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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업체들이 ‘투명한 보상 시스템’을 무기로 온라인 콘텐츠 최강자 넷플릭스를 겨냥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올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유튜브 본사에서 평소 수익 배분에 불만을 품었던 한 유튜버가 총격 사건을 저지르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인 미디어 시대’를 열며 단숨에 플랫폼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유튜브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유튜브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조회 수와 광고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고 있는데, 그 비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유튜브 측과 제작자가 약 절반씩 가져갈 것으로 업계가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콘텐츠 제작자가 ‘콘텐츠를 통해 총 얼마의 수익이 발생했고 이렇게 발생한 수익 가운데 내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유튜브가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5월 14~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콘센서스에서는 ‘콘텐츠 시장의 불투명한 정산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콘센서스에서 만난 중국판 인스타그램 ‘타타UFO(tataUFO)’의 정현우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글이나 사진·동영상 등 콘텐츠를 올리는 건 사용자이고, 심지어 광고까지 보는데 수익은 플랫폼 회사가 대부분 가져가고 있다”면서 “타타UFO는 서비스에 기여한 만큼 자체 암호화폐를 통해 보상해 더 많은 참여자를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는 플랫폼 안에서 현금처럼 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장돼 있거나 상장할 예정이기 때문에 현금화할 수 있다. 타타UFO는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1100만명이 쓰는 이미지·영상 중심 소셜미디어다. 한국인인 정 대표가 중국에서 창업한 회사다.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이 내가 얼마나 서비스에 기여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블록체인 콘텐츠 플랫폼 업체들은 ‘스마트 계약’이라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투명하게 기여도를 공개하고 정산하겠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스마트 계약은 블록체인에 콘텐츠 소비량(A)에 따라 얼마의 수익(B)을 주겠다고 사전에 자동 설정을 해두는 것을 말한다. 중간에서 플랫폼 업체가 수익률을 배분하고 정산할 필요가 없다. 콘텐츠 제작자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의 총소비량을 투명하게 알 수 있다. 국내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왓차’도 콘텐츠 제작사에 투명하게 보상해주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올해 하반기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의 사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데이터가 저장되고 이용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블록체인에서는 데이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용되는지 투명하게 추적이 가능하고, 그렇다 보니 기여자에게 인센티브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왓차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를 더 만족시키고 이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더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글로벌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한 콘텐츠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넷플릭스’에 맞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넷플릭스는 기존 영화제작사나 방송국보다 제작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영역을 넓혀 왔다. 그러나 넷플릭스 역시 유튜브와 마찬가지다. 콘텐츠 제작자가 자신의 기여분에 따른 수익을 투명하게 파악해 얻어 가지는 못한다.

이런 넷플릭스의 불투명한 정산에 불만을 품던 미국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블록체인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콘텐츠 제작사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콘센서스에서 만난 자리에서 “미 지상파 폭스(FOX) 채널이 기술 부서를 두고 블록체인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디즈니나 HBO(미 케이블 채널) 같은 제작사들도 관심 있게 흐름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사들이 ‘넷플릭스가 자신들이 제공한 콘텐츠의 총소비량이 얼마인지, 그래서 어떤 비율에 따라 얼마를 받게 되는지’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채 ‘주는 대로 (수익을) 받으라’는 식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에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넷플릭스는 기존 영화배급사나 방송국이 독점 플랫폼이라는 기득권을 무기로 제작사들에 갑질을 한 것에 대한 빈틈을 노려 성공했다. 기존 플랫폼에 비해 제작사에 더 많은 이익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이 활성화되면 넷플릭스 역시 과거 콘텐츠 플랫폼의 몰락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글 쓰면 추천 받은 만큼 보상받아

최근 ‘스팀잇(steemit)’이라는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카카오에서 선보이고 있는 ‘브런치’와 비슷하다. 브런치는 사용자들이 일정한 심사를 거쳐 ‘브런치 작가’에 이름을 올린 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뽐내는 온라인 경연장이다.

사람들이 브런치 대신 굳이 스팀잇에 글을 쓰는 이유는 ‘보상 시스템’ 때문이다. 스팀잇에 글을 올리면 플랫폼 참여자들이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비슷한 ‘업보트(upvote·공감한다는 뜻)’를 누를 수 있다. 이 숫자에 비례해 스팀잇에서는 ‘스팀달러’라는 자체 암호화폐를 글쓴이에게 75%, 업보트한 추천자에게 25% 비율로 각각 나눠준다. 서비스에 기여한 만큼 보상해주겠다는 것이다.


plus point

익명의 전문가와 믿고 지식거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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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비스를 통해 전문가들과 지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사진 블룸버그

콘센서스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5월 13일 오후 5시. 비 내리는 뉴욕 맨해튼 웨스트 37번가는 갈 길을 재촉하는 노란 택시의 경적 소리만 울려 퍼질 뿐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곳 한 스튜디오 건물의 17층에 올랐다.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가상화폐 ‘아이콘(ICON)’, 블록체인 투자펀드인 ‘해시드’,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 X’, 라인의 블록체인 기술 전문 자회사 ‘언블록(Unblock)’, 금융투자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비공개 블록체인 관계자 모임인 이 자리에는 어림잡아 200명쯤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몸을 돌려 회의장처럼 보이는 곳의 문을 열자 165㎡(약 50평) 남짓한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에서 프로젝트명 ‘Q’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 중이었다.

Q는 익명의 지식거래 플랫폼이다. 익명의 직장인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가 개발 중인 이 서비스는 어떤 사람이 Q 플랫폼에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와 가격을 제시하면, 이를 수행하는 사람이 작업의 질에 따라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의 단순 지식 노동 의뢰 서비스인 ‘엠터크(mTurk)’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작업의 수준’이다. 엠터크가 명함 정리나 단순 반복적인 설문조사를 의뢰하고 시간당(건당) 평균적으로 1~10달러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라면, Q는 ‘스타트업 메신저 개발자가 페이스북의 메신저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1시간 정도 조언을 구하고 100달러(약 10만원)를 지불하고 싶다’는 식으로 의뢰자를 해당 전문가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설문조사를 의뢰하는 경우도 단순한 내용이 아니라 미국 금융사에 근무하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 

Q는 익명의 두 사람 계약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보증한다. 그러나 결과가 주어졌다고 하더라도 내용에 만족하지 못할 때는 의뢰자 입장에서 약속한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Q 플랫폼에서 평판을 인정 받은 ‘제3의 사용자’를 통해 계약 이행과 비용 지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문성욱 팀블라인드 대표는 “반드시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 서비스라고는 볼 수 없지만, 블록체인을 통해 지식거래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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