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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엑스레이 중복 촬영 등으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이 매년 190억원에 달한다. 중복 촬영을 하지 않더라도 환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A병원에서 검진을 하고 B병원에서 치료받으려면, 환자가 검진 결과를 CD로 굽거나 프린트해 가져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의료 업계가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건 이런 낭비와 불편을 없앨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환자의 의료 정보는 공공기관이나 병원 차원에서 한데 모아 관리한다. 환자도 자신의 의료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불편하게 자료를 찾아다녀야 하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술을 의료 시스템에 접목하면 이런 불편이 사라진다. 환자가 병원으로부터 자신의 의료 정보를 받은 뒤, 의료 블록체인 플랫폼에 올리면 환자나 병원 모두 실시간으로 의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높은 보안성이 장점인 만큼 의료 정보가 해킹될 위험이 적다.

미국에서 2016년 한 해에만 450건의 의료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고, 2700만 명의 환자 데이터가 유출됐다. 최한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의료기관 간 정보 교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환자 본인이 자신의 의료 정보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이나 제약 업계도 블록체인을 이용해 줄줄 새는 비용을 막을 수 있다. 블록체인 덕분에 모든 의료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의료 사기나 임상 실험 결과 조작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구글·IBM 앞다퉈 진출

구글이나 IBM, 인텔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런 가능성을 높이 보고 일찌감치 블록체인을 활용한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IBM은 미국 식약청(FDA)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네트워크로 환자들의 의료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IBM은 이 시스템이 환자들의 의료 정보 보호에 힘이 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의료 데이터가 없어서 어려웠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NHS)와 함께 환자가 자신의 의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료 블록체인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메디블록이 대표적이다. 메디블록은 블록체인을 이용해 환자의 의료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메디블록은 더 나아가 환자 개인이 자신의 의료 정보를 판매하는 시장까지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고우균 메디블록 대표는 “이미 에스토니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100만 명의 의료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다”며 “병원에 갇혀 있는 의료 정보를 개인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개인화 진료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진 엔트로피 트레이딩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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