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노보루 요코하마대·대학원 전기화학과, 도쿄대 공학 박사, 혼다자동차 수석 엔지니어, 삼성SDI 상무 사진 이존환 객원기자
사토 노보루
요코하마대·대학원 전기화학과, 도쿄대 공학 박사, 혼다자동차 수석 엔지니어, 삼성SDI 상무 사진 이존환 객원기자

“기업이 망하는 5가지 단계 중 첫 단계는 성공에 대한 자만심이다.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모두 우월한 능력 때문이었다는 자만심은 튼실한 기업 구조에 금이 가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등의 저서로 유명한 짐 콜린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망하는 단계를 5가지로 나눴는데 그중 첫 번째를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라고 했다.

자만심이 모든 화(禍)의 시작이라는 지적은 국내 대기업들이 현재 직면한 상황과도 연관된다. 2011년 영업이익률(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이 10.3%로 세계 자동차 회사 중 두 번째로 높았던 현대차는 이후 10조원이 넘는 돈을 자동차의 핵심가치와는 관련 없는 부동산(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에 사용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해외 소비자들이 원하는 자동차보다는 고급세단인 제네시스만 고집했던 것도 성공에 대한 자만심이 정확한 판단력을 흐리게 해 발생한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지금은 영업이익률이 1.2%(2018년 3분기)까지 내려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스마트폰 광풍이 불어온 2010년 피처폰(전화, 문자 등 제한된 기능만 있는 휴대전화)에 자신감을 보이며 스마트폰 개발을 등한시했던 LG전자. 이 회사는 이후 뒤늦게 스마트폰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스마트폰의 핵심가치와는 크게 연관이 없는 카메라 등 각종 부가기기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등의 ‘새로운’ 기술에 집착했다. LG의 스마트폰은 지난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자만심에 빠져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핵심역량 개발을 소홀히 했던 한국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무엇일까?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회사 혼다와 한국의 삼성SDI에 재직하며 한·일 경제·산업계를 두루 경험했고 일본 최고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에 격주로 ‘일본의 강점, 한국의 강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사토 노보루(佐藤登) 나고야대 객원교수에게 한국 기업과 산업‧경제계의 갈 길을 물었다.

인터뷰는 10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이코노미조선 글로벌 콘퍼런스’ 직후 진행됐다. 그는 대학에서 전기화학을 전공하고 전기차 배터리 분야 연구를 해온 공학자이자 지한파 경영학자다.

노보루 교수는 한국 기업들에 “자만하지 말고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또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부문은 과감히 철수하라”며 강도 높은 사업재편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기업이 자만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자만심에 빠지는 기업은 망하기 마련이다. 기업이 자만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자기 회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매년은 물론이고 분기별로 검토해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 기업이 하고 있는 사업 분야에서 (자사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또 경쟁사인 다른 회사들의 실력도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경쟁력도 잘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같은 사업부문에서 성공을 거두다 보면 이런 분석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한 분야에서 계속 성공해왔던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기 회사의 매출 등 영업실적만을 보고 사업이 잘되고 있다고 판단해서 자만에 빠지면 안 된다. (자산 증가비율이나 재고자산 규모 등 다양한 지표를 봐서) 객관적으로 회사의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또 그 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오래 사업을 했어도) 사업에서 철수할 필요가 있다. 그 사업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발전상황을 보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식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경영자는 다음 단계의 비즈니스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미국 코닥이나 일본 샤프는 너무 극단적으로 (필름이나 LCD 산업의 변화 같은) 주변 환경을 살펴보지 않았다. 자기가 ‘업계 최고’라는 자만심을 버리지 않다가 결국 망했다.”

한국 기업은 그동안 해외 선도 기업의 제품 기능을 모방하면서 좀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둬 왔다. 하지만 이제는 모방할 수 있는 상대도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최근 한국 기업의 고가 프리미엄 전략 역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제조업 부문에서 최첨단을 향해 가고 있다. 더 이상 한국은 팔로어(Follower‧쫓아가는 자)가 아니다. 팔로어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세상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상에 없는 기술을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다음 이노베이션(혁신)이 없으면 비즈니스 세계에서 다음은 없다.”

한국은 몇몇 대기업이 휘청거리면 전체 산업이 흔들린다. 이런 구조를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가.
“대기업이 비즈니스를 연계해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도 대기업이 하지 못하는 분야를 개척해서 존재감을 키워나가며 발전해야만 전체 산업이 지속될 수 있다.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많이 생겨야 일부 대기업에 전체 산업이 흔들리지 않는다.”

일본은 지금 구인난이 심할 정도로 취업이 잘 된다. 반면 한국은 청년 실업이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것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다. 존재감이 있는 중소기업이 많으면 그런 중소기업들의 구인능력도 늘어나고 청년들도 중소기업 중에 좋은 기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취직의 분산이 이뤄진다. 이런 식의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대기업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고 다양한 관점에서 취업과 진로를 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오히려 중소기업이 주도권을 가진 사업 분야도 많이 있다.”

정해용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