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산을 이끄는 창립자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 사진 블룸버그
일본전산을 이끄는 창립자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 사진 블룸버그

“60여 건의 인수·합병(M&A)을 했다. 나는 M&A로 ‘시간’을 사고 있다.”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일본전산(日本電産) 회장은 7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1분기(한국 기준 2분기·4~6월) 결산 설명회에서 M&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가모리 회장이 역대 최대 순이익이라는 자랑스러운 성과를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는 투자자에게 “앞으로도 계속 M&A를 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개척하는 시간, 생산 기술을 확립하는 시간 등을 모두 M&A를 통해 벌었다. 이는 짧은 시간에 일본전산이 빠르게 성장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나가모리 회장이 1973년 창립한 일본전산은 ‘죽어가는 회사도 살려낸다’는 M&A의 전설이다. 일본전산은 소형 정밀 AC모터를 제조하는 회사로 출발해 모터 관련 회사들을 매수하며 회사를 키웠다. 마구잡이식 ‘기업 쇼핑’을 하지 않고, 일본전산의 사업 부문과 연관 있는 기업들만 샀다. 일본전산에 있어 M&A는 3평짜리 창고에서 4명이 시작한 회사를 교토를 대표하는 강소기업으로 키워낸 원동력이다.

일본전산이 매수한 회사들은 인수되기 전에는 대부분 적자를 내던 곳이었다. 그런데 일본전산은 인수 이후 이 회사들을 한 곳도 빠짐없이 흑자로 전환시켰다. 인수 후 1년 내에 승부를 봤다. 단 한 건의 M&A도 실패하지 않았다.

일본전산은 새로 매수한 회사에 나가모리 회장의 경영 철학을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감사를 파견한다. 이 감사는 ‘1등 외에는 모두 꼴찌다’라는 나가모리 회장의 철학을 파견 간 회사에 물들이는 역할을 한다. 파견된 감사는 1년 안에 회사를 업계 1위로 도약시키라는 특명을 받는다.


‘냉혹하지만 따뜻한’ 기업 문화

나가모리 회장은 파격적이면서도 냉혹한 경영 철칙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가모리 회장은 스스로를 ‘헨진(變人·이상한 사람)’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는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1년간 화장실 청소를 시킨다. 청소를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도시락 빨리 먹는 순서로 인재를 채용했던 역사도 있다. 실제로 1978년 신입사원 공채 시험에 ‘밥 빨리 먹기’를 평가 항목에 넣었다. 160명의 응시자 중 서류·면접을 통과한 절반 정도에게 도시락을 나눠줬고 빨리 먹은 순서대로 33명을 채용했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여유 있게 농담하며 밥 먹는 곳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나가모리 회장은 당시 쏟아지던 비난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말하기’ ‘오래달리기’ 등 괴짜 같은 채용 시험을 이어 갔다. 학력이나 조건이 아닌 회사와 어울리는 기질을 지닌 사람과 함께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유별난 기업 문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전산에는 장기근속하는 직원이 많다. 심지어 ‘따뜻하다’는 수식어도 따라붙는다.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회사가 직원의 평생 고용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M&A로 인수한 회사에도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일본전산은 사들인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키면서 그 회사 직원을 한 명도 자르지 않았다. 일본전산이 적자 회사의 경영을 재건할 때 고수하는 ‘무혈(無血) 재생’의 원칙이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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