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키타 히데타카(川北英隆) 교토대 경제학부, 일본생명보험 재무기획부장, 도시샤(同志社)대 정책학부 교수, 저서 ‘교토기업이 세계를 바꾼다’
가와키타 히데타카(川北英隆)
교토대 경제학부, 일본생명보험 재무기획부장, 도시샤(同志社)대 정책학부 교수, 저서 ‘교토기업이 세계를 바꾼다’

“교토 사람들은 특이하다.”

교토 인근 나라(奈良)현 출신으로 교토대를 졸업한 가와키타 히데타카(川北英隆) 교토대 대학원 경영관리연구부 명예교수는 7월 18일 일본 교토시 교토대 요시다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 면에서 남과 다르게, 어떻게든 독특해지고자 하는 성격이 현재의 교토 기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자기 분야에선 최고를 지향하기 때문에, 기업이 규모는 작아도 이익률이 높고 세계 최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것’이 교토 기업을 만들었다 할 만한 것 하나만 고른다면.
“역시 독자성이다. 교토 사람들은 남 흉내 내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다른 사람과 같은 걸 만들거나 같은 방법을 쓴다면, 아무리 돈을 많이 벌더라도 칭찬해 주지 않는다. 교토 기업은 특정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고 다른 기업이 쫓아올 수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유명한 교토 기업의 이익률은 상당히 높다. 이런 경향이 계속되면 교토 기업은 앞으로도 의연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 데엔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 것 같다.
“교토는 과거 일본의 수도였고, 그래서 자부심이 대단하고 도쿄에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교토대 졸업생을 봐도 도쿄대 출신과 성향이 꽤 다르다. 좀 재미있게 말하면, 이런 특성 때문에 사람들이 좀 특이하고 기업도 특이한 회사가 많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교토엔 첨단기술 관련 회사가 많다. 과거 교토가 수도였기 때문에 기술자와 학자들이 많이 살았고 덕분에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를 만든다는 일본의 물건 만들기 철학)’가 발전했다.”

가까운 오사카와도 많이 다른 것 같다.
“교토 기업은 오사카와 비교하면 역시 규모가 작다. 오사카는 인구가 많고, 예전엔 도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중심지였다. 그래서 파나소닉 같은 대기업이 나올 수 있었다. 반면 교토 기업들은 제품이 일본에서 팔리지 않아도 좋다,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특출난 성능의 부품을 만든다거나, 독특한 기획을 하는 특이한 기업이 많이 탄생했다.”

그래서인지 교토 기업들은 창업 초창기부터 내수 대신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제품이 독특해서 일본 시장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던 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서둘렀던 이유다. 시마즈제작소는 1909년 일본 최초로 의료용 X선 장치를 개발했지만, 일본 한 나라만 바라보기엔 그다지 판매량이 많지 않아 어떻게 해서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야만 했다. 폐쇄적인 일본 대기업의 문화도 교토 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 교세라 창업자나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일본전산 창업자는 ‘만든 제품을 들고 가도 일본 대기업은 상대해주지 않아 별수 없이 해외에 갖고 갔다. 해외에서는 편견 없이 제품을 사주더라’고 했다.”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어야 이런 독특한 기업도 가능할 것이다. 이유가 뭔가.
“교토가 오래된 수도여서 많은 기술자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마즈제작소는 원래 불단(佛檀)을 만들던 가문이라 금속 기술을 갖고 있었다. 교세라나 무라타제작소의 세라믹 기술도 기요미즈야키(清水焼·교토 기요미즈데라 부근에서 구워내는 도자기)에서 비롯됐다. 기모노를 만드는 기술은 디스플레이 패널을 만들 때 필요한, 미세한 구멍을 뚫는 데 응용됐다.”

인재 측면에서 교토가 가진 특성이 있다면.
“먼저 교토는 대학생이 아주 많은 도시다. 일본에서 인구 중 대학생 비율이 가장 높다. 교토대를 중심으로 학문적인 기반도 잘 닦여 있어 우수한 인재가 배출된다. 교토에서 교육받은 청년을 보면, 과거와 비교해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다만 교토엔 대기업이 없고 각각의 기업이 독자적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래서 도쿄나 오사카 등에 비해 젊은 인재들이 ‘대기업에 입사해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비교적 덜 갖고 있다. 또 기업들도 사장과 사원 한 명 한 명이 되도록 직접 대화를 하려고 한다. 회사 규모가 작아서 가능한 측면도 있지만, 사장이 직원들을 모아 놓고 대화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정말 많이 가진다.”

많은 교토 기업들이 인수·합병(M&A)으로 회사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부작용은 없나.
“교토 기업들의 M&A 전략을 야구에 비유하자면 ‘이치로가 되는 것’이다. 홈런 칠 생각을 하지 않고 안타에 집중한다. 큰 걸 노리거나 무리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사업과 연관된 분야의 기업을 인수한다. 또 인수한 기업의 문화를 존중한다. 미국 회사를 인수했다고 해서 경영진을 전부 일본인으로 바꾸지 않는다. 기존 경영진에 회사를 맡기면서도,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교토 기업은 은행 차입을 꺼리고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교토 유력 기업들은 현금을 확실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 자기자본으로 투자하고 기업을 운영하자는 경향이 강하다. 초창기에는 물론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벤처 기업이었을 당시엔 자기자본이란 게 없었다. 이때는 교토은행(교토 지역의 지방은행)이 자금을 빌려줬다. 지금은 교토은행이 교세라·일본전산 등 교토 기업의 대주주다. 교토은행은 원래 후쿠치야마(福知山)라는 교토 북서쪽 도시에서 시작된 지방은행이다. 기모노나 도자기를 만드는 옛 기업인들은 외지의 은행이라고 거래를 꺼렸다. 그래서 교토은행은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해야 했고, 오므론이나 교세라, 와코루(여성 속옷 업체)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오늘날의 교토 기업이 번성한 데엔 교토은행의 역할도 컸다.”

교토에선 기업을 어떻게 승계하나.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창업자는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 없다. 교세라도 아직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 창업자가 살아 있지만, 회장은 야마구치 고로(山口悟郎)가 맡고 있다. 오므론도 창업자 다테이시 가즈마(立石一真) 가문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물론 창업자가 남긴 영향은 기업에 남아있지만,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오너 일가가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샐러리맨 사장과 비교해 갖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자식 중에 경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태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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