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 요시히로(德賀芳弘) 규슈(九州)대 경제학부, 교토대 경제학 박사,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객원연구원, 저서 ‘교토기업-역사와 공간의 산물’
도쿠가 요시히로(德賀芳弘)
규슈(九州)대 경제학부, 교토대 경제학 박사,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객원연구원, 저서 ‘교토기업-역사와 공간의 산물’

교토라는 곳은 일본에서도 독특한 곳이다. 794년부터 1869년까지 일본의 수도였다. 그래서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이 많다. 7월 17일 일본 교토시 교토대 요시다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도쿠가 요시히로(德賀芳弘) 교토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 교세라 창업자의 ‘아메바 경영’도 교토의 전통 도자기 ‘기요미즈야키(淸水燒)’를 제작하는 방식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했다. 도쿠가 교수는 교토 기업의 특징으로 주주 이익 대신 모든 관계자를 중시하고, 매출액 중 연구·개발(R&D) 비중이 높고, 은행 차입을 꺼리고 현금 보유액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교토 기업의 특징은 무엇인가.
“업종으로는 전자제품과 전자기기 등에 집중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설립 초기부터 국내가 아닌 세계 시장을 개척했다. 혁신에 투자했고, 독창적인 경영 철학을 중시한다는 점도 독특하다. 미국처럼 기업이 주주 이익에 중점을 두고 경영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주주는 물론 종업원과 지역사회 등 모든 관계자를 중시한다. 재무적으로도 안정적이고, 조직 구조도 독특하다. 같은 일본 기업이지만 도쿄 기업과 다른 점이다.”

이런 특징은 교토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수도를 교토에서 도쿄로 옮겼다. 그러자 한순간에 인구가 30% 이상 줄었다. 일본 정부는 과거 수도였던 교토의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산업을 육성했다. 1897년 교토대학을 세웠고, 기술자를 해외에 유학을 보내 교육시켰다. 그래서 오래된 도시이지만 국제적인 도시가 될 수 있었다. 교토엔 전통적인 도자기(기요미즈야키)를 굽는 기술이 있었는데, 여기에 유럽에서 배워 온 첨단 기술을 접목시켰다. 교토의 지리적 특성도 독특한 교토 기업을 만드는 데 한 역할을 했다. 교토는 분지여서 넓은 땅이 없고, 항구가 없다. 중화학공업이 자리잡기에 불리했고, 재벌 기업이 들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첨단기술 산업이 들어서기엔 유리하다. 교토는 일본의 도시 가운데 주민 중 대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우수한 대학도 많아 수준 높은 인재가 배출되고 있다. 또 교토 기업은 사원 교육을 아주 철저하게 한다. 회사의 경영 철학을 반드시 이해하도록 한다.”

오래된 도시인 만큼 오래된 기업도 많은 것 같다.
“교토엔 역사가 1000년 이상인 기업이 5개 있다. 일본 전체에 10개 있는데 그중 절반이 교토 기업이다. 기업이 오래 유지된다는 것은 단순히 망하지 않은 게 아니라 세상이 변화하는 것에 따라 계속 혁신을 해 왔다는 뜻이다. 교토 기업 대부분은 규모가 커지는 것보다 계속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무리해서 커지지 않는다. 기업이 커지면 주주에게 이익을 챙겨줘야 한다. 그러려면 자금을 많이 차입해서 다른 기업을 인수해야 한다. 교토 기업은 그러지 않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낮다.”

경영 지표 측면에서 교토 기업의 특징은.
“교토 기업은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낮고 ROA(총자산이익률)가 높다. ROE가 높다는 것은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낸다는 뜻이다. 즉, 주주만을 위해 경영하는 기업은 ROE가 높다. 교토 기업은 그러지 않아 ROE가 낮다. ROA가 높다는 것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했다는 뜻이다. 교토 기업이 ROA가 높은 이유는 연구·개발(R&D)에 돈을 아끼지 않아서다. 소니·파나소닉 등 대기업도 매출액 중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만, 교토 기업은 더 높다. 또 기업 규모는 비교적 작아도, 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이 많다. 교세라나 일본전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정부는 기업에 현금을 쌓아두지 말고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지금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 입장에선 기업이 투자를 늘렸으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투자하는 것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좋은 투자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외부 압력으로 투자하면 이익률이 나빠진다.”

교토 기업을 만든 경영자들은 어떻게 탄생했나.
“경영자들도 역시 교토의 전통적인 공예 산업에 전해 내려온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예를 들어 시마즈제작소 창업자 시마즈 겐조(島津源蔵)는 불교 의식에 쓰이는 도구를 만들던 집안에서 태어나 가업을 잇다가 의료용 기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는 가고시마 출신이지만 교토의 문화를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이나모리가 처음 입사한 쇼후(松風)공업의 창업자는 원래 도자기를 만들다가 절연체로 사업을 확장했다. 교토의 전통 도자기 산업은 공정이 잘게 쪼개져 있고, 공정마다 전문가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도자기를 만들 소재인 흙을 고르는 전문가가 있고, 흙을 굽는 전문가가 있다. 모든 사람이 최고의 전문가여야 최고의 작품이 나오고, 한 사람만이라도 삐끗하면 품질이 떨어진다. 교토에서 나는 고급 비단인 ‘니시진오리(西陣織)’를 만드는 방법도 비슷하다. 니시진오리를 만들려면 26개 공정이 필요하고, 각 공정에 전문가들이 있다. 전문가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것이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나모리의 ‘아메바 경영’으로 이어졌다.”

교토 기업들은 창업자가 유명하지만,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경우는 잘 없다. 일본 기업이 한국과 다른 점이기도 한데, 이유가 뭔가.
“역사적인 차이가 아닐까? 일본에선 에도막부(1603~1867) 시절부터 아버지가 자식이라고 기업을 무조건 물려주지 않았다. 현대에 ‘미쓰이(三井) 재벌’이 된 미쓰이(三井) 등, 이 시대부터 유력한 상인 가문이 그렇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자식이 가문과 사업을 물려받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능력이 출중한 사람을 양자로 삼아 대를 잇게 한 경우가 꽤 있다. 친자(親子)가 있어도 경영 능력이 우수하지 않으면 인재를 밖에서 데려왔다.”

plus point

日 ‘1000년 기업’ 10곳 중 5곳이 교토에 있어

역사가 1000년 이상인 일본 기업 10곳 중 5곳이 교토에 있다. 가장 오래된 기업은 사찰 건축 회사 ‘곤고구미(金剛組)’다. 578년 창업해 올해로 1440년 됐다. 2위는 587년 창업한 꽃꽂이 교육 회사 ‘이케노보 화도회(池坊華道会)’다. 1431년째다. 이외에 전통 과자를 만드는 도라야구로가와(虎屋黑川), 불구(佛具) 제조사 다나카이가(田中伊雅), 의약품 제조사 히라이죠에이도(平井常榮堂), 전통 과자 제조사 이치몬지야와스케(一文字屋和輔)가 창업한 지 1000년이 넘었다. 도쿠가 교수는 “교토시는 1968년에 100년 이상 된 기업을 표창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2016년까지 1835개 기업이 표창을 받았다”라며 “이렇게 많은 노포(老鋪·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가 밀집해 있는 지역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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