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보스턴 지점 6층에는 리버티뮤추얼의 혁신부서 솔라리아랩이 입주해있다. 사진 솔라리아랩
위워크 보스턴 지점 6층에는 리버티뮤추얼의 혁신부서 솔라리아랩이 입주해있다. 사진 솔라리아랩

미국 보스턴 백베이(Back Bay) 지역에 있는 위워크 건물 6층. 유리벽으로 나뉜 사무 공간 안에서 개발자와 데이터 전문가들이 컴퓨터를 놓고 분주히 이야기하고 있다. 분위기는 여느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지만 이곳은 106년 역사의 글로벌 손해보험사 리버티뮤추얼의 사무실이다.

리버티뮤추얼은 3년 전 혁신 상품 개발부서 ‘솔라리아랩’ 인력 30명을 위워크에 입주시켰다. 솔라리아랩은 이곳에서 전통적인 보험 상품이 아닌 블록체인, 머신러닝 등 각종 신기술을 결합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사를 앞둔 소비자들에게 해당 집의 방음이나 자재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앱서비스인 ‘토털 홈 스코어’와 살고 있는 집의 건축 정보를 토대로 미리 손봐야 할 부분을 알려주는 앱 서비스 ‘드웰빙’ 등은 지난 1월 가전박람회 ‘CES 2018’에 소개됐다.  리버티뮤추얼은 이 같은 앱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소비자 정보를 보험 상품 설계에 활용하거나, 혹은 앱 서비스로 소비자를 만족시킨 뒤 다른 상품 가입을 유도할 수 있다.

걸어서 3분 남짓한 짧은 거리에 있는 22층짜리 본사 건물에도 공간이 충분했지만 리버티뮤추얼은 굳이 혁신 부서를 다른 건물에 분리했다. 위워크에서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 관계자들과의 교류와 분위기 전환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베이 지역에 위워크가 임대한 건물 세개 층에는 총 4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있다.

아담 리탈리엔 솔라리아랩 이노베이션 디렉터는 “본사 건물과의 분리로 부서원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샌딥 굽타 리버티뮤추얼 매니저도 “공유 사무 공간을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재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 신생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의 사무 공간으로 활용되던 위워크는 IBM을 비롯해 HSBC, 버라이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신사업 전초기지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새로운 기술 습득이 핵심인 신사업 부서 특성에 맞게 글로벌 기업들도 관련 인원을 위워크에 보낸다. 지난해 IBM은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는 위워크 건물에 600명의 직원을 입주시켰다. 글로벌 기업이 위워크 건물 한층을 통으로 빌린 것이 화제를 모았다.

‘포브스’는 “IBM과 위워크의 계약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전통적인 사무 공간을 떠나 새로운 환경을 찾는 상황을 대변한다”고 전했다.

위워크 입장에서도 고객 다각화는 긍정적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들은 위워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기존 고객인 개인 사업자나 스타트업과 비교해 대기업은 넓은 공간을 장기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6월 기준 위워크 전세계 회원사의 25%가 대기업이었다.

다만 대기업 신사업부의 위워크 입주가 반드시 장기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부침이 거듭되는 신사업부 특성상 외부 요인으로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 있는 데다, 본사 방침에 따라 상황이 바뀌기도 한다. 실제로 위워크 보스턴 지점에 50석 규모로 입주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신사업부 ‘커런트’는 일년 만인 지난해 가을 시장에서 철수했다. 같은 지점에 입주했던 또 다른 글로벌 기업 아마존도 근방에 신사옥을 짓고 있어 계약을 이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스턴글로브는 전했다.


대기업 겨냥한 서비스 확대

최근 위워크는 서비스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위워크가 뉴욕 브루클린 지역에 건설 중인 15층짜리 유리 건물 ‘도크 72’는 사무 공간 외에도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입주사 직원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고급 스파부터 식당, 복싱장, 야외 농구장, 이발소, 드라이클리닝 시설까지 있다. 

위워크가 구글, 페이스북 같은 실리콘밸리의 회사가 직원들에 제공하는 복지 시설을 만들고 입주사가 공동 이용하는 개념이다. 위워크 공동 창업자 애덤 노이만은 도크 72에 대해 “잠자는 것 빼고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위워크는 규모가 큰 기업에 특화된 서비스도 만들었다. ‘파워드 바이 위(Powered by We)’ 프로그램을 통해 위워크는 회원사의 사옥을 위워크식으로 운영한다. 회원사나 일부 부서가 위워크 지점에 입주하는 기존 방식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지난 4월 글로벌 금융사 스탠다드차타드는 홍콩 쿤통 지역에 있는 사옥에 ‘엑셀러레이터(eXellerator)’라는 혁신센터를 열었다. 본사 사업부와 고객사,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모여 인공 지능과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이용한 사업 기회를 찾는다. 925㎡(약 280평) 규모의 사무 공간은 위워크가 운영한다. 공용 라운지를 비롯해 사무·교육·연구 공간 등 인테리어를 위워크식으로 꾸미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다. 지역 위워크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음식료 코너를 운영하는 등 기존의 위워크 운영 방식을 사옥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워크가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옥 운영 방식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젠 베런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서비스 확대는 기업들의 수요에 발맞춘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우리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5m 천장·칸막이 없는 공간…유니클로의 ‘아리아케 프로젝트’

유니클로는 축구장처럼 넓은, 개방된 공간에 직원 1000명을 배치해 협업하도록 했다. 사진 블룸버그
유니클로는 축구장처럼 넓은, 개방된 공간에 직원 1000명을 배치해 협업하도록 했다. 사진 블룸버그

일본 최대 의류 업체 유니클로는 2016년 3월 도쿄의 인공섬 오다이바의 아리아케(有明)에 6층짜리 건물을 새로 지었다. 성장률 둔화 위기를 맞은 회사가 미래를 건 개혁안 중 하나로 업무 공간을 다시 설계한 것이다. 1~5층까지는 물류센터와 매장 실험실을 배치했는데, 이 건물의 핵심은 꼭대기층에 있다.

1만6500㎡(약 5000평)짜리 공간은 5m 높이 천장으로 이뤄져 있어 개방감을 느낄 수 있게 설계됐다. 축구장 2개를 합한 면적과 맞먹는 크기의 이곳에 유니클로는 1000명의 연구·개발(R&D), 디자인, 마케팅, 기획, 경영 관리 인력을 배치했다. 도쿄 롯폰기 본사 시절 건물 7개 층에 나뉘어 일하던 인력이 한 층에 모였다. 이들은 칸막이가 없는 공간 여기저기 놓인 소파나 책상에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일을 한다. 직원들은 공간 한가운데를 가르는 큰 복도를 오가며 만난 사람들과 부서나 직위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협업한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 바꾼 것이 아니다. 효율적인 실시간 업무 공유가 가능하도록  IT인프라도 뜯어 고쳤다.

실험의 효과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니클로의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2018년 회계연도(2017년 9월~2018년 8월) 순이익이 전년보다 9% 증가한 13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예상보다 100억엔 올려 잡았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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