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젠신(任建信) 켐차이나 회장과 미셸 드마르 신젠타 회장이 2016년 2월에 열린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 계획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런젠신(任建信) 켐차이나 회장과 미셸 드마르 신젠타 회장이 2016년 2월에 열린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 계획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의 농업 굴기에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가 인수한 신젠타가 유전자 편집 기술 연구를 위해 베이징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미국 농민·학계·기업계가 농업 과학의 최전선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찰스 그래슬리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중국의 신젠타 인수가 논의되던 2016년 3월 “켐차이나처럼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기업이 식량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적극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젠타가 켐차이나 품으로 가면 미국 농업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신젠타 인수로 농업 분야에서 변방이었던 중국이 세계 농업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에릭 피어왈드 신젠타 CEO는 지난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선진화한 기술과 농업 방식으로 자국의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전 세계에 적용할 첨단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식량 생산량을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문제 전문가인 로버트 로렌스 쿤 ‘쿤재단’ 회장은 “최근 중국의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 등의 농업 전략은 단순한 식량 안보 차원이 아니라 세계의 식량 공급과 가격 체계를 바꾸려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신젠타의 강점인 유전자변형작물(GMO)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을 확보해 세계 종자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고 본 것이다.

변방에서 글로벌 무대로 나온 중국이 농업 분야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은 두 가지다. 먼저 신젠타를 통한 GMO 산업 확대다. 중국은 GMO를 불허하는 입장에서 적극적인 지원으로 정책 노선을 바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한 연설에서 “GMO를 과감히 연구하고 혁신해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며 “GMO 시장을 외국 기업이 독식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오랫동안 GMO를 금지해오던 중국이 GMO 시장을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80% 수준인 식량 자급률을 2020년까지 95%로 끌어올리려면 생산 효율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GMO 기술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GMO 기술을 확보하면 병충해에 강하면서 품질이 우수한 종자 개발이 가능하다. 병충해에 강한 우량 종자로 작물보호제와 비료 사용량을 늘리지 않고도 수확량을 높일 수 있다.

중국의 GMO 투자는 2015년부터 본격화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간쑤성과 허난성 일대에 GMO 연구와 작물을 재배하는 종자과학기술기지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예산 4억위안(약 655억원)을 배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GMO 산업 육성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했다.

중국이 종자 경쟁력을 높여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린 뒤 신젠타를 통해 이루려는 것은 차세대 유전자 기술 확보다. 현재 신젠타가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기술은 동식물 세포의 DNA에서 결함이 있거나 약한 부위를 잘라내는 기술인 ‘유전자 가위(편집)’ 분야다. 특정 생체(生體)에 외부 요소를 넣지 않고 자체적으로 유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차세대 기술로 손꼽힌다. 임지아 LG경제연구원 그린바이오(농업) 분야 연구원은 “유전자 가위 기술은 글로벌 농화학 기업 모두가 투자를 늘리고 있는 혁신 기술”이라며 “중국이 이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GMO 키우기 위해 2013년 규제 철폐

글로벌 농업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중국 정부의 또 다른 전략은 농업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 인프라 구축이다. 중국 농업부는 농업 기술 혁신의 일환으로 중국 산시성 셴양시 양링구를 첨단 농업 기술 시범지구로 지정해 스마트 농업을 연구하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농가들과 공유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해 농가와 소통한다.

중국 정부는 또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농가별 정보통신기술(IT) 활용도를 높이고 첨단 농기계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이 2016년 발표한 ‘전국 농업 현대화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 농가마다 사물인터넷과 지능형 설비의 보급을 확대하고 농민의 모바일 활용을 제고해 2020년까지 농업 사물인터넷 등 IT 응용 비율을 17%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농업 데이터 조사 분석 시스템과 국가 농업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위성·항공 드론을 활용해 농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농작물 재배 정보 수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를 통해 농업기계 장비 산업도 육성한다. 중국 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중국 제조업을 미국·독일 등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농기계 장비 육성이 주요 과제로 포함되면서 전 세계 농기계 업계의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국가농업장비산업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곡물·목화·설탕 등 주요 작물의 파종·재배·수확·운반·저장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중국 내에서 사용하는 농기계의 95%를 국산화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25가 달성되면 2025년 중국 농기계 제조업 총생산액이 8000억위안(약 13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plus point

중국 대기업들도 농업 투자 붐

중국 드론 업체 DJI가 출시한 농업용 드론. 사진 DJI
중국 드론 업체 DJI가 출시한 농업용 드론. 사진 DJI

중국 정부의 농업 현대화 정책에 발맞춰 민간 대기업도 농업 분야에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필두로 2위 업체 징둥닷컴, 태양광 발전 기업인 잉리그룹, IT 업체 레노버, 드론 업체 DJI 등이 농업에 뛰어들었다.

DJI는 지난해 농업용 드론 ‘DJI 아그라스 MG-1’을 출시했다. 9.8ℓ짜리 분사용 탱크가 붙어 있고 12분 동안 날면서 농약을 뿌린다. 1시간에 4만㎡에 농약을 뿌릴 수 있어 기존의 인력에 의존한 방식보다 효율이 40배가량 높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4년 10월 100억위안 규모의 ‘천현만촌(千縣萬村)’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현(縣) 단위의 전자상거래 센터 1000개와 농촌 서비스센터 10만 개 설립을 선언했다. 

중국 저장성(浙江) 퉁루현(桐庐縣)에서 문을 연 ‘농촌 타오바오 서비스 센터’는 1년 만에 전국 63개 현, 1803개 촌으로 확대됐다. 징둥닷컴은 농촌 지역에 드론을 적극적으로 투입해 시장 수요를 확대하고자 한다.

중국 태양광발전 기업인 잉리그룹은 농업과 태양광발전을 접목해 현대화된 친환경 농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을 이용한 양수 기술, 태양광발전 펌프, 온도 조절을 통해 농산품을 생산하는 등 농업에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결합함으로써 환경 보호와 원가 절감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류촨즈(柳傳志) 레노버 회장은 2013년 5월 그룹 산하에 농업 투자와 경영 사업을 전담하는 자워그룹(佳沃集團)을 세우고 블루베리, 키위 등을 직접 재배·유통하고 있다. 또 설립 이후 지금까지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농업 부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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