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전남 구례군 용방면에서 한 농민이 일본 얀마 트랙터로 밭을 갈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지난 1월 전남 구례군 용방면에서 한 농민이 일본 얀마 트랙터로 밭을 갈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글로벌 농기계 시장은 연평균 6.9% 성장하는 이머징 마켓이다. 2013년 1490억달러 수준이던 글로벌 농기계 시장은 올해 2080억달러(약 234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이 463억달러로 세계 최대 시장이며, 서유럽이 336억달러, 미국이 295억달러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4년 세계 인구가 80억 명에 도달하는 만큼 농산물 공급 증가에 따른 글로벌 농기계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이른바 도시화·산업화에 따른 농촌 인구 유출로 농업 전반에 기계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농기계 시장 성장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권역별로 보면 북미와 서유럽 시장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중국·인도 등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아·태 지역 시장 규모가 서유럽 시장의 세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인도 농기계 시장이 각각 10.4%와 8.1%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인다. 중국 시장은 5년마다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경제 제재에서 해제된 이란 등이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기계 중에서는 농업 기반 조성부터 벼·축산 등 종목과 관계없이 널리 쓰이는 트랙터 시장(768억달러)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와 비교할 경우 트랙터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연간 성장률은 자동차(6.8%), 중장비(1.0%)보다 높은 편이다. 글로벌 트랙터 연간 수요는 2013년 255만 대에서 올해 318만 대, 2023년에는 392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트랙터 시장은 ‘빅 4’로 불리는 존디어(John Deere·미국), CNH(영국), 구보타(Kubota·일본), 아그코(AGCO·미국)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전체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나머지 시장을 놓고 후발주자인 한국과 중국, 인도 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마힌드라(Mahindra)가 전체 농기계 부문에서 1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세계 4대 농기계 기업(트랙터 부문 7위)에 꼽히기도 했다.

이미 대형 농기계 시장은 미국 기업이, 중소형 농기계 시장은 일본 기업이 나눠 먹는 판도가 거의 굳어져 있다. 100마력 이상 대형 트랙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존디어, CNH는 비교적 경작 면적이 넓은 미국이나 유럽 등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트랙터계의 페라리’로 불리는 존디어의 트랙터는 비싼 것은 5억~6억원에 달한다.

100마력 이하 시장에선 구보타나 이세키(Iseki), 얀마(Yanmar) 등 일본 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기술력·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지만,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등의 방식으로 업체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돕는 것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시장 줄어들며 농기계 산업도 위축

글로벌 농기계 시장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농기계 시장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국내 농기계 제조사의 생산 규모는 1990년 30만 대에서 최근에는 연간 5만 대로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 소득 감소와 이에 따른 설비 투자 여력 저하, 경지 면적 축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자연스럽게 기술 투자도 줄어 글로벌 메이커들과 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형 트랙터에 특화돼 있는 구보타, 이세키, 얀마 등 일본 업체들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엔저 효과로 인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다. 국내 트랙터·콤바인·이앙기 시장에서 구보타, 얀마 두 개 회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27.4%에 이른다. 얀마의 경우 2007년 29개이던 한국 내 대리점을 2017년 80개까지 늘렸다.

현재 국내 농기계 시장은 대동공업이 시장 점유율 34.8%로 1위, 그 뒤를 LS엠트론(15.6%), 동양물산(15%), 국제종합기계(14.1%)가 잇고 있다. 이들 4대 농기계 회사의 연간 매출은 500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LS엠트론(트랙터)과 대동공업(트랙터를 포함한 농기계 전체)은 글로벌 21·22위 수준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수 위축을 수출로 돌파하기 위해 제조사들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LS엠트론의 경우 2008년 430억원에 불과했던 글로벌 매출액이 지난해 400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매출액의 68%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데, 대부분 북미 지역으로 수출해서 얻은 실적이다.

침체돼 있는 한국 농기계 산업을 활성화하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국 농기계 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수다. 하지만 중국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존디어, 구보타 등이 시장을 선점한 데다 중국 농기계 기업도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 육성 프로그램인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농기계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산 농기계의 품질 경쟁력이 외국산에 밀린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중국 내에서 사용하는 농기계의 95%를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채환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주요 트랙터 생산 기업들이 기존의 저가 시장 진출을 과감히 포기하고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한국 농기계 기업도 업종별·지역별 맞춤형 중국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중국·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농기계에도 자율주행 바람

농기계가 스스로 농지까지 가서 작업하고 돌아올 날이 머지않았다. 농기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완전 자동화 기술이 접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보타는 2021년까지 완전 자동운전 농기계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농업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어, 구보타 등 농기계 업체들은 농가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다양한 기술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일본 농기계 제조 업체들은 농사 경험이 없는 사람도 다룰 수 있고, 적은 인원으로도 논밭을 효율적으로 경작할 수 있게 하는 농기계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보타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이용한 무인 트랙터를 202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존디어는 운전자 없이도 주행이 가능한 트랙터와 콤바인을 시장에 내놓았다. 존디어는 빅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각 작물에 맞춘 비료, 살충제, 물의 양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트랙터도 개발할 예정이다.

CNH는 운전석 자체가 아예 없는 트랙터를 시험 중이다. 농부들은 이 트랙터가 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것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율주행 농기계가 농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5년 동안 무인 트랙터 및 기타 농업 장비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450억달러(50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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