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GLC 350e.
벤츠 GLC 350e.

지난 6월에 열렸던 부산 모터쇼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역시 미래차였다. 그런 데다 지금 당장 시작되는 가까운 미래를 위한 각 브랜드의 전략과 제품들이 대거 선보인 무대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동화 전략이 있었다.

자동차의 전동화는 두 가지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순수 전기차 집단으로 배터리 충전식 전기차(BEV)와 연료전지식 전기차(FCEV)가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두 번째 그룹은 엔진과 전기 모터를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바로 이 하이브리드 방식이 이번 부산 모터쇼를 통해 극명한 진영 대결의 양상을 보였다.

미래 자동차의 궁극적 목적지인 순수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은 비싸다는 점이다. 대용량 배터리가 자원의 독점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순수 전기차는 소형차 가격이 5000만원에 달할 정도여서 보조금 없이는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지금 가장 현실적인 전동화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분야에서는 일본의 도요타가 가장 앞서 있다. 도요타는 소형 프리우스C부터 대형 아발론까지, 렉서스도 준중형 크로스오버 NX부터 플래그십 모델인 LS와 스포츠카 LC에 이르기까지 하이브리드의 풀 라인업을 갖췄다. 이들은 엔진과 모터의 역할 분담이 거의 균등한 수준에 이른 ‘풀 하이브리드’ 방식을 사용한다.

디젤 게이트 이후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유럽 브랜드들은 일본 차와는 다소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그것은 48V(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PHEV, 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협공작전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전동화를 구현해 최대한 많은 내연 기관을 전동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 방식은 반드시 전기 모터를 구동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엔진의 각종 부수 장치들, 즉 냉각수 펌프, 오일 펌프, 에어컨 컴프레서 등을 전동식으로 대체하고 전기식 흡기 수퍼 차저를 사용해 엔진의 성능과 효율을 개선했다. 즉, 전기의 힘으로 엔진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다. 유럽 브랜드에 따르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풀 하이브리드에 비해 30% 정도의 비용으로 70%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이 일본의 풀 하이브리드 방식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보급률을 노린다면, PHEV 방식은 미리 충전하면 제한적이나마 순수 전기차로도 사용할 수 있다. PHEV 방식은 풀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사이에 위치한다.

유럽 브랜드들이 PHEV에 집중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미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이 대도시 중심의 생활환경인 데 비해 유럽은 중소도시와 외곽 지역으로 연결되는 주거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PHEV가 도심에서는 순수 전기모드로 주행하고, 외곽에서 충전할 수 있다면 자연에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오염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무겁고 큰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들을 많이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들 대형 SUV는 제작사별로 할당되는 배출가스 총량제와 같은 환경 법규 때문에 골치 아픈 차량이다. 전동화에 필요한 부품들을 넣을 공간이 충분한 SUV는 전동화를 하기도 쉽다. 따라서 SUV를 PHEV로 전환할 수 있다면 배출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가격의 벤츠 GLC 350e

지난 4월 메르세데스 벤츠가 출시한 GLC 350e는 바로 이런 유럽 브랜드의 PHEV 전략이 담겨 있는 모델이다. 또 한 가지 충격적이었던 것은 가격이었다. 

벤츠 GLC 350e의 파워트레인(왼쪽)과 렉서스 ES300h의 엔진.
벤츠 GLC 350e의 파워트레인(왼쪽)과 렉서스 ES300h의 엔진.

211마력, 35.7㎏·m 토크의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116마력, 34.7㎏·m 토크의 전기 모터를 사용해 합산 출력 320마력, 57.1㎏·m 토크를 발휘하는 고성능 하이브리드임에도 가격은 동종 디젤 모델에 비해 단 200여만원밖에 비싸지 않았다. 지금까지 PHEV는 비싼 가격에 비해 보조금이 부족해 시장성이 없다는 문제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해결한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해 BMW, 아우디 등의 독일 3사는 물론 SUV의 명가인 랜드로버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PHEV의 협공으로 앞서가고 있는 일본의 풀 하이브리드 군단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Keyword

풀 하이브리드
주행조건에 따라 내연엔진과 전기모터를 각각 또는 함께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고속일 때는 내연엔진이, 저속일 때는 전기모터가 사용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전기모터가 엔진 보조 역할만 한다. 구동모터와 회생모터를 결합해 풀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부품이 적으면서 48V 전압을 사용해 효율을 높인 게 특징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모터와 내연엔진을 함께 사용해 달린다. 가정용 전기 등을 통해 충전해 주행하다가 전기가 모두 소모되면 내연엔진으로 움직인다.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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