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가로수길 애플스토어 내부 전경. 사진 김명지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가로수길 애플스토어 내부 전경. 사진 김명지 기자

“애플스토어 강좌(Today at Apple)는 무엇인가요.”
“애플이 고객과의 신뢰를 쌓고, 상품의 가치를 구축하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애플스토어는 무엇인가요."
“그 자체가 애플의 상품입니다.”

11월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서 1일 강의를 담당하는 매장 직원(크리에이티브)과 나눈 문답이다. 10월 30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발표장에 깜짝 등장한 리테일 부문 수석 부사장 앤절라 아렌츠(Angela Ahrendts)는 “우리 프리미엄 전략의 핵심은 애플스토어 강좌(Today at Apple)”라고 말했다. 전 세계 애플스토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오후로 나눠 코딩, 동영상 편집 등 애플 디바이스 활용 무료 강좌를 연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강좌를 듣기 위해 매장 왼쪽 첫번째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 앞에 6명의 수강생이 모여들었다. 자리에 앉은 한 여성은 “오늘 샀다”며 흰색 스티로폼 안에서 맥북(애플의 노트북)을 꺼냈다. 패션브랜드 ‘슈프림(Supreme)’ 스티커를 맥북에 붙인 남성은 “나만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겠다”고 했다. 곱슬곱슬한 턱수염을 기른 한 직원은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애플 제품을 고객들이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330㎡가 넘는 1층 매장은 평일 낮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4열로 놓인 원목 책상 16개 사이로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벽 한면을 채운 전광판에는 현란한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강좌가 진행되는 동안 애플 로고를 왼쪽 가슴에 단 수십명의 애플 직원들은 북적이는 매장에서 쉴 새 없이 손님을 응대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올해 3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및 모바일기기 판매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됐다. 하지만 ‘애플’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애플의 올해 3분기 매출은 629억달러(약 71조원), 순이익은 141억달러(약 16조원)를 기록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품질 향상을 통한 가격 인상 정책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2016년 이후 아이폰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649달러를 유지했던 아이폰 가격을 2016년 ‘플러스’ 모델을 출시면서 760달러까지 올렸다. 지난 9월에 출시한 프리미엄급 아이폰XS맥스(512GB)는 1500달러까지 인상했다. 아이폰XS 맥스의 한국 출고가는 역대 최고가인 196만9000원을 기록했다.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마케팅의 공식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이폰은 지난 2년 동안 가격 인상에도 판매량이 줄지 않았다. 이 제품이 공식 출시된 11월 2일 가로수길 애플스토어는 개점 시간인 오전 8시 이전부터 예약 구매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1월 4일(현지시각) 한국 애플스토어의 현장 사진과 함께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트위터를 올렸을 정도다. 애플은 어떤 프리미엄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 것일까. 성공 공식을 세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성공전략 1│확실한 경쟁 우위

가격결정 전문가인 헤르만 지몬은 “제품의 가격을 높이려면 그에 합당한 고객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객관적인 품질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제품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애플은 디자인과 사용감에서 타사 제품과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애플의 디자인 혁신은 독자적 금형 기술인 유니보디(Unibody) 공법을 기반으로 한다. 유니보디 공법은 제품 본체를 단 하나의 알루미늄판을 깎아 가공하는 공법이다. 여러 개의 금속판을 이어 붙이는 것보다 튼튼하고 단순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관건은 비용이다. 유니보디 공법은 제작 비용이 부품을 붙여 쓰는 것보다 2배 이상 든다. 이 때문에 애플 소비자 중에는 “원가를 따지면 아이폰이 과도하게 비싼 게 아니다”라고 오히려 회사 편을 드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성공전략 2│고객 경험

헤르만 지몬은 “소비자가 지각하고 있는 가치만이 영향력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특히 제품의 가치와 장점을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고객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 세계에 포진한 체험형 매장인 애플스토어다. 유럽 재정위기가 터진 2012년 전후 글로벌 가전업계에선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하지만 애플은 거꾸로 애플스토어를 크게 확대하는 전략을 폈고, 이 같은 체험형 매장 확대는 큰 성공을 거뒀다.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특별한 수준의 품질을 가진 상품을 원할 뿐만 아니라, 같은 수준의 서비스도 원한다”며 “고객이 상품에 그만큼 높은 가격을 치렀다는 것은 상품이 그만큼의 가치를 가졌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공전략 3│품질 유지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는 ‘제품 계층 구조’ 전략에서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상품의 핵심 편익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핵심가치를 놓치지 않으려면 상품 질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과 약점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은 약점 하나라도 되돌릴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CEO 시절부터 품질에 있어 철저한 ‘완벽주의’로 유명했다. 잡스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에 탑재할 배경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쓰기도 했고, 60초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하와이까지 신혼부부를 따라가기도 했다. 팀 쿡 역시 일벌레와 완벽주의자로 유명하다.


plus point

애플 프리미엄 전략도 무너질 수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정체에 대응하기 위해 초고가 전략과 중저가 전략을 동시에 펴고 있다. 고사양을 원하는 최고급 수요는 신제품으로 잡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시장은 중저가형으로 잡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는 이 전략이 시장에 잘 먹혀든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최근 아이폰 중저가형 신제품 XR의 판매가 예상만큼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폰XR(64GB)의 한국 출고가는 99만원이다. 같은 사양으로 아이폰8의 가격은 이동통신사에 따라 최저 70만원까지 떨어졌다. 신제품의 중저가 모델보다는 구형이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제품(아이폰8)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신제품 가격 인상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애플의 이번 신제품 출시 첫 주(11월 2~7일) 이동통신 3사에서 개통한 아이폰 신제품(XS·XS맥스·XR)은 약 17만 대로 지난해 아이폰 신제품 출시 시기 개통량의 60%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성능은 월등하다. 하지만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이폰XS(256GB)의 출고가는 156만2000원, 아이폰XS 맥스(512GB)는 196만9000원에 달한다. 같은 사양 아이폰X의 출고가(163만원)보다 최고 20% 비싸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고성능은 시장에서 ‘가격 거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애플의 가치를 다른 쪽과 비교해서 판단한다.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완벽해보이는 애플의 프리미엄 전략도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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