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로런스(Robert Lawrence) 예일대 경제학 박사, 예일대 교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
로버트 로런스(Robert Lawrence) 예일대 경제학 박사, 예일대 교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

“한국은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등 (미국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한 관련 굵직한 이슈 덕분에 트럼프와의 관계를 비교적 잘 풀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괄하는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해서 원칙에 입각한 교역에 대한 변함 없는 신뢰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로버트 로런스 하버드 케네디스쿨 국제무역학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에 미치는 여파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공을 들인 미·북 정상회담의 주요 당사국으로 미국과 공조가 긴밀해졌고, 일찌감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타결해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로런스 교수는 빌 클린턴 대통령 임기 중인 1998~2000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한 자유주의 경제학자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국제무역 최고위 실무과정 디렉터이자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그는 2009년 6월 미국 자동차 업체 GM이 파산신청을 하자 “미국의 과도한 보호관세가 자동차 업체 몰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을 비판하기도 했다. 로런스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끝은 어디일까.
“승자 없는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트럼프는 2011년 출간된 저서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Time to Get Tough: Making America Number One Again)’에서 중국 정부의 환율 개입과 해킹 등을 비난하는 데 한 챕터를 온전히 할애했다.

불공정 무역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가 지난해 4월 서명한 ‘미국산 구매와 미국인 고용(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 행정명령으로 구체화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갑작스러운 사건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중국 경제도 대응 여력이 충분해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수치로 드러난 중국의 경제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연 6%대 성장은 충분할 것이다. 중국 경제는 제조업과 수출 의존도를 크게 줄이며 서비스업 중심 경제로 변신에 성공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 성장률 감소분은 최악의 상황에도 영 점 몇 퍼센트포인트에 그칠 것이다.”

중국은 그간 꾸준히 내수를 진작하면서 서비스업과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체질 개선에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35%에서 지난해 19%로 급감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2019~2020년 중국의 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6.9%였다.

미국 경제의 흐름은 좋지 않나.
“단기 관점에서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매우 탄탄하다. 전체 고용 인원이 늘고 있는데도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도 높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인 전망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생산성이 이상할 정도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적자 폭이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미국산 수출품에 관세가 붙으면서 수출 시장에서 미국과 경쟁 중인 여러 나라가 이득을 보게 됐다. 항공기 제조 분야에선 유럽연합(EU)이, 자동차 산업에선 EU와 한국·일본이, 농업 부문에선 호주와 캐나다·브라질에 호재가 될 것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라고 하지만 교역의 관점에서 보면 한 나라일 뿐이다. 다른 나라들이 현재의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1월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지만,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국가가 CPTPP로 이름을 바꿔 지난 3월 공식 조인식을 가진 것이 좋은 예다. 미국의 고립주의 속에서도 국제 무역 질서는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해외로 빠져나간 일자리를 되찾아 오려는 트럼프의 노력은 어떻게 보나.
“트럼프는 미국 기업이 해외 생산과 관련 고용을 늘리는 만큼 국내 생산과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글로벌 공급 체인에서 ‘국내산’과 ‘외국산’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관세가 결국 국내 생산 업체의 비용 부담을 가중해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많은 미국 기업과 농부들이 벌써 무역전쟁의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이 CPTPP 추진에서 보여준 것처럼 합의된 원칙을 지켜나간다면 결국 미국이 자유무역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는 역설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인한 피해를 우려한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을 유럽과 중국 등 해외로 잇따라 옮기기로 해 트럼프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연간 5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중국의 자유무역지대인 린강(臨港)개발특구에 짓기로 했다고 상하이 시정부가 발표했다. BMW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가동하던 SUV 생산 라인 일부를 미국 외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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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 후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칠레, 페루, 브루나이 등 11개국이 추진해 지난 3월 출범한 다자무역협정. 6개국 이상이 비준을 마치면 60일 이후 발효된다.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알셉)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FTA. 발효 시 30억 인구에  경제규모 20조달러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18조 달러)과 유럽연합(EU, 17조6000억 달러)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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