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도 노부유키 게이오대 전기공학과, 전자현미경 엔지니어로 일본전자 입사, 1994년 일본전자 자회사인 일본레이저 사장 취임
곤도 노부유키
게이오대 전기공학과, 전자현미경 엔지니어로 일본전자 입사, 1994년 일본전자 자회사인 일본레이저 사장 취임

70세까지 정년 보장, 10년간 이직률 제로, 여성 관리자 비율 30%. 잘 웃는 직원에게 무조건 인센티브를 주고, 사장이 “나는 절대 누구도 해고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기업이 있다. 연구용·산업용 레이저 광학 기기를 수입·판매하는 회사인 ‘일본레이저’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작년까지 25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무차입 경영에 55명 전 직원이 주주이며 1인당 매출은 7억원이 넘는다. 2011년 1회 ‘일본에서 가장 소중한 기업’ 대상, 2015년 후생노동성 ‘커리어 지원 기업’ 후생노동장관상, 2017년 3회 화이트 기업(직원 만족도가 높고 이직률이 낮은 기업, 반대는 블랙 기업) 대상 등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원래부터 이런 회사는 아니었다. 1994년 곤도 노부유키(近藤宣之·75) 사장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도산이 눈앞이었다. 어떻게 지금 모습이 됐을까. 도쿄 니시와세다(西早稻田) 본사에서 곤도 사장을 만나 직원 행복과 기업 실적을 동시에 얻은 비법을 들어봤다. 그는 “사장의 결심이 회사를 바꾸고 사장의 진심이 직원을 바꾼다”고 말했다.


1994년 모기업인 일본전자 임원에서 자회사인 일본레이저 사장으로 왔다. 자회사 직원들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일본레이저는 당시 경영 파탄 상태였다. 겨우 1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2년째부터는 본격적으로 직원들 힘을 모아야 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곤도 사장이 좋은 성과를 냈으니, 다음은 모회사 높은 자리로 돌아갈 궁리만 하겠구나. 우리는 이용당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모회사에서 내려온 사장으로 다섯 번째였다. 직원들에게 필사적 자세를 요구하려면 사장인 나부터 배수진을 쳤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모회사 임원직을 사임했다.”

2007년에 아예 모회사에서 독립했다.
“경영자는 항상 직원에게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 의식을 갖겠나. 맨날 모기업 입김에 휘둘리고 이익도 모기업 우선이었다. 그래서 사원 출자 등으로 회사를 독립시켰다. 그 이후 ‘우리 회사’라는 의식이 커졌다.”

남녀, 연령, 정규·비정규직 차별이 없다.
“60세 정년이라 이때 퇴직금을 주지만, 65세까지는 본인이 원하면 전원 재고용한다. 65세까지는 연금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본인이 더 일하고 싶어 하면 70세 넘어서도 고용한다. 현재 나 말고도 70세 넘은 직원이 한 명 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같은 일을 같은 시간 동안 하면 대우는 거의 같다. 이십 몇 년간 파트타임으로만 일해 60세를 넘긴 직원도 있다.”

여성 관리자 비율이 30%다.
“40세에 그만둔다고 하면, 다시 20대 여성을 뽑아 그 정도 능력을 갖추게 하는 건 매우 어렵다. 따라서 각자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일할 수 있는 다양한 고용 계약을 준비해 그들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직원·회사 모두에게 이익이다. 거래처마다 담당 직원을 여럿 배치하고, 한 직원이 임신·출산 등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그 자리를 받쳐주는 직원에게 가점을 준다.”

코닥처럼 사업 환경이 무너져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데.
“사장의 역할은 세 가지다. 첫째, 직원 모티베이션(동기 부여). 아무리 좋은 경영 전략을 세워도 실행은 직원이 하니까. 둘째는 지진·쓰나미가 일어나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영 전략을 세우는 것. 비즈니스를 바꿔나가는 것이 사장 일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셋째는 직원을 성장시키는 것. 세 가지 중 사장에게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을 꼽으라면 둘째다. 경영 전략에서 실패하면 직원의 모티베이션이나 성장도 어렵다.”

사장의 책임을 강조하는데.
“사장이 바뀌면 기업은 바뀐다. 인사를 예로 들겠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직급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에게 먼저 하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사원이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사장이 먼저 돌아다니며 말도 건네고 인사도 한다. 일본어 아이사쓰(挨拶·인사)의 아이(挨·애)는 마음을 연다는 의미다. 사쓰(拶·찰)는 상대방에게 다가가 품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사는 권한을 더 가진 사장·임원·간부가 그러지 못한 직원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것이다. 사장과 직원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신뢰하고 존경하는 관계여야 한다. 일본도 그렇지만 ‘요즘 어린 친구들은 못써’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상대에 따라 바뀐다. 당신이 바뀌면 당신 주변 사람도 바뀐다.”


plus point

[Interview]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자문위원
“변화에 대한 유연성, 사람 중시 문화가 日 저력”

장시형 부장대우

이우광 삼성경제연구소 일본연구팀장,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농심 사외이사
이우광
삼성경제연구소 일본연구팀장,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농심 사외이사

“최근 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설비투자가 늘고 있다. 올 2분기(4~6월) 일본 기업의 손익분기점 매출이 70% 이하로 떨어졌다. 매출이 30% 줄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췄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의 손익분기점 매출은 80% 후반에서 90% 초반 정도다.”

‘이코노미조선’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세 번째 세션의 대담자로 나서는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자문위원은 “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었던 것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직원의 능력을 100% 끌어낸 덕분”이라고 말했다.

콘퍼런스 세 번째 세션의 강연자인 이시자카 노리코 이시자카산업 사장은 2002년 서른 살의 나이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 사장에 취임해 산업폐기물 업체를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다른 강연자인 곤도 노부유키 일본 레이저 사장은 부도 직전의 만성 적자 회사를 25년 연속 흑자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이 위원은 “이들 두 최고경영자(CEO)의 사례로 경영 전략 수립과 직원에 대한 동기 부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일본연구팀장,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을 지낸 이 위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일본 경제·산업 전문가로 꼽힌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이시자카 사장은 회사가 퇴출 위기에 놓였을 때 그는 주력이었던 소각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불연성 폐기물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현재 이 회사의 건축 폐기물 재활용 비율은 95%가 넘는다. ‘이 세상 모든 물건은 폐기되기 마련이며, 폐기는 제조와 같이 움직인다’는 그의 비전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시자카산업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한국 기업은 없다. 곤도 노부유키 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직원의 동기 부여’다. 아무리 좋은 경영 전략이라도 실행은 결국 직원이 하기 때문이다.”

공통점은 없나.
“이 두 CEO의 공통점은 ‘돈보다 사람을 중시하고, 직원을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기본에 충실했다는 얘기다. 이시자카 사장은 직원 교육을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시했다. 그는 직원의 기술 향상을 위해 약 50종류의 기술강좌를 선정해 동료 직원이 이를 가르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혁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곤도 노부유키 사장은 일상의 스스럼없는 대화가 직원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봤다. 그래서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된 잡담을 가급적 많이 나누라고 한다.”

경영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 일본 기업의 경쟁력인 것 같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경영 전략 수립과 사람을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일본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일본 대기업은 직원의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해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한국도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

최원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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