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토운수의 ‘찾아가는 택배박스’인 ‘로보네코 야마토’. 사진 와이어드
야마토운수의 ‘찾아가는 택배박스’인 ‘로보네코 야마토’. 사진 와이어드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페인팅된 승합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온다. 승합차를 보니, 차량 옆면에 검은 고양이 그림과 함께 ‘로보네코(로봇고양이) 야마토’라고 쓰여있었다. 운전기사가 차를 세운 뒤 승합차 문을 열자, 생소한 광경이 펼쳐졌다. 있어야 할 의자들은 없고 지하철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여섯칸짜리 노란 사물함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그때 한 여성이 다가와 사물함 옆에 달린 전광판에 휴대전화 속 바코드를 입력했다. 그러자 사물함 중 한 칸의 문이 ‘딸깍’ 하고 열렸다. 여성은 사물함에서 택배 박스를 꺼내 다시 돌아갔다. 바코드 입력부터 택배를 찾고 사물함 문을 닫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0초에 불과했다.

‘로보네코 야마토’는 일본 내 택배시장 점유율 46.7%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야마토운수의 ‘찾아가는 택배박스’이다. 로보네코가 돌아다니면 소비자가 그 차량으로 와서 물건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웹사이트에 접속해 로보네코가 지나가는 길을 지도로 확인하고, 로보네코가 지나가는 특정 장소와 10분 단위의 시간을 지정하면 물건을 전달받을 수 있다. ‘○○편의점 건너편, 오전 11시 10분’이라고 입력하는 식이다. 와이어드 일본판은 “지금까지는 택배기사가 집으로 와주는 대신 도착 예정 시간과 몇 시간씩 차이가 났다”며 “로보네코야마토는 문 밖으로 조금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택배를 받는 시간의 자율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금은 사람이 직접 로보네코를 운전하지만, 2020년부턴 자율주행차로 교체될 예정이다.

야마토운수는 물류업계의 ‘퍼스트 펭귄(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먼저 도전함으로써 다른 이들의 참여를 유발하는 선구자)’으로 꼽힌다. 현재 한국에서 마켓컬리가 신선한 식재료를 주문 다음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샛별배송’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이 서비스의 원조는 야마토운수다. 1988년 ‘쿨택배’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최초 신선식품 배송을 시작했다. 쿠팡 ‘로켓맨(로켓배송 기사)’이 친절함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었지만, 이 역시 야마토운수가 1970년대부터 적용한 ‘친절배송’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야마토운수가 자국 내 1등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계속하는 이유는 ‘라스트마일’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야마토운수를 비롯한 전 세계 물류기업이 라스트마일을 잡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야마토운수는 물류기업이지만 IT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로보네코 야마토에서 볼 수 있듯이, 각종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배송 방법을 고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내에서 주목을 받는 야마토운수의 실험으로는 ‘하늘을 나는 트럭’이 꼽힌다. 미국 헬기 제조사 ‘벨 헬리콥터’와 함께 공동개발하고 있는 이 트럭은 최대 450㎏의 화물을 시속 160㎞의 속도로 운반할 수 있다. 일정 고도까지는 수직으로 상승한 뒤, 이후 수평을 유지한 채 속도를 낸다.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20년대 중반이다.


UPS의 미국 시카고 허브 터미널 내부 모습. 사진 블룸버그
UPS의 미국 시카고 허브 터미널 내부 모습. 사진 블룸버그

日 야마토운수의 물류 혁신

일본 특유의 택배 문화도 야마토운수의 혁신을 촉진한다. 한국은 소비자가 부재 중일 경우 문 앞에 택배를 두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본은 부재 중일 경우 ‘부재연락표’라는 종이를 붙여두고 택배는 다시 회수해간다. 부재연락표에 기재된 연락처를 통해 재배송을 신청해야 택배를 받을 수 있다. 안전 배송을 보장하는 서비스 정신에서 비롯된 문화이지만, 라스트마일 비효율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재배송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측정한 결과, 일본 택배는 평균 약 20% 확률로 재배송되고 있었다. 노동시간으로 따지면 연간 1억8000만시간(9만명분량 노동력)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소비자들이 직접 물건을 찾아가는 배송 형태가 속속 도입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하철역 ‘택배박스’가 대표적이다. 야마토운수는 2016년부터 동일본여객철도(JR동일본)의 각 역에 택배박스를 설치, 소비자들이 출퇴근길에 직접 택배를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3월 말 기준 택배박스가 설치된 곳은 3000개소였지만, 야마토운수는 올해 말까지 5000개소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야마토운수 회원으로 가입만 하면 택배박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일부 지역 택배박스에선 일본 2위 택배업체인 사가와 익스프레스의 택배도 넣을 수 있다.

매출이 69조원에 달하고 배송 차량만 12만대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2016년 기준) 글로벌 물류기업 UPS(United Parcel Service) 역시 라스트마일 혁신에 한창이다. UPS는 안방인 미국에서 아마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처지다. 아마존은 여전히 UPS에 배송을 맡기고 있지만, 관계는 예전같지 않다. 2013년에 이어 작년 크리스마스 기간에도 UPS가 아마존 물품 배송에서 지연 사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때 아마존은 배송비를 환불해주고 기프트카드를 제공하는 등 UPS 대신 고객에게 사과해야 했다. 아마존은 현재 UPS 등 물류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배송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당시 UPS의 배달이 지연된 것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배송물량이 자체 배송능력을 초과했기 때문이었다. UPS는 이 사태를 계기로 아마존과 고객들의 신뢰를 잃었지만, 이후 배송능력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UPS는 2022년까지 미국 5개 도시에 대규모 허브터미널을 마련할 예정인데, 그중에서도 ‘수퍼 허브’로 불리는 1호 허브터미널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이미 공사를 시작했다. 이곳에만 4억달러(약 4500억원)가 투입된다.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분류부터 출하, 데이터 처리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해 1시간당 10만개를 처리할 수 있다.

최근 급성장하는 물류시장은 중국이다. 모바일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중국 1일 평균 택배 건수는 8500만건에 달한다. 중국 최대 물류회사인 순펑익스프레스는 75만㎢ 규모의 중국 내 첫 ‘택배공항’ 건설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장소는 후베이성 어저우시로, 투입 자금은 총 610억위안(약 10조5000억원)이다. 2020년부터 공항 가동을 시작, 2025년 245만t, 2045년 745만t까지 배송 처리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순펑익스프레스가 택배공항을 짓는 이유는 중국 내 ‘당일배송’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후베이성 어저우시는 베이징, 상하이, 충칭, 광저우 등 인구 1500만명 이상 대도시들의 한가운데 위치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80%에 해당하는 지역을 비행기 2시간 거리에 두고 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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