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중화집단공사(시노켐) 본사. 중국 정부는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을 이용해 스위스 종자 기업 신젠타를 인수한 후 시노켐이 다시 켐차이나를 인수해 시노켐을 세계 최대 화학 기업으로 만들었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 베이징 중화집단공사(시노켐) 본사. 중국 정부는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을 이용해 스위스 종자 기업 신젠타를 인수한 후 시노켐이 다시 켐차이나를 인수해 시노켐을 세계 최대 화학 기업으로 만들었다. 사진 블룸버그

“430억달러 한 번에 현금으로 주겠다.”

중국 국영화학 기업인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은 지난해 6월 스위스의 농약‧종자 기업 신젠타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430억달러(52조원)로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켐차이나는 신젠타 인수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일시 지급하고 현 경영진과 종업원의 고용을 승계해주겠다고 했고, 본사도 스위스 바젤에 그냥 두는 조건을 걸었다. 천문학적 금액의 현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초유의 인수·합병이기에 중국 내부에서조차 켐차이나의 자금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신젠타 인수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수 자금 중 300억달러 이상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홍콩상하이은행(HSBC), 중국 중신은행 등을 통한 신디케이트론을 주도해 중국계는 물론 외국계 금융회사들을 모았다고 보도했었다. 신디케이트론은 거액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금융회사를 모아 공통의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방식이다. 중국국신홀딩스 등 국영 펀드까지 이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금을 마련했다.

중국이 50조원이 넘는 현금을 한 번에 지급하면서까지 신젠타를 인수한 이유는 이 회사가 세계 곡물 유전정보와 품종보호권(특허권)을 대량으로 보유한 세계 3위의 종자 기업이기 때문이다. 종자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선 종자를 개발한 회사에 주어지는 품종보호권과 종자에 대한 유전정보를 많이 보유해야 한다. 매번 종자 회사에서 종자를 구입해 농사지어야 하는 농업인은 로열티 성격의 비용을 종자 회사에 지불하므로 품종보호권을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은 앉아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 하지만 품종보호권을 보유하기 위해선 시간을 들여 연구‧개발(R&D)과 투자를 진행해 신품종을 만들어야 하므로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들이 종자 산업을 주도해왔다.

이 때문에 다우케미컬‧듀폰‧몬산토(미국), 바이엘‧바스프(독일), 신젠타(스위스) 등 6개사가 세계 종자의 60%, 농약 공급의 75% 이상을 지배해왔는데 신젠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곡물 가격이 급락하자 재정위기를 맞았고, 중국 정부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젠타를 인수한 것이다.

양미희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연구관은 “중국은 종자 산업에서 글로벌 톱 10에 들어가는 기업이 없었는데 여기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무엇이냐를 고민한 후 국가 차원에서 신젠타를 인수하게 된 것”이라며 “종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 원로들을 소집해 회의까지 한 결과 대규모 인수·합병이 성사됐다”고 했다.

중국은 켐차이나를 통해 신젠타를 인수한 이듬해인 올해 중국중화집단공사(시노켐)을 통해 켐차이나를 인수(7월)해 지금까지 세계 최대 화학 기업이었던 독일 바스프를 제치고 세계 1위 규모의 농화학 기업(2016년 매출 기준‧시노켐 3955억위안+켐차이나 3000억위안)을 만들었다. 유럽과 미국 등 오랜 역사를 보유한 종자‧화학 기업을 뛰어넘기 위해 잇따른 인수·합병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중국뿐 아니라 주요국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인의 먹거리를 쥐락펴락하는 종자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인수·합병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다우케미컬과 듀폰이 합병(2017년 8월‧대등합병)해 다우듀폰을 만들었고, 독일 바이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자 특허를 보유한 미국 몬산토를 인수·합병(2018년 6월‧인수 자금 630억달러)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렇게 덩치를 키우는 이유는 종자 산업 규모가 크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종자 산업 규모는 2002년 247억달러에 머물렀지만 2012년 449억달러까지 늘었다. 현재는 780억달러 규모까지 산업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이 기계화·대형화하면서 농민들이 생산량이 좋고 병충해에 강한 종자 기업의 종자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 자원에서 특허를 갖고 있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세계 종자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 내외여서 이런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능한 상태다.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고 영세 종자 기업들이 화훼나 채소 위주의 종자만을 개발하다가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 결과다.

박기환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도 기업이 해외 진출을 하려고 할 때 시장조사를 지원한다든지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하려고 할 때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특허 괴물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지난해 5월 프랑스 남부 보르도에서 시민들이 몬산토와 바이엘의 합병 추진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AFP 연합
지난해 5월 프랑스 남부 보르도에서 시민들이 몬산토와 바이엘의 합병 추진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AFP 연합

프랑스의 언론인 마리-모니크 로뱅은 저서에서 몬산토를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부르며 비판했다. 몬산토가 유전자 변형 종자(GMO)를 생산해 이것을 독점적으로 세계 농민에게 판매해 부를 축적했는데, 종자를 산 농민들은 빚에 시달려 고통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몬산토는 1901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존 F 퀴니가 설립했다. 독일에서만 생산하던 사카린을 제조해 코카콜라에 납품하며 성장했고 이후 다양한 농화학 제품과 GMO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1995년 세계 최초로 GMO 콩을 개발했고, 현재 세계 연구소와 기업을 통틀어 가장 많은 1만 종 이상의 작물 유전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해 판매해온 제초제 ‘라운드업’은 암과 자폐증 등을 유발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라운드업에는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이 성분이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8월 10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법원은 전직 학교 운동장 관리인 드웨인 존슨이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한다며 몬산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몬산토가 2억8900만달러(약 320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미국 전역에서 몬산토를 대상으로 5000건 이상의 유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지난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는 글리포세이트를 발암 물질인 ‘2A 등급’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매년 사용되는 몬산토 제초제는 8억t에 이른다.

국내에선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1월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를 열고 몬산토 제초제가 “발암 위해성이 낮고 가격이 저렴하다”며 국내 출하 제한 처분을 해제했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단계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과는 상이한 결정이어서 이번 판결로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진청 관계자는 “EU 집행위원회, 미국 환경보호청 등 해외 기관들이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발암물질 지정을 해제해 국내에서도 이를 감안해 출하를 허용한 것”이라며 “캘리포니아 법원의 1심 판결은 아직 확정적인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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