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8 라이프웨어 데이’에서 홀가먼트 니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유니클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8 라이프웨어 데이’에서 홀가먼트 니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유니클로

9월 25일 오후 2시(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주드폼 국립미술관 입구 앞은 촬영 장비를 실은 대형 차량과 사람으로 꽉 찼다. 이곳은 지리상으로는 파리 시내 한복판이지만,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탓에 평소 미술관 앞까지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편은 아니다. 프랑스인이 바쁜 일상에도 일광욕하며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유명한 ‘튈르리 정원’이 바로 앞에 있어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는 점도 있다. 한적하고 평화롭던 주드폼 국립미술관이 이날 북적댄 것은 세계 3대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개최한 ‘2018 글로벌 라이프웨어 데이’ 전시회 때문이었다. 이날 행사엔 프랑스 ‘르 피가로’, 스페인 ‘GQ’, 미국 ‘엘르’ 등 19개국의 주요 패션 매체는 물론 여러 나라 다양한 매체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행사 시작까지 한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미술관 입구엔 유니클로 제품으로 멋을 낸 이들로 가득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이자 프랑스 톱 모델 출신 디자이너인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는 기자들에게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모두 유니클로에서 나온 것”이라며 유니클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올 화이트 의상으로 남다른 멋스러움을 뽐내던 한 금발 머리 여성이 포토그래퍼를 대동하고 행사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이 여성이 입은 옷은 쫀쫀한 재질과 다양한 색상으로 올여름 한국에서도 조기 품절 사태를 빚었던 유니클로의 ‘U 크루넥 티셔츠’와 ‘울트라 스트레치진’이었다.

나흘간 무료로 진행된 이 전시의 메인 테마는 니트웨어였다. 지금까지 유니클로의 니트는 저렴한 가격대에 비해 품질이 나쁘지 않아 ‘가성비’ 측면에서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이번 행사를 통해 ‘가격과 품질 모두 잡았다’는 것을 공표했다. 세계 문화의 중심이자 패션의 중심인 파리, 그것도 전 세계의 유수 브랜드만 참여할 수 있는 패션위크 기간를 선택해 자사 니트웨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이날 “예술과 과학을 접목한 신개념 니트웨어 전시회는 패션의 중심지 파리에서 처음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나이 회장이 말하는 ‘예술과 과학을 접목한 신개념 니트웨어’의 존재는 이날 전시장 한가운데를 차지한 일본 섬유기계 업체 ‘시마세이키’의 홀가먼트(whole garment) 기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홀가먼트 기계는 옷을 만드는 ‘3D 프린터’라고 보면 된다. 컴퓨터로 기계에 디자인을 입력한 뒤 기계 상단에 실패를 꽂아두면 한 벌의 옷이 통째로 짜여 나온다. 옷의 앞판, 뒤판, 소매 등을 별도로 만든 후 이를 모아 봉제하는 일반적인 기법과는 다르다. 실로 연결한 부분이 없어 착용감이 좋고 디자인 면에서 더 고급스럽다. 시마세이키는 홀가먼트 기계를 세계 최초로 개발, 전 세계에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유니클로와 시마세이키는 2016년 49 대 51로 합작회사를 설립, 올해부터 홀가먼트 니트 스웨터, 원피스 등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다만 홀가먼트 기계의 단점은 유니클로 홀가먼트 원피스 기준,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3~4시간이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카츠타 유키히로 패스트리테일링그룹 수석 부사장은 “빠른 속도로 니트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계를 대량으로 공장에 투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기계로 제작하기 때문에 사람이 필요 없어 24시간 생산할 수 있으며, 아주 많은 수의 기계를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생산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앞으로 시마세이키가 제공한 기계를 활용해 기성복이 아닌 개인 니즈에 맞는 맞춤형 옷을 내놓을 예정이다. 카츠타 부사장은 “각 개인의 니즈에 맞는 ‘궁극의 커스터마이즈’를 가능케 하는 것이 유니클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궁극의 커스터마이즈’란 기성복 사이즈를 더욱 세분화하거나 맞춤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데, 아직은 사이즈 세분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카츠타 부사장은 “맞춤복의 경우 신체 사이즈를 스캔하는 시스템이 나와있지만, 아직 정확하지 않다”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홀가먼트 니트 원피스의 기장을 ‘쇼트(Short)’ ‘레귤러(Regular)’ ‘롱(Long)’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마세이키사의 ‘홀가먼트’ 기계. 기계 하단에서 니트 원피스가 조금씩 짜여 나오고 있다. 사진 유니클로
시마세이키사의 ‘홀가먼트’ 기계. 기계 하단에서 니트 원피스가 조금씩 짜여 나오고 있다. 사진 유니클로

도레이와 개발한 ‘히트텍’ 대박

유니클로가 타 기업과 협업을 통해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니클로의 가장 유명한 파트너는 세계 최대 섬유기업 중 하나인 일본의 ‘도레이’다. 유니클로는 1990년대 장기 불황을 겪던 일본에서 저렴한 등산용 보온 의류 ‘후리스’로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나 수년간 이어지던 후리스의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어려움을 맞았다. 이에 야나이 회장은 2000년 도레이를 찾아가 “소재로 세상을 바꾸려는 도레이와 ̒옷이 변하면 세상도 바뀐다̓고 생각하는 유니클로의 본질은 같다”며 “협업해 섬유 산업을 한번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3년 뒤 탄생한 이들의 첫 결과물은 지금까지 누적 10억 벌 이상 팔렸고 여전히 연간 1억 벌씩 팔리고 있는 기능성 발열 내의 ‘히트텍’이다.

이 같은 협업을 통해 유니클로는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매출 부진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매년 무섭게 성장하며 스페인 ‘자라’가 차지하고 있는 세계 1위 SPA 자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도레이 역시 협업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원사에서부터 고급 가공에 이르기까지 계획 생산을 할 수 있게 됐고, 소매 단계의 소비자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다.

유니클로의 협업 파트너는 시마세이키, 도레이뿐만이 아니다. 기획·생산·물류·판매 전반에 걸쳐 있는 강력한 파트너십은 경쟁사가 따라잡기 어려운 유니클로의 강점이다. 현재 유니클로는 다이와(大和)하우스공업과 협력해 도쿄 한복판에 대규모 물류시설을 2016년 구축했다. 최근 들어서는 세계 최대 IT 기업 구글과 협업에도 나섰다. 제품 동향 평가와 수요 예측 등을 위해 구글 클라우드의 ‘첨단 솔루션 랩(Advanced Solutions Lab)’과 소비자 피드백, 소비자 행동 등이 포함된 빅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을 함께 찾는 것이다. 카츠타 부사장은 “파트너십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 또는 회사와 협력해 이노베이션을 추구하거나, 시스템 등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25일 ‘2018 라이프웨어 데이’가 열린 프랑스 파리의 주드폼 국립미술관. 사진 유니클로
9월 25일 ‘2018 라이프웨어 데이’가 열린 프랑스 파리의 주드폼 국립미술관. 사진 유니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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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패스트패션과는 달라”

이날 행사장에서는 지난해 유니클로가 발표한 ‘아리아케 프로젝트’ 등 유니클로의 온라인 판매 전략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아리아케 프로젝트란 본사와 물류센터 기능을 합한 새 거점을 만들어 기획부터 생산·물류·판매·업무 방식까지 조직을 쇄신하는 것이다. 소비자 정보를 사내 모든 부서가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각 업무 부서 바로 옆에 IT 담당자가 붙어 일하도록 해 온라인에 익숙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식이다. 야나이 회장은 “비즈니스에서 온라인 판매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는 개념”이라며 “상품 기획부터 생산·판매·물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며 상품화하고, 이런 흐름을 시즌별로 이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리아케 프로젝트를 통해 유니클로는 기획부터 매장 전시까지 걸리는 시간을 현재 약 6개월에서 최단 10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라가 14일(인기상품 재주문 기준)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4일이나 빠른 것이다.

다만 야나이 회장은 유니클로는 패스트패션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본에 충실한 옷을 만들고 있고, 여기에 뛰어난 품질과 그 시즌의 유행 등을 어떻게 접목하고 반영하는지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패스트패션은 유행을 중요시하는데, 유니클로는 유행을 반영하면서도 몇 년 동안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유니클로만의 옷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유니클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래 입을 수 있는 꼭 필요한 옷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전문가 인터뷰] 이시이 하지메 도레이 글로벌 공급체인관리 담당 총괄매니저
“유니클로 통한 소비자 니즈를 섬유 개발에 반영”

이윤정 기자

이시이 하지메 도레이 글로벌 공급체인관리 담당 총괄매니저
이시이 하지메
도레이 글로벌 공급체인관리 담당 총괄매니저

‘히트텍’을 비롯해 ‘에어리즘’ ‘울트라 라이트 다운’ ‘드라이EX’ ‘감탄팬츠’ 등 고기능 소재를 활용한 유니클로의 ‘효자 상품’은 모두 일본 섬유 기업 도레이와 합작품이다. ‘사양산업’으로 불리는 섬유산업이지만, 도레이에는 부정적 전망이 통하지 않는다. 지난해 연결 기준 도레이 매출은 2조2049억엔(약 22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2000년 유니클로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도레이는 2014년 미국 보잉과도 1조엔(약 10조원) 규모의 항공기용 탄소섬유 공급 계약을 맺었다. 도레이는 어떻게 경쟁력을 구축한 것일까. 이시이 하지메 도레이 글로벌 공급체인관리 담당 총괄매니저에게 도레이의 승리 방정식에 대해 물었다.


타 업종과 파트너십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
“중복된 공정과 낭비 요소를 제거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연구·개발의 적극적 추진이 가능하다. 또 효과적인 품질 개선과 독창적인 상품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

구체적 예를 들어달라.
“도레이와 유니클로 파트너십의 장점은 유니클로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나 인기 상품에 대한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섬유·원사 개발에 반영함으로써 고기능·고성능 섬유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 또 보잉과 파트너십을 통해서는 탄소섬유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낸 기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가볍고 연비가 좋을 뿐만 아니라, 이전보다 창문을 크게 만들 수 있어 기내 압력을 가능한 한 지상 압력과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다. 즉 탄소섬유로 항공기 제조업에 변혁을 가져오고, 승객에게 편안한 여행을 제공할 수 있었다.”

파트너십을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파트너십을 맺고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상대 기업과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 신뢰가 없다면 도레이도 최첨단 기술을 제공할 수 없고, 관계를 장기적으로 이어 갈 수 없다.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바탕으로 이익 배분을 결정하고, 함께 노력함으로써 사업을 확대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내 중소 섬유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도레이는 한 기업의 이익 추구보다 섬유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의 자립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이를 위해 2004년 ‘도레이 합섬 클러스터’를 설립했다. 섬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 과정, 즉 원사 가공·직물·염색 등의 유기적 연계가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레이는 민간 기업이지만 기술개발과 마케팅, 인재 육성 등을 지원해왔다.”

도레이의 라이벌은 누구인가.
“도레이의 라이벌은 도레이 자신이다. 도레이와 같은 첨단 소재 개발 기업은 계속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그 노력을 게을리하면 기업 간 경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으므로 우위를 지키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소재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연구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이들을 조합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 도레이는 탄소섬유에서는 50년 이상, 섬유 전체에서는 80년 이상 기술을 축적해왔다. 단기 이익만 추구하는 경영은 장기적 관점에서 소재 개발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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