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40.
볼보 XC40.

‘평범한 세단이 싫어서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사는 게 아닐까?’ 자동차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명제는 수년간 공통된 질문이었다. 영업 일선에서 느끼는 ‘촉’만 있고 명확한 ‘답’이 없었다. 롤스로이스며 람보르기니까지 SUV를 내놓는 지경이니 ‘세계적으로 SUV가 잘 팔리니까, SUV 라인업을 갖추자’라는 말은 세일즈 통계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왜 같은 크기에 더 비싼 SUV인가에 대해서는 모호했다.

‘사륜(4WD)이니까.’ 대략 2010년까지 SUV가 비싼 이유였다. 한 5년 전까지도 SUV는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는 차로만 보였다. 판매 소구점도 1990년 쌍용자동차 코란도의 그것처럼 어디든 넘나들 수 있는 전천후 주행성을 의미했다. 터프하고 스포티하다는 마케팅 언어로 세단에 비해 좋지 않은 승차감이나 부족한 고급감을 어루만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적어도 콤팩트 SUV는 도심에 적합한 주행성을 기본으로 하고, 감성 포인트만 소개해도 된다. 그 근거는 올해 볼보 XC40이 보여줄 것이다.

그 이유를 파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최근 5~7년 사이, 국내에서 소형 SUV 모델이 잘 팔린 건 정확히는 수입 럭셔리 브랜드의 4000만원대 전후 엔트리 모델에 소비자가 반응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3040세대에게 현실과 취향, 이 두 가지를 해결한 ‘예쁜 차’가 콤팩트 SUV다. 많은 경우에, 차는 대체로 현실적인 조건이 감성을 앞지른다. 2도어 차량을 타던 사람도 결혼을 앞두면 현대차 투싼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예산은 물론 세단보다 트렁크 입구 높이가 높아서 유모차를 싣기 쉽다는 이유만으로도 SUV를 산다. 때로는 적당히 작아서 주차도 쉽고 좁은 길도 잘 간다고 산다.

그래서 이 시장이 더 뜨겁고 치열하다. 예를 들어, 가장 손쉽게 살 수 있는 벤츠 뉴 GLA는 4000만원대(GLA 220·4620만원) 가격으로 한국에서만 올 6개월 동안 1219대가 팔렸다. 지난해 대비 64.5%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3년 출시 당시, 이 차에 대해 개구리를 닮아서 벤츠인지 SUV인지도 모호하다고 비판했던 (나를 포함한) 평론가들을 무색하게 만든다. 폴크스바겐 티구안은 디젤 게이트의 불명예에도 2.0 TDI가 출시 2달 만에 2276대, 4륜 구동(4motion)이 813대 팔렸다. 또, BMW X1은 지난해 자발적 판매 중단을 선언한 11월 전까지 매달 100~120대 정도는 가뿐히 팔았다. 이제 지프 컴패스까지 합세했으니, 콤팩트 SUV 시장은 또 얼마나 치열할까.


콤팩트 SUV 강자로 떠오른 볼보 XC40

이 틈에서 볼보 XC40이 판매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자들이 고성능과 럭셔리의 상징, 독일 차에 대한 맹신을 걷어내기 시작하면서 볼보가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 주행거리 10만㎞ 정도의 차량만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볼보는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때를 만났다. 3~4년 사이 자신들의 특기라 할 수 있는 왜건형 크로스오버(MPV) 모델과 SUV 영역에서 연이어 신차를 내놓았고 반응도 꾸준히 좋았다. 올해 등장한 XC40은 4620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출시 전에 1000여대가 사전 예약됐다. XC40의 올해 판매 목표는 1500대다.

출시 전 1000여대가 사전 예약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볼보 XC40.
출시 전 1000여대가 사전 예약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볼보 XC40.

XC40은 주행성은 기본이고 심플하면서도 실용성까지 갖춰야 제대로 된 럭셔리라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의 가치관을 완벽히 투영하고 있다. 무광택의 나뭇결이 고급스럽다는 건 어느덧 수년 전 아우디 A7의 장식부터 꽤나 오랜 얘기다. 이곳저곳 대형 생수통까지 넣을 수 있다는 ‘도요타류’의 공간성도 빼자. 볼보는 ‘from 스웨덴’의 감성을 있는 척 부풀리지 않고 접근한다. 질 좋은 가죽 시트와 간결한 레이아웃, 스윙형 뚜껑이 달린 소품칸이나 갑티슈가 들어가는 널찍한 암레스트 공간, 가방을 걸 수 있는 고리가 벽걸이처럼 붙은 조수석 글로브 박스. 번쩍이는 크롬 장식을 쓰지 않은 스칸디나비아식의 의자나 원목 테이블에 얼마든지 지갑을 여는 사람이라면 이 지점에 쏙 빠질 게 분명하다.

게다가, 다른 SUV들처럼 전륜(FWD)과 사륜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도 없게, 3가지 트림 모두를 AWD와 인텔리세이프 어시스트까지 세트로 묶어서 내놨다. 자연스러운 스톱 앤드 고 기능과 도로의 흐름을 읽어 알아서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 이탈을 막는 능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 볼보 특유의 묵직한 핸들링과 8단 기어 변속기, 가속은 차체에 어울리게 적당히 무르다. 조막만 한 기어 레버는 작은방 문손잡이에 가깝지, 일반적인 SUV 기어 레버의 기준과는 멀다. 발만 넣으면 열리는 전동식 트렁크 도어나 공중에서 사방을 볼 수 있는 서라운드 뷰 카메라 등 지금 친숙하면서도 세련된 SUV를 원하는 세대에 완전히 부합한다. 블루투스 통화 음질까지 좋은 하만카돈의 명료한 오디오 시스템(인스크립션)까지 여간한 편의장비는 빼놓은 게 없다. 그래서 작동법이 어색한 내장형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나 리터당 10.3㎞(복합)인 연비가 낯설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하게 만든다. 딱히 몇 마력인지 몰라도 된다. 4가지 운전모드 중 다이내믹을 고르더라도 110㎞를 넘기면 답답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속도를 낼 필요는 없다. 에코와 컴포트 사이면 충분한, 그런 삶의 주인에게 XC40은 더할 나위 없다.

김미한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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