3강 경합하는 태국

현재 동남아에서 가장 큰 시장은 인도네시아(300만달러)와 태국(100만달러)이다. 두 곳은 스마트폰 메신저 시장을 이미 장악하고 있는 라인의 웹툰 서비스인 라인웹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다. 메신저를 통해 쉽게 웹툰에 접근할 수 있고, 현지 작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다른 한국 웹툰, 일본 웹툰에 비해 콘텐츠가 독자에게 더 공감을 주도록 한 전략이 주효했다.

태국 만화 시장은 2009년까지만 해도 100% 출판만화였고, 이마저도 1위 만화 판매 부수가 3만 부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4000만 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이용자를 바탕으로 웹툰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25.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라인 외에도 코미코와 현지 플랫폼인 욱비 코믹스(Ookbee Comics)가 3강 체제로 경합하고 있다. 욱비 코믹스는 현지에서 전문 웹툰 작가를 발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욱비 코믹스의  테프루앙차이 파사본(Thepruangchai Pasavon) 이사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태국 작가들은 그림을 잘 그리지만 이야기 구성면에서 약하다”며 “작가들이 스토리를 잘 개발할 수 있도록 회사가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lus point

모비코, 한국 만화 콘텐츠로 베트남서 토종 1위 플랫폼에 도전장

한국 웹툰 플랫폼 기업인 모비코가 선보인 ‘비나툰’ 서비스. / 모비코
일본을 대표하는 웹툰 작품들도 한국형 웹툰 플랫폼에서 나오고 있다. 2013년 10월 코미코에 연재를 시작한 야요이 소우(夜宵草) 작가의 ‘리라이프(ReLIFE)’가 대표적이다. ‘리라이프’는 27세의 남자 주인공이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리라이프 연구소의 직원을 만나 1년간 고교 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연재 시작과 동시에 큰 인기를 얻어 2014년 8월에는 단행본으로 출간돼 지금까지 150만 부가 팔렸다. 2016년에는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고, 작년에는 일본의 인기 배우인 나카가와 다이시(中川大志)와 다이라 유나(平祐奈)가 주연을 맡아 실사 영화로도 제작됐다. ‘리라이프’는 웹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한국으로 역수출되기도 했다. 야요이 소우 작가는 “일본에서 웹툰이 생소하던 시절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완결까지 할 수 있어서 기뻤다”며 “다음 작품도 코미코에서 웹툰으로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인 ‘미이라 사육법’ ‘난바카’ 등도 한국 웹툰 플랫폼에 연재 중이다. 아키타쇼텐(秋田書店)의 후지이 히로 라이선싱 디렉터는 “매년 서점들이 매출 기준으로 만화 작품의 순위를 매겨 시상식을 여는데, 아키타쇼텐의 경우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1위와 2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며 “웹툰 작품들이 좋은 실적을 내면서 출판사들도 웹툰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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