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윌슨(Richard A. Wilson) 아드리안스미스고든길(ASGG) 도시설계본부장, 미국국립공원보존협회 이사, 미국건축사협회(AIA) 시카고지부 회장, 미국 도시계획기술사(AICP), 미국 건축사, 미국 아칸소대 페이어빗빌캠퍼스 건축학과, 멤피스대 순수미술과 졸업
리처드 윌슨(Richard A. Wilson)
아드리안스미스고든길(ASGG) 도시설계본부장, 미국국립공원보존협회 이사, 미국건축사협회(AIA) 시카고지부 회장, 미국 도시계획기술사(AICP), 미국 건축사, 미국 아칸소대 페이어빗빌캠퍼스 건축학과, 멤피스대 순수미술과 졸업

미국 밀레니얼 세대가 꼽은 가장 여행하고 싶은 미국 대도시 3위(프라이스라인).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 공동 2위 (KPMG). ‘화이트삭스’ ‘시카고불스’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으로 유명한 시카고 이야기다.

1950년대 미국 중북부 중공업 발전의 주역이었으나 산업 지형 변화로 쇠락한 도시 취급을 받았던 시카고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존의 제2 본사 유력 후보지로 시카고가 거론되고, 실리콘밸리에서 시카고로 이주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변화는 숫자로 나타난다. 2017년 기준 시카고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은 1만4014개, 기술 인력 수는 34만1600명에 이른다. 최근 3년 동안 매년 38억달러(약 4조3000억원) 이상의 벤처캐피털 투자자금이 시카고로 유입됐다. 시카고 부활의 배경은 뭘까.

10월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리츠협회 회의실에서 리처드 윌슨 미국 건축가협회 시카고 지부 회장을 만났다. 세계 4대 건축설계회사 아드리안스미스고든길의 도시설계 본부장이기도 한 윌슨 회장은 2009년 시카고시가 수립한 ‘시카고도심발전계획(CCAAP)’의 토지, 교통, 도시설계 부문을 총괄한 인물이다. 윌슨 회장은 시카고 외에도 뉴저지 트렌턴, 일리노이 엘 파소 등 미국 전역 도시재생 사업을 담당했다. 그가 총괄한 중국 베이징 중심상업지구(CBD) 확장 개발 계획은 2011년 미국 건축사 협회가 수여하는 도시설계 대상을 수상했다.


CCAAP 수립 이후 10년이 지났다. 성과가 궁금하다.
“2018년 현재 CCAAP 사업의 70% 정도가 실현됐다. 시카고가 자랑하는 밀레니엄공원이 2006년 완공됐고, 풀먼국립공원도 얼마 전 개장했다. 시카고강 남쪽 수변 공간 개발 정도가 남아 있다. 과거엔 ‘시카고’라고 하면 낡고 오래된 고층 빌딩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시카고에서 밀레니엄공원의 ‘클라우드게이트(무게 110t으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조형물)’를 떠올린다. 거대한 콩처럼 생겨서 사람들이 ‘더 빈(the bean)’이라 부르는 그 조형물이다. 밀레니엄공원은 상업용 차고지를 개발해 조성한 공원이다.”

개발 공간이 남아 있었다는 게 놀랍다.
“시카고 도심은 고층 빌딩이 이미 많아서 더 이상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1950~60년대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이 외곽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시카고강 주변은 잦은 범람과 눈보라로 버려진 땅으로 취급됐다. 제철소가 있던 공단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지상철 구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보통신(IT) 기술이 발달하면서 ‘효율성’이 중요해졌고 사람들이 다시 도심으로 회귀하게 됐다. 방치된 빈 땅의 가치가 재조명받게 됐다. 건축 기술도 발달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으로 이어졌다.”

이상적인 도시재생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시재생은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살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도시는 양질의 일자리와 퇴근해서 산책할 수 있는 공원, 자녀를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좋은 학교, 주말에 가족과 외식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갖춰야 한다.”

그런 도시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요즘 도시재생의 특징은 ‘자족도시’ 설계다. 도심 용적률을 높여 고밀도로 개발해 주거지와 상업지 공용 공간까지 한꺼번에 확보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러려면 최대한 용도혼합(Mixture of Usage·복합개발)을 해야 한다. 이곳은 주거지이니 아파트만 짓고, 여기는 상업지이니 쇼핑몰을 짓는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도심 슬럼가를 재개발해서 아파트만 지어봤자 또 하나의 ‘베드타운’을 만드는 것밖에 안 된다. 이 밖에 또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이 ‘역사의 보존’이다. 도시재생을 한다고 구(舊)도심을 한꺼번에 철거해 버려서는 안 된다.”

보존한다는 말이 역설적으로 들린다.
“그 지역이 쌓아온 독특한 역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존해야 하는 소중한 가치다.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을 늘 고민해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건물을 짓고, 독창적인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 지역의 역사를 활용한 건축은 어떤 새로운 건축 캐릭터보다 강력한 매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에서는 도시재생 사업이 부동산값만 밀어올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시카고는 어땠나.
“시카고도 마찬가지였다. 용도혼합을 위해 도심 용적률을 높이면 민간 개발업자들만 이익을 볼 것이라는 비판이 심했다.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 지역 활성화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저소득층 원주민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 역시 문제였다. 개발 이익을 민간 개발업자만 가져간다는 비판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을 마련했다. 시 조례를 개정해 새로운 도심 재개발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2016년 ‘저소득층 밀집지구 개발기금(Neighborhood Opportunity Fund)’을 조성하고, 이 기금에 개발 이익 일부를 기부하면 용적률을 허가 기준보다 최대 20% 더 주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기금으로 적립된 돈은 낙후된 도심 외곽지 인프라 확충에 쓴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고밀도 개발이 가능해지니 사업자도 만족하고, 개발 이익을 저소득층과 나눈다고 하니 시민도 흡족해했다. 올해로 기금이 출범한 지 2년째인데, 벌써 3500만달러(약 400억원)가 적립됐다.”

사업 추진에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
“어려움이 없었을 리 있나.(웃음) 각각의 이해집단이 존재하는 복잡다단한 사업을 추진할 때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늘 발생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창의적인 개발 전략도 필요하다. 그러나 개발 사업 추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 개발업자의 이익을 지켜줘야 한다는 점이다. 민간 투자 없이 부동산 개발은 불가능하다. 사업자가 돈 버는 게 보기 싫다고 슬럼가를 그대로 내버려둘 것인가.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안 바뀐다. 계획이 아무리 거창해도 실현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물론 개발업자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밸런스가 중요하다.”

도시재생에서 또 다른 화두는.
“‘도시의 유연성, 적응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또 다른 화두다. 도시는 100년, 1000년 뒤에도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100년 뒤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만 봐도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사람들은 대형마트에 가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식료품을 주문한다.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면 주차 공간이 없어질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면 그에 맞춰서 도시도 바뀌어야 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미래에 어떤 변화가 생기더라도 그 변화에 좀 더 유연하게,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도시를 설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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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도심 발전계획(CCAAP·Chicago Central Area Action Plan) 시카고 시정부가 2009년 수립한 도시 개발 계획. 도시의 성장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고, 중심 지역의 고용 증대와 투자 유도를 위한 것이다. 미 북부 지역 경제에서 시카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대중 교통체계 개선, 공원·녹지공간 확장, 새로운 복합 용도 시설 확충 등의 내용을 담았다.

ASGG(Adrian Smith+Gordon Gill Architecture) 세계 4대 건축설계사무소로, 사우디아라비아 킹덤타워(높이 1007m·2020년 예정) 두바이 부르즈칼리파(928m·2010년 완공), 우한 그린랜드 센터(636m· 2018년 예정) 등 현재 완공됐거나 건설 중인 세계 1·2·3위 최고층 빌딩을 모두 설계했다. ‘미국 마천루의 고향’인 시카고를 기반으로 한 건축설계사무소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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