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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체크는 올해 초 해킹을 당해 수천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코인체크의 최고운영책임자였던 유스케 오츠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횡령과 사기는 암호화폐를 이야기할 때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됐다. 검찰은 5월 11일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업비트는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 국내에서는 제일 큰 거래소다. 검찰은 업비트가 보유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거래시장에 내놓았다며 사기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업비트와 국내 1위 자리를 다투는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도 스캔들에 휘말렸다. 빗썸은 최근 ‘팝체인’이라는 코인을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투자자들이 반발하자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팝체인은 두 개의 지갑(계정)에 전체 코인의 90%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 내부자가 팝체인 코인 개발에 참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빗썸은 상장 자체를 미뤘다.

이외에도 올해 1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이 압수수색을 받았고, 4월에는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네스트 김익환 대표가 횡령·사기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불법과 사기가 횡행한다. 암호화폐에 기반한 미국의 카드결제 시스템 회사인 센트라테크는 지난해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3200만달러에 달하는 돈을 모았다. 비자·마스터카드 같은 굵직한 카드사와의 제휴를 발표하며 관심을 모았지만, 이 회사가 밝힌 사업계획은 대부분 거짓말이었다. 5월 18일 미국 뉴욕주 검찰청은 센트라테크의 공동 설립자들에게 징역 65년을 구형했다.

ICO 자문회사인 사티스그룹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ICO의 81%가 사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6%는 ICO에 실패했고, 5%는 ICO로 자금을 모았지만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CO가 성공한 사례는 전체의 8% 정도에 불과했다. 미국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이나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서는 대략 전체 ICO의 20% 정도가 사기성이 짙은 것으로 집계됐다.

ICO에 성공해서 거래소에 상장했다고 끝이 아니다. 미국 암호화폐 분석업체인 토큰데이터가 지난해 ICO를 진행한 902종 암호화폐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월까지 절반에 가까운 418종이 파산했다. 142종 암호화폐는 ICO 자체에 실패했고, 276종 암호화폐는 ICO는 성공했지만 작년 말부터 암호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렀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ICO 시장은 무법천지”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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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를 둘러싼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면서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차라리 정부가 규제를 해달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ICO를 전면 금지했고, 올해 1월에는 암호화폐 거래실명제를 실행했다. 실명제 이후 한달에 300조원에 달했던 국내 암호화폐 거래금액은 지난 3월 49조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규제는 여기까지였다. 사기와 횡령의 온상이 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과 운영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나선 한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암호화폐 인가제나 투자자 보호장치를 정부가 만들면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텐데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업체들이 모인 민간 단체인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자율규제안을 마련했다. 자율규제안은 암호화폐 거래소로 하여금 자금세탁행위 방지를 위한 이용자 본인 확인 절차를 만들고, 이상 거래를 감지하는 시스템과 신규 암호화폐에 대한 내부평가시스템 등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은 의문이다.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국제 공조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주요 20개국(G20) 경제 수장들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모여 암호화폐 규제 방안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G20 회원국은 7월까지 규제 권고사항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다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암호화폐 제도 정비로 주목받는 몰타

그러는 사이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시키며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선 국가도 있다. 지중해의 낙원으로 불리는 몰타가 주인공이다. 유럽연합(EU)이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사이 몰타는 낮은 세금과 합법적인 지원 정책을 내세우며 세계 암호화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셉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가 미래 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몰타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몰타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바이낸스가 지난 3월 몰타로 본사를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우태희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한국의 블록체인 업체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ICO를 하는 등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와 제도를 정비해서 한국이 블록체인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블록체인 기술 만능 아냐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은행 간 자금이체에 활용할 수 있을지를 테스트했다. 한국은행 자체 자금 결제 시스템(한은 금융망)에 국내외 금융기관이 참여한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방식이었다. 과거에 실제로 사용한 자금이체 데이터 9301건을 활용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자금 이체가 현행 방식보다 오히려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방식대로는 9시간이 걸렸는데 블록체인을 이용하자 11시간 33분이 걸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의 기록 검증 과정이 현행 방식보다 복잡한 탓에 시간이 더 걸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현재 사용하는 방식은 한 곳의 중앙집중형 시스템에서 자금 결제를 총괄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은 인증 기능과 장부 기록을 여러 곳에 분산해서 저장했다가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이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만능 열쇠로 여겨지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한국은행의 실험에서 드러났듯이 산업에 따라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시스템보다 비효율적인 경우도 있다.

같은 금융산업에서도 국가 간 송금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빠르지만, 국가 내에서의 거래에는 기존 중앙집중형 시스템이 유리하다. 이더리움 환전소 레브라이의 설립자인 바라스 라오는 “블록체인은 효율성 대신 자율성을 선택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런 속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업의 실제 거래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인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클라이언트 스펙 1.0’은 블록체인 기술을 완료된 거래를 검증하는 데만 이용하고, 실제 데이터 처리는 블록체인 밖의 별도 데이터베이스에서 하는 식이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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