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드라 체험지로 인기가 높은 핀란드 레비의 산장. 사진 이우석
툰드라 체험지로 인기가 높은 핀란드 레비의 산장. 사진 이우석

어찌된 영문인지 필자는 일간지에서 16년째 여행·관광 분야를 담당하는 중이다. 덕분에 국내 모든 군 단위 지자체를 계절별로 방문할 수 있었고, 수많은 나라와 도시를 다녀왔다.

관광 산업의 직접적인 소비자로서 오랫동안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이젠 뭔가 살짝 보인다. 무엇이 여행자로 하여금 길을 떠나게 만드는지 알 것도 같다.

“아무것도 없는 우리 마을에 왜 사람들이 몰려올까?” 국내외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 주민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필자가 2년 전 겨울 다녀온 핀란드 레비(키틸라). 그날 그곳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42도였다. 모든 액체가 얼어붙는 혹한, 해가 고작 여섯 시간밖에 떠 있지 않는 어둠 속에서 스노모빌을 타고 툰드라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은 뜻 밖에도 예약하지 않으면 탈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난폭한 태양 아래 펼쳐진 황량한 요르단 사막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래바람이 불어 코며 입에 스미는 곳이지만 이날 천막 호텔(?) 스무 동이 모두 찼다.

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여름은 양봉 업자의 방충복을 입어야만 할 만큼 모기떼가 극성이지만, 모기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기념품 가게에서 판다.

불편 사항이나 위해 요소가 오히려 여행의 매력이 되는 시대다. 여행자는 자신의 일상과 다른 것을 찾기 위해 떠나려 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관광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 관광은 현재 답보상태다. 그동안 한국의 관광 산업은 특정 국가(중국)에 대한 쏠림 현상이 유난히 심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증가한 중국 관광객(유커)이 보인 구매력에 주목한 나머지, 이들을 겨냥한 시설과 인력에 과도한 투자를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중국인이 한국을 찾지 않자 바로 문제가 불거졌다. 당장 그들을 위해 급조했던 호텔과 사후면세점, 단체식당이 텅텅 비었다.

중국 관광객 수가 정점을 찍은 2016년,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806만7000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한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약 417만 명, 무려 48.3% 감소했다. 중국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전체 수가 줄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약 122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 2016년(약 1724만 명) 대비 무려 30% 가까이 빠졌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서울에만 있다 가는 지역 편향도 많은 문제를 양산했다. 2016년 기준 중국인뿐 아니라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78%가 서울과 인근 위성도시에서 쇼핑만 하다 갔다.

그들에게 한국 관광의 매력은 ‘쇼핑’이었다. 화장품과 전자제품, 식품 등 우수한 제품이 널린 곳. 거기다 편리한 대중교통과 맛있는 음식까지 더해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매료시켰다. 그래서 서울만 찾았다.

조선 왕궁 경복궁도, 555m 높이의 초고층 롯데월드타워도 그들은 그저 거대한 쇼핑센터인 ‘서울’에 있는 부대시설로 느꼈을까. 2박 3일 저가 패키지로 입국해 휘휘 돌다 바리바리 짐을 챙겨 서둘러 나갔다. 그러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외국인 재방문율 2015년 46.1%→2016년 38.6%).

지방을 여행하기 쉽게 해놓으면 박(泊) 수가 늘어난다. 소비도 증가하고 재방문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이라는 도시국가’와는 다른 양상을 기대할 수 있다.

옆나라 일본에 비해서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12년 1000만 명 달성의 깃발을 일본보다 먼저 꽂은 한국은 현재 두 배 이상 뒤지고 있다. 2015년 추월당한 이래 지난해 약 2800만 명을 불러들인 일본의 절반(약 1220만 명)에도 못 미쳤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일본의 매력 역시 쇼핑과 음식으로 꼽지만,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아주 다르다. 목조 전통료칸과 문화체험, 마쓰리(祭り) 등으로 매력 포인트를 차별화했으며, 확연한 4계절을 보유한 기나긴 열도의 지리·기후적 특성으로 지역과 비성수기 구분 없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 역시 뚜렷한 4계절과 지방색을 지녔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를 잘 모른다. 1000만 명이 왔다고 성대한 자축 파티를 열 때, 그중 800만 명은 서울에만 머물다 갔다.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 승무원만 연 100만 명이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 도시국가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철도망이 발달한 일본과 비교하면 서울을 떠나 지방 여행을 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애써 만든 지방공항에 취항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저가 패키지 이용객이 많은 현실상, 쇼핑센터도 함께 만들어야 하기 때문인데 업체들은 배후 인구가 적은 지방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코카콜라를 관광상품으로 바꿔놓은 라스베이거스의 코카콜라박물관. 이우석
코카콜라를 관광상품으로 바꿔놓은 라스베이거스의 코카콜라박물관. 사진이우석

숨기고 싶은 불편함도 볼거리

그 서울마저도 FIT(자유독립여행) 관광객이 다니기엔 불편하기 짝이 없다. 가까운 전철역만 나가도 무거운 캐리어를 든 관광객이 역 계단을 힘겹게 오르내리는 광경을 언제라도 볼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는 ‘에너지 시책’ 탓에 멈춰섰고, 엘리베이터는 ‘노인 전용’으로 여긴다.

서울메트로 내부의 역 주변 지도는 ‘광고판’으로 쓰인다. 외국인에게 필요한 호텔·백화점·몰 등 민간 다중시설은 돈을 내야 표기해준다(계약이 끝나면 테이프로 가린다). 대중교통 이용자도 ‘고객’인데, 잘 찾아나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차라리 내국인이면 지리에 좀 더 익숙하거니와 스마트폰 맵을 이용해서 쉽게 찾아나갈 수 있을 텐데, 외국인에겐 나가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세계적으로 FIT 여행객이 증가세다. 입장을 바꿔 관광객처럼 서울을 돌아다녀보면 차라리 패키지로 오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볼 것이 없다고 하지만 의외의 것에서 대박상품이 터진다. 이탈리아 아말피, 미국 시애틀 스타벅스 본점, 런던 애비로드 건널목, 홍콩 익청빌딩, 대만 타이베이 야시장 등 전 세계 여행자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그곳에 사는 주민에겐 일상이고 어쩌면 차라리 숨기고 싶은 불편함도 종종 있다.

주민과 여행자를 치환하면 서로 낯선 곳이기에 비로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 장벽에 비견되는 비무장지대(DMZ)는 물론이며 정선·태백의 폐탄광촌, 을지로 길거리 호프집, 여수 봉포 포장마차 거리, 수원 통닭골목 등은 얼마든지 외국인의 눈길을 끌 만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남북 관계가 더 좋아지면 설악산~금강산 연계 관광 상품도 만들 수 있다.

대구의 무더위, 강릉의 폭설, 부산 기장의 멸치털이 작업도 발상전환을 통하면 얼마든지 관광 매력 포인트로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이다.

대한민국 관광 산업은 불과 10여 년 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직 자포자기하기엔 이르다.

이우석 스포츠서울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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