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타는 일찌감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전장(電裝)용 MLCC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제품군을 넓히는 등 업계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무라타는 일찌감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전장(電裝)용 MLCC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제품군을 넓히는 등 업계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교토 시내에서 3㎞ 정도 떨어진 나가오카쿄(長岡京)역에서 50m쯤 가면 18층짜리 건물이 솟아 있다. 우리에겐 생소한 ‘무라타제작소(村田製作所)’라는 회사다. 하지만 한국인은 무라타가 만든 부품이 들어간 제품을 최소 하나씩은 주머니에 넣고 있다. 무라타가 주력으로 만들고 있는 휴대전화의 필수 부품 ‘적층(積層) 세라믹 콘덴서(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가 주인공이다. MLCC는 전자제품 내부에서 전기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스마트폰 등의 메인 기판 위에 좁쌀처럼 촘촘히 박혀 있는데, 최신 스마트폰에는 1000개, 전기자동차에는 1만5000개 정도가 들어간다. 무라타의 MLCC 세계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그 뒤를 한국의 삼성전기가 20%대 점유율로 추격하고 있다. 무라타는 시장 점유율만 압도적인 게 아니라 연 매출 1조3718억엔(약 13조7800억원)에 매년 2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MLCC는 육안으로 보기엔 작은 점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확대해서 보면 500~600층의 세라믹과 금속(니켈)이 마치 무지개떡처럼 겹겹이 쌓여 있다. 재료를 얇게 여러 층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온도에서 구워지는 두 재료의 적정 온도를 맞추는 것도 핵심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MLCC 수요는 늘어나지만 재료, 설비, 제조기술 등의 장벽이 워낙 높아 다른 부품 산업과 달리 중국 등 후발주자가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사양 MLCC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무라타, 삼성전기, 다이요유덴(일본) 정도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먼저 가는 무라타

무라타가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하는 분야를 찾아 기술을 축적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된 데는 변화하는 대외환경을 빠르게 포착해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1957년 무라타는 처음으로 미국의 전자박람회에 갔다가 미국 시장의 기술 수준이 매우 높다는 걸 체감했다. 미국 시장을 반드시 개척해야 한다고 판단한 계기였다. 하지만 사내 반대가 매우 거셌다. “일본이 흑백 텔레비전 성장기인 만큼 무리해서 수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라타는 쉽게 돈 벌 수 있는 일본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일본 전자부품 업체 중 처음으로 미국에 공장을 건설했다. 또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GM에 전화용 필터를 납품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무라타는 단돈 몇 엔짜리 부품까지 생산 납품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기술 개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완성품 업체가 강력하게 비용 절감을 요구할 때 여기에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 무라타의 지론이다. 무라타는 휴대전화용 필터를 1㎜ 이하로 작게 만들어 개당 몇 엔 정도의 싼 가격에 납품했다. 가격을 낮추는 대신 많은 양을 파는 박리다매로도 회사가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944년 창업한 무라타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무라타 쓰네오(村田恒夫)가 이끌고 있다. 그는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토에는 오래된 기업의 토양이 있고, 또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여 번영하고 있는 상가들도 있다”며 “전자업계도 변화에 둔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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