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로웬버그-데보어 (James Lowenberg-DeBoer)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퍼듀대 농경제학 교수, 국제정밀농업학회(ISPA) 회장(현)
제임스 로웬버그-데보어 (James Lowenberg-DeBoer)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퍼듀대 농경제학 교수, 국제정밀농업학회(ISPA) 회장(현)

“미국 농부들의 소득 수준은 괜찮은 편이다. 사회적인 인식도 좋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농업에 관한 부정적인 선입관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제임스 로웬버그-데보어(어그테크 응용경제학부 학장) 영국 하퍼애덤스대 교수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 이유를 “농사를 짓거나 농업 관련 기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젊은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웬버그-데보어 교수는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 접목을 통한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과 관련 경제효과 연구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농작물 센서를 이용한 공간 회귀분석(Spatial regression analysis) 개척자로 30년 넘게 미국과 유럽, 중국,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난 1월부터 미국 일리노이주 몬티첼로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정밀농업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Precision Agriculture) 회장을 겸하고 있다.

독일 출신인 로웬버그-데보어 교수는 아이오와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농업과 생명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명문인 미국 퍼듀대 농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다 올해 1월 하퍼애덤스대로 자리를 옮겼다. 하퍼애덤스대는 영국 중서부 슈롭셔(Shropshire) 지역에 있는 117년 전통의 농과대학이다. 로웬버그-데보어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농업 생산성을 늘리는 게 가능한가.
“‘미래를 위해 자원 소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작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느냐’고 묻는 거라면 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이다. 여기에는 AI와 사물인터넷(IoT), 로봇공학과 유전자공학 등 신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선진국은 예외 없이 농업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젊은이들이 몸을 쓰는 일을 꺼리기 때문에 임금을 올려도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젊은층의 ‘도시 쏠림’이 두드러지는 개발도상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AI 로봇이 부족한 인간 노동력을 보충해 생산성 유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랩톱컴퓨터로 재배 환경을 체크하는 모습. 사진 미국 국무성
랩톱컴퓨터로 재배 환경을 체크하는 모습. 사진 미국 국무성

AI 로봇의 보급은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인체에 해로운 제초제 사용을 줄이는 대신 로봇을 활용해 잡초만 선별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제초제를 살포하더라도 정밀성을 높여 농약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자동화로 농업 부문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자동화는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농업 관련 일자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필연적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잠재력도 내재돼 있다.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는 이전에 사라진 일자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정책적으로 적절한 지원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다.”

정책 지원은 왜 중요하며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기술 접목에 속도가 붙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책 지원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농가 보호를 위한 정부 보조금이 전통적이고 비효율적인 경작 방식을 고착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농기계 전문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 오히려 첨단기술 접목을 늦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사람에겐 익숙한 것에 머물려고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농업 종사자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미디어의 도움이 필요하다. TV와 영화를 통해 농업 분야에서 성공한 젊은 창업자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농업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 농업 보호의 기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농업과 무역 정책이 농업 기술 발전과 상용화를 방해하고 있다. 농업을 보호하겠다는 뜻은 좋지만, 일관성 없는 세제 정책이나 규제 정책 변화에 따른 손실이 더 커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4일 중국과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농가에 최대 120억달러(약 13조5500억원) 규모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농산물을 매수해 상대국 보복관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관세 폭탄을 멈출 것을 요구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자유무역을 위한 농민들(Farmers for Free Trade)’의 브라이언 쿠엘 사무총장은 “최상의 구제는 무역전쟁을 멈추는 것이며, 농민들은 보상이 아닌 거래를 원한다”고 꼬집었다.

기후 변화는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날씨 변수는 작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날씨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수확량을 유지하는 것은 농업 분야에서 첨단기술 접목을 통해 이뤄야 할 중요한 과제다.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으로 기후 변화를 예측해 최적의 작물과 품종을 선택하는 식의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수직농장(vertical farm) 기술의 확산도 날씨 변수 극복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수직농장의 단위면적당 생산성은 높지만, 아직은 시설 구축과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든다. 당분간은 싱가포르나 두바이 등 도시국가에서 수입 채소 가격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틈새 전략용’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도시의 고급 식당이라면 자체 수직농장에서 재배한 채소를 제공해도 수지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날씨 관련 가변성이 커진다면 언젠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채소의 상당 부분을 수직농장을 통해 공급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유전자변형작물(GMO)은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
“유전공학은 제한된 자원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시도일 뿐이다. 초기 단계에는 서로 다른 종(種) 간 유전자 이식에 따른 부작용이 수반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전공학도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결과 특정 종에 내재된 유전적 다양성을 이용해 교차 이식 없이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됐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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