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앤 켈러(Maryann Keller) 러트거스뉴저지주립대 졸업, 뉴욕시립대 MBA, 월스트리트저널 분석가, 저서 ‘GM 제국의 붕괴’
메리앤 켈러(Maryann Keller)
러트거스뉴저지주립대 졸업, 뉴욕시립대 MBA, 월스트리트저널 분석가, 저서 ‘GM 제국의 붕괴’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제대로 된 마케팅 전략을 펼친 적이 없다. 미국 시장에서 터무니없는 판매 목표를 잡고, 판매가 부진하면 법인장부터 자른다. 이렇게 해선 인재를 키울 수 없다.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메리앤 켈러 메리앤켈러 앤드 어소시에이츠 대표는 “현대차를 보면 떠오르는 핵심 가치가 없다”며 “이는 브랜딩 전략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제네시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와 경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켈러 대표는 1970년대부터 자동차 산업 분석가로 이름을 떨쳤다. 월스트리트 최초의 여성 자동차 산업 분석가였던 그는 1989년 출간한 ‘GM 제국의 붕괴’에서 GM의 몰락을 일찌감치 예측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자동차 회사의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자동차 컨설팅 그룹인 ‘메리앤켈러 앤드 어소시에이츠’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이 20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출도 줄어들고 있다. 요인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현대차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글로벌 마케팅 전략과 그 방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북미 시장에서 제대로 된 전략을 펼치지 못한 것이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현대차가 앞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현대차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현대차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 대해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미국 시장에서 제대로 전략을 펼친 적이 없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브랜딩에 실패했다. 한국 본사는 말도 안 되는 매출 목표를 잡았고,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관련 임직원들을 갈아치웠다. 그렇게 해서는 인재를 키울 수 없다. 예를 들면 현대차가 아마존과 함께 시작한 시승 프로그램이 있다. 나는 그 프로그램으로 고객을 유치했다는 현대차 딜러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아마존과 디지털 마케팅을 통한 광고 효과가 기존의 브랜딩 전략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국제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자동차를 출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당장의 판매 실적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켈러 대표의 말대로 현대차 미국 법인장은 단명하는 자리로 유명하다. 최근 20년 동안 3년 이상 재직한 최고경영자(CEO)는 단 1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2~3년 정도만 일한 뒤 자리를 떠났다. 2003년 미국 법인장에 오른 밥 코스마이 전 사장은 취임 2년 만에, 그 뒤를 이은 고옥석 전 법인장과 김종은 전 법인장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지난달 29일 경질된 이경수 전 법인장은 불과 1년 만에 퇴진했다. 현대차 미국 법인장 자리는 매년 판매와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자리다. 하지만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저서 ‘GM 제국의 붕괴’에서 GM에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현대차에도 그런 문제가 있을까.
“현대차는 미국에서 딜러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 브랜드 홍보의 일관성도 없었을 뿐 아니라 차량 리스 프로그램도 자주 바꿨다. 나는 이것이 큰 문제였다고 본다. 대부분의 자동차 딜러들은 고객에게 일관성 있는 마케팅 캠페인과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현대차는 거꾸로 움직인다. 그렇게 되면 현대차 딜러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차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다른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예를 들어보겠다. 도요타는 우월한 자동차 성능을, BMW는 선진적인 엔지니어링 기술을, GM은 픽업트럭과 선진 기술을 대표한다. 반면 현대차는 자신의 브랜드를 차별화할 만한 것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과거 현대차의 강점이었던 가격마저도 이제 경쟁 업체와 비교해 낮은 편이 아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나.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제네시스의 높은 성능과 가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자리 잡은 독일 자동차의 브랜드 파워가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고 그 브랜드들 사이의 격차는 거의 없다. 새로운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는 이미 굳건히 자리 잡은 기업들과 그들의 두꺼운 마니아층을 헤쳐나가야 한다. 나는 3년에 한 번씩 새로운 벤츠 모델을 구입하고 기존 차량을 같은 딜러에게 넘긴다. 딜러는 그 차를 중고차로 판매한다. 현대차는 앞으로 가장 치열하게 전개될 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들려고 한다. 심지어 딜러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 이런 투자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1989년과 1993년에 쓴 두 책에서 GM의 부활을 위한 통찰력 있는 조언을 했다. 과거 GM의 번영과 몰락, 부활의 역사는 현대차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GM이 파산한 때가 2009년이다. GM이 파산이라는 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가 물론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옛날 일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자동차 시장은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많이 변화하고 있다. 그때 고려했던 요인들이 지금은 더 이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현대차가 내려야 할 가장 시급한 조치는 무엇인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자체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다. 그런 무한 경쟁은 완성차 업체들을 새로운 기술에 끊임없이 투자하도록 내몰고 있다. 현대차가 당장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대차는 픽업트럭 같은 차종에 투자하지 않거나, 강력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갖추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브랜드 이미지가 뚜렷하지 않고, 경쟁 업체보다 가격은 높으며 일관성 있는 마케팅 전략조차 수립하지 못했다. 이미 언급했지만 현대차 미국 법인 경영진의 잦은 교체도 문제다. 현지 임원들은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현대차 본사의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맞추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현대차가 이런 기본적인 조직 관리와 브랜드 마케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하루빨리 현지 상황에 적합한 인사 정책과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딜러와 고객과의 관계를 굳건히 해야 한다.”

장시형 부장대우, 박준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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