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철원군 하늘을 날고 있는 재두루미. 사진 연합뉴스
강원 철원군 하늘을 날고 있는 재두루미. 사진 연합뉴스

평양공동선언(9월 19일)이 발표된 다음 날인 20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비무장지대(DMZ) 평화관광을 한국 관광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분단의 비극이 남긴 ‘보존된 자연’이 70년쯤 지난 2018년 현재, 역설적으로 남북의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홍성운 문체부 국내관광진흥과장은 “한반도 평화 관광 생태 벨트 조성을 장기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개발의 손이 뻗치지 않은 자연을 활용해 생태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수십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남북 접경 지역의 DMZ 인근은 생태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손대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을 보전했더니, 오히려 관광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전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강원 양구 DMZ 일대는 지난 2013년 환경부로부터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됐다. 이곳은 전 구간이 생태 보호 지역이고, 야생동물 생태관이나 생태 식물원 등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시설로 구성돼 있다.

올해 들어서는 양구에 더해 DMZ 부근 한 곳이 생태관광지역으로 추가됐다. 올해 1월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일대에 있는 DMZ 철새 도래지가 환경부로부터 신규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조류인 두루미의 전 세계 최대 월동지이고, 자연환경이 우수하게 보존돼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생태관광은 대대적인 개발 사업을 벌이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도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낸다. 환경부에 따르면 생태 관광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생태 관광 성공모델’ 지역 4곳(△인제군 생태마을 △고창군 고인돌·운곡습지 △제주 동백동산습지 △신안 영산도 명품마을)은 생태관광지역 지정 이전인 2013년에 비해 방문객과 소득 증가율이 평균적으로 각각 112%, 79% 늘었다. 주민의 45%가량이 70~80대였던 신안 영산도에는 40~50대 인구가 유입되기도 했다.

천혜의 자연을 관광객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생태관광의 성공 비결이다. 제주 서귀포시 ‘하례리’는 한라산 정상에서부터 내려오는 하천인 ‘효돈천’ 트래킹을 생태관광 프로그램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례리 일대를 흐르는 효돈천을 걸으면서 관광객들은 온전히 보존된 자연을 피부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효돈천은 그 인근에 인위적인 시설이 없어 ‘제주 자연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난대식물대, 활엽수림대, 관목림대, 고산림대 등 한라산의 거의 모든 식물군이 있다.

하례리는 지난 2014년 4월 제주도 생태관광마을로, 같은 해 12월 환경부 생태관광지로 연이어 지정될 정도로 뛰어난 자연 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지난 2002년에는 유네스코에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제주도 내에서 올해 8월 민물해파리가 최초로 발견될만큼 깨끗한 천혜의 자연 환경을 자랑한다. 신동일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으로 제주도의 국내외 인지도가 높아지고, 관광객 증대 효과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제주도처럼 지금 당장 완벽한 자연 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만이 생태 관광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염되고 황폐한 자연도 지방자치단체의 복원 노력을 통해 생태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 5대 연안 습지, 전남 순천만이다. 순천시는 지난 2009년부터 방치되고 있는 폐염전 지역을 갯벌로 복원했다. 순천시는 올해까지 추가로 70억원(국비 49억원·시비 21억원)을 들여 순천만 인근 폐염전과 양식장 부지 82필지의 생태를 복원한다.

제종길 한국해양연구소 연구원(2001년 당시 연구원, 현 경기 안산시장)은 “오염된 곳이라는 오명이 경우에 따라 지명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덴마크는 오래된 해안 간척지를 손대지 않고 두면서 생태계를 복원하는 과정을 환경교육장소로 활용했다”고 했다.


주요 선진국, 일찍이 생태관광 시동

환경부에 따르면 생태관광은 세계 관광 시장 규모의 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1990년대부터 생태관광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호주는 1994년에 수립한 생태관광 국가전략을 토대로 2008년까지 연간 10억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시켰다. 호주의 독특한 야생 생태계와 경관은 관광객을 유인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여서, 대부분의 관광이 생태관광과 연관이 있다. 이 때문에 퀸즐랜드 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생태관광을 위한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환경을 관리하는 등 여러 과제에 국가적으로 재정을 투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부터 생태관광 활성화 대책을 추진했다. 생태관광은 일종의 대안관광이었다. 관광지의 생태·문화를 훼손하고 지역에 이익을 남기지 않는 대중관광의 폐해를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발 나아가 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법에따라 지난 2013년부터 생태관광지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에 26곳의 생태관광지역이 지정됐다.

정부는 생태관광지역에 지역 특색에 맞는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발굴·운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배분한다. 또 맞춤형 전문가 상담, 생태관광 기반시설 조성 등을 지원한다. 2014년엔 환경부·문체부 공동으로 ‘생태관광 활성화 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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