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지프 랭글러 루비콘, 지프 랭글러 사하라, 닛산 엑스트레일.
왼쪽부터 지프 랭글러 루비콘, 지프 랭글러 사하라, 닛산 엑스트레일.

30개 가까운 브랜드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수입차 시장에는 매년 평균 10여 대의 완전 신차와 20여 종이 넘는 부분 변경 모델, 가지치기 모델이 선을 보인다. 올해 하반기 수입차 시장도 복날 정오에 내리쬐는 햇볕만큼이나 뜨겁다. 벤츠, BMW, 아우디와 같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신흥 강자로 떠오른 재규어, 랜드로버와 볼보, 도요타와 렉서스, 닛산 등의 일본 브랜드, 미국 브랜드인 지프까지 거의 대부분의 수입차업체들이 20여 종의 신차를 내놓는다.

가격부터 보디 형태까지 어느 하나 닮은 것 없이 다양한 차들이 나오지만 두 가지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다양한 파워트레인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는 연료를 실린더 안에서 폭발할 때 힘을 만드는 내연기관과 함께했다. 20여 년 전 배출가스로 인한 환경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기 모터가 차츰 자동차 동력원의 하나로 쓰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통적인 엔진 자동차와 순수한 전기차는 물론 이 둘을 적당히 버무린 하이브리드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쓰이고 있다.

하반기 신차 중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은 대표적인 차는 도요타의 플래그십 세단인 아발론과 렉서스의 베스트셀러인 ES300h가 있다. 4기통 2.5ℓ 직분사 엣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을 얹고 2개의 전기 모터와 하이브리드 전용 무단 변속기인 e-CVT의 조합으로 뛰어난 연비를 발휘한다.

왼쪽부터 재규어 I-페이스, 벤츠 CLS53 AMG, BMW X4.
왼쪽부터 재규어 I-페이스, 벤츠 CLS53 AMG, BMW X4.

외부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해 모터를 돌리는 순수 전기차도 있다. 재규어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기차인 I-페이스다. 90㎾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달아 주행 가능거리가 최장 480㎞나 된다. 국내에 일반적으로 보급된 50㎾ 급속 충전기로는 80% 충전까지 90분 정도가 걸리고 앞으로 설치할 예정인 100㎾ DC 충전기로는 40분 만에 가능해 실용성이 높다. 최고 출력이 400마력에 달하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스포츠카 수준인 4.8초밖에 걸리지 않는 등 성능도 뛰어나다. 해외에서는 이 차만을 위한 원메이크 레이스까지 열릴 정도.

또 벤츠의 쿠페형 세단인 CLS는 완전히 바뀐 새 차인데, 고성능 버전인 AMG CLS53 4매틱+의 파워트레인이 독특하다. 구성으로 보면 453마력을 내는 직렬 6기통 3.0ℓ 가솔린 엔진과 EQ 부스터로 불리는 22마력 출력의 벨트 구동 통합 전기모터를 얹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여기에 48V(볼트) 전기 시스템을 써 일반적인 12V보다 더 높은 전압을 사용한다. 배터리 용량이 작기 때문에 마일드 하이브리드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에 48V로 전압을 높이면 모터가 낼 수 있는 힘이 세져 엔진을 더 적게 돌려도 되는 것은 물론이고 가속할 때 힘을 보탤 수도 있다. 또 냉각을 위한 워터 펌프나 에어컨 컴프레서를 전기 모터로 돌리는 것도 가능해 연비를 높일 수 있다.


더 크고 성능 높인 SUV 앞다퉈 출시

두 번째 큰 흐름은 새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의 증가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할 때 국산차의 경우 1t 트럭 등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차 판매에서 SUV의 점유율이 36%를 넘었지만, 아직 수입차는 27%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점점 더 늘어나는 고객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SUV 출시가 늘고 있다. 이를 이끄는 것은 BMW다. 작년 11월에 중간급인 X3를 바꾼 것을 시작으로 같은 차체에 쿠페형으로 보디를 바꿔 좀 더 스포티한 SUV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X4가 올 하반기 나온다. 가장 성능이 좋은 X4 M40d는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얹는데 최고 출력 326마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BMW SUV 형제 중 맏형인 X5도 4세대 신형이 대기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형은 차체가 더 커지는데, 특히 전폭이 50㎜ 이상 커져 실내가 더 넓어질 예정이다. X5에는 처음으로 쓰인 12.3인치 전자식 계기판은 물론 7세대로 접어드는 ‘i드라이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12.3인치 터치스크린을 사용한다. 자율 주행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주행 보조 장비들도 더해진다. 전방 추돌 경고와 제동, 보행자 감지 같은 안전 보조 기능은 물론이고 방향 지시등 레버로 차선을 바꿀 수 있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 같은 기능도 있다.

포르쉐도 플래그십 SUV인 신형 카이엔을 들여온다. 현재 모델보다 64㎜ 늘어난 길이는 트렁크 공간을 키우는 데 써 100ℓ가 증가했다. V6 3.0ℓ 340마력 가솔린 터보 엔진을 기본으로 달고 모든 모델에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적용해 주행 성능을 높였다. 프리미엄 SUV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레인지로버는 롱 휠베이스 모델을 선보인다. 무려 200㎜가 길어진 차체는 모두 2열을 위한 것이다. 무릎 공간을 186㎜ 키우고 옆 유리에 전동 선 블라인드를 적용하는 등 뒷자리 승객을 위한 장비를 더했다.

지프는 컴팩트 SUV인 컴패스 신형을 출시했다. 안팎으로 형님뻘인 체로키의 디자인을 적용하고 사각지대 경고 기능 등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또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랭글러가 완전 신형으로 바뀌어 나온다. 처음으로 알루미늄을 차 곳곳에 써 무게를 낮추고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을 쓴 U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달았다. 파워트레인은 JK 랭글러가 나오면서 사라졌던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는데, 터보를 달아 출력을 높인 것은 물론 처음으로 풀타임 4WD인 셀렉 트랙 시스템이 쓰일 예정이다. 다만 그랜드체로키에 쓰인 V6 디젤 엔진은 아직까지 국내 도입이 명확하게 정해지 않았다. 닛산도 중형 SUV인 엑스트레일을 내놓는데 휠베이스가 2705㎜로 차체 크기에 비해 길어 넉넉한 실내가 장점이다.

내년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사실 수입차는 운송비 등의 추가 비용과 적은 판매량에 기인한 높은 가격 정책 때문에 국산차의 가성비를 넘어서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판매량과 점유율이 꾸준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것은 여러 브랜드에서 오는 다양성 때문이다. 국산차가 기술과 시장성 부족으로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분야에 파고들 틈이 있다. 특히 승용 쿠페나 쿠페형 SUV, 컨버터블 등은 아직 국산차에서 찾아보기 힘든 보디 형태라서 수입차가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이다. 다양한 브랜드가 소비자의 특별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더 많은 신차를 계속 내놓는다면, 수입차 판매 증가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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