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결합) 회사들이 부상하고 있다고는 하나, 기존 금융회사들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을 무너뜨리기에는 규모나 파급력이 미약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다. 은행·증권사 등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갖지 못한 거대 자본력과 거미줄 같은 오프라인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핀테크는 한국시장에서 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게 될까? ‘이코노미조선’은 ‘한국 금융의 신인류’라는 주제로 이번 커버스토리를 다루면서,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핀테크 대표주자들은 누구도 걷지 않았던 길을 가장 먼저 걸었다. 수많은 규제와 기존 금융권의 외면과 반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기존 금융권에서 하지 않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분명히 통할 것이라고 보고 온갖 역경을 헤쳐나갔다. 그런 열망이 지금은 희망과 기회로 바뀌었다.
국내 ‘핀테크 유니콘 1호’를 눈앞에 둔 비바리퍼블리카는 2년 가까이 은행을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간편송금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규제를 푸는 데만 1년이 걸렸다”며 “소비자들에게 기존 금융권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지 못하면 망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신승현 데일리금융그룹 대표는 2015년 5억 연봉을 포기하고 핀테크 스타트업 창업에 나섰다.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가 전통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것을 본 것이 창업의 계기였다. 신 대표는 “창업 당시와 비교하면 규제도 많이 완화됐고, 기존 금융권이 핀테크를 바라보는 시각도 우호적으로 변했다”며 “지금이 핀테크가 급성장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금융회사에 있는 개인의 신용정보를 통합조회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규제를 푼 주인공이 바로 레이니스트다.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가 일반 소비자도 자신의 자산 현황과 거래 내역을 종합적으로 조회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당국과 국회를 찾아다닌 끝에 거둔 결실이다. 김 대표는 “개인 금융정보를 모아 자산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법제화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지겠지만 기회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니스트펀드는 최근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P2P대출 중개기업이다. 어니스트펀드의 올 9월 말 누적 투자액은 지난해 연말 대비 4배 증가했다. 다른 선두 P2P대출 중개회사의 누적 투자액이 2배 증가하는 동안 이룬 성과다.
보험 진단에서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보맵의 류준우 대표는 어려운 보험을 쉽게 이해하고 금전적 혜택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한 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시장 기회는 무궁무궁하지만 핀테크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각종 규제가 핀테크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고, 기존 금융권의 움직임 역시 미미하다.
정치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금융혁신을 주장하는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을 변화시키는 ‘메기 효과’를 냈지만 그 영향은 미미했다”며 “기존 금융권과 새로운 핀테크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 금융서비스, 기존 금융권에 영향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중은행들의 모바일 뱅킹 앱이 사용자 편의적으로 개편된 것이다.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처럼 쉽고 빠른 송금 기능을 구현했다. 시중은행들의 모바일 앱 개편은 크게 △디지털 경쟁력 강화 △비대면 상품 출시 △간편한 인증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정유신 한국핀테크지원센터장은 “금융과 정보기술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트렌드이고 금융회사도 변하고 있다”며 “특히 은행이 많이 변하고 있는데, 요즘 행장들이 핀테크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금융을 내수라고 생각해 수출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선진 금융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많은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하면 한국 금융이 또 다른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피플펀드 대표)
올해 초 2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으로 취임한 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창업 4년차 스타트업 대표다. 그가 창업한 P2P대출 중개회사 ‘피플펀드’는 국내 P2P대출 시장 상위 3위사로 분류된다. 피플펀드가 지금까지 중개한 P2P대출액은 누적 2819억원, 금융기관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액은 187억원이다. 지난 2015년부터 핀테크 산업에 투신한 그는 “많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토스와 같은 핀테크 서비스가 나타나면서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산업 육성 의지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협회장을 지난 10월 25일 서울 강남구 피플펀드 본사에서 만났다.
기존 플레이어들을 대체할 수 있는 ‘파괴적 혁신’까지 갈까. 핀테크 시대에 금융회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한국 핀테크 시장은 얼마나 성숙했을까. 정부의 의지란 어떤 것인가. |
이번주 인기 기사
-
[World’s longest Bridge] 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건설 현장을 가다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한국의 두 회사<현대·GS건설>가 놓았다
-
‘쿠팡 플렉스’ 심야 배송 직접 체험기 새벽 6시간 배송 알바…3만4100원 손에 쥐었다
-
‘SKY 캐슬’ ‘킹덤’이 상징하는 드라마 산업의 진화 韓 드라마 콘텐츠 제작·유통·소비, 모두 달라졌다
-
[Case Study] 스타트업의 또 다른 성공 모델 ‘블랭크코퍼레이션’ 백화점? 노! 오로지 ‘디지털 방문판매<소셜미디어에 아이디어 영상광고 노출·판매>’로 승부
-
[Interview] SKY 캐슬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 문보미 대표 “전 세대 아우르는 공감…사실적 이야기로 몰입감 높여”
-
[이종현의 영화 한 잔 10] 극한직업 장사 잘하는 집의 비결이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