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 시장에서는 작가만큼이나 만화를 내는 출판사의 역량을 중요하게 친다. 작품 기획 단계부터 작가와 출판사 편집부의 편집자가 이인 삼각을 해나가는 형식이다. 작가에게 많은 부분을 일임하고 마감 정도만 관리하는 한국과는 문화가 다르다.

교토세이카대 만화학부의 니시다 신지로(西田真二郎) 교수는 ‘영 선데이’ ‘빅 코믹’ ‘다임(DIME)’ 같은 일본의 유명 만화 잡지에서 오랫동안 편집자 생활을 했다. 아오키 유지나 다케미야 게이코 같은 굵직한 일본 만화가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며 경력을 쌓았다. 2006년부터는 교토세이카대에서 만화 편집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본 만화 업계의 베테랑 편집자는 한국에서 건너온 웹툰과 웹툰 플랫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신지로 교수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일본은 ‘만화 왕국’으로 불린다. 특히 단행본, 주간지 형태의 출판만화 시장이 컸다. 지금은 어떤가.
“올해 2월 출판과학연구소에서 나온 발표를 보면, 전체 만화 시장 매출액에서 출판만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49.3%로 웹툰(50.7%)에 처음으로 밀렸다고 한다. 지금은 근소한 차이지만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다. 출판만화가 다시 우위에 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종이로 보는 만화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이유는.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이 모든 것을 극적으로 바꿔버렸다. 사람들은 집 밖에 있는 동안 스마트폰을 이용해 시간을 때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중요한데, 웹툰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웹툰은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기다리면 무료’나 ‘처음은 무료’ 같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면서 굳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아다니는 독자들이 웹툰을 즐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출판만화에서 웹툰으로의 이동은 과거 월간지에서 주간지로 출판만화의 패권이 움직인 것보다 훨씬 커다란 변화다.”

웹툰의 한계나 단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만화책처럼 손으로 만졌을 때 느껴지는 질감은 웹툰이 재현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만화책을 보는 사람들, 만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런 느낌 때문에 만화책을 찾아보는 경우가 있다. 아즈마 기요히코의 만화 ‘요츠바랑!(よつばと!)’을 예로 들어보자. 4월 28일에 ‘요츠바랑!’ 14권이 발매됐는데, 커버에는 거울 앞에 원피스를 입고 서 있는 주인공 요츠바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만화책의 속표지를 펼쳐보면 이번에는 거울에 비친 요츠바의 모습이 나온다. 커버에 있는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 것이다. 이런 물리적인 장치를 웹툰에서는 구현하기 힘들다. 이런 장치 덕분에 ‘702엔을 주고도 만화책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본의 만화 업계는 수십 년에 걸쳐 만화책의 좌우 양면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연출하는 게 좋은지에 대해 연구해 왔다. 웹툰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화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이런 콘텐츠를 과연 ‘만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도 있다.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이런 논쟁이 더 본격화할 것이다.”

만화가들은 웹툰의 등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만화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절판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들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표지를 새로 만들거나 가격을 낮추거나 유통 방식을 바꾸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싶어 한다. 하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한 게 웹툰이다. 웹툰이 등장하면서 오래전 나왔던 만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이제 웹툰을 유통하는 회사와 만화책을 내는 출판사가 만화 콘텐츠의 기득권을 놓고 치열하게 쟁탈전을 펼칠 것이다. 누가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일 것인지, 누가 콘텐츠의 가치를 더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 웹툰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작품 수급이었다. 웹툰 플랫폼에 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완결된 만화를 웹툰 형식으로 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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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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