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피터버러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 사진 블룸버그
영국 피터버러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 사진 블룸버그

경기도 김포시 고촌에 있는 이마트몰 물류센터는 연면적이 축구장 6개 크기(4만3636㎡)다.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2016년 1월 설립된 이곳에선 하루 2만 건의 물품을 배송하고 있다.

신선·냉동식품을 포함한 2만5000여 개 품목을 자동으로 입·출고하는 컨베이어벨트는 ‘셔틀랙’이라 불린다. 셔틀랙은 물품 창고와 연결돼 있다. 주문 정보가 입력된 바코드가 붙은 상자가 셔틀랙 위에 도열해 있다. 상자가 셔틀랙을 지나가면 로봇이 창고와 셔틀랙 사이를 오가며 주문된 물품을 집어넣는다.

배송 오류를 줄이기 위해 상자에 담긴 물품의 무게·부피와 주문 정보를 대조하는 작업은 ‘체크리스트’로 불리는 곳에서 센서가 자동으로 진행한다. 직원은 물품이 제대로 담겼는지 최종 확인 작업만 한다. 이런 방식 덕택에 수작업 위주인 일반 물류센터보다 훨씬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배송은 수도권 서부와 인천 일부, 경기 북부 지역으로 하루 4번씩 하는데, 오후 3시 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받을 수 있다. 직접 선택한 시간에 맞춰서도 배송해 준다.

이마트는 현재 경기도 용인 보정과 김포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물류센터 두 개를 만들기 위해 투자한 돈만 2200억원에 달한다. 이마트는 김포에 제2물류센터를 건립 중이다.

이마트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까지 설립하며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온라인 주문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38조5000억원이던 온라인쇼핑 시장이 지난해 80조원까지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매년 온라인 쇼핑액이 10~20%가량 성장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까지만 제품을 갖다 놓으면 됐던 거대 유통 기업에 커다란 과제가 생긴 것이다. 매장이 아니라 소비자가 있는 집이나 사무실까지 주문품을 가져다 놓아야 하는데, 이것은 기존 유통 기업들이 쌓아놓은 인프라·노하우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더 빠른 온라인 배달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요구도 강해지고 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4700명의 중국, 독일, 미국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0%가 당일 배송 또는 즉시 배송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쇼핑할 때 배달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양질의 배달 서비스를 받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낼 의사가 있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가장 먼저 대응한 곳은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다. 2014년 3월 쿠팡은 주문 후 24시간 내 배송을 보장하는 ‘로켓배송’과 정직원이 직접 배송하는 ‘쿠팡맨’ 서비스를 도입하며 외주 중심의 기존 배달 체계의 변화를 이끌었다.

당시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CEO는 ‘한국판 아마존’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빠른 배송을 무기로 급성장한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 기업 가치는 약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하자 기존 유통 업계 강자인 롯데그룹도 2014년 12월부터 서울 강남역 인근 롯데칠성 부지에 온라인 배송 전용 물류센터인 ‘롯데슈퍼 프레시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서울·경기에 9개, 지방에 7개 등 16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전역에서 온라인 주문 후 3시간이면 물건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병희 롯데정책본부 상무는 “‘우리 경쟁자는 구글과 아마존’이라는 신동빈 회장의 생각을 반영해 만들었다”고 롯데슈퍼 프레시센터 설립 취지를 밝혔다. G마켓과 옥션(이베이코리아), GS숍 등도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 배송 위해 비행기 40대 임대

세계 1위 유통 기업인 아마존은 빠르게 물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마존이 물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게 된 계기는 2013년 크리스마스 시즌의 배송 지연 사태다. 당시 나쁜 날씨와 밀려드는 배송품 때문에 아마존과 거래하는 UPS(United Parcel Service)의 배송이 일주일 이상 지연됐다. 아마존은 고객에게 사과해야 했고 물류 서비스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아마존은 2016년 보잉 767기 40대를 장기 임대해 물류센터와 물류센터 간 배송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하지는 않지만 물류센터 간의 배송품 전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 2017년 한 해 동안 미국 내 26개의 추가 물류센터를 신설해 배송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이에 더해 아마존은 올해부터 고객과 만나는 마지막 접점인 택배 사업까지 진출하며 라스트마일을 잡기 위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2월 호주 시드니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택배 사업을 시작했다. 아마존은 WSJ에 “앞으로는 아마존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모든 판매자에게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아마존에서 판매된 물품은 물류센터까지만 아마존이 배송하고,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는 주로 페덱스나 UPS 등 물류 기업이 담당했다.

아마존의 자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은 페덱스 등에 배송비로 200억달러(약 21조원)를 지불했다. 자체 배송이 이뤄지면 이 금액의 10%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아마존의 분석이다.

아마존의 자체 배송 서비스는 1만달러(약 1100만원)의 초기 자본금을 낸 개인이나 기업에 4대의 아마존 배달용 차량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차량에 장착된 아마존의 소프트웨어가 물류창고에서 최종 배달지까지 가장 빠른 길을 결정하고 안내해준다. 미 CNN은 “새 배송 정책으로 고객의 집 문 앞까지 아마존 로고가 새겨진 차량이 배송을 책임지면서 엄청난 광고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민정웅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아마존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물류·제조·금융·IT 분야까지 웬만한 산업들을 모두 쌓아 올리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plus point

물류 창구로 변신하는 ‘편의점’

유통 기업의 소규모 판매 채널인 편의점의 택배 서비스 창구 기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택배의 월평균 이용 건수는 113만 건(2015년 기준)에 달했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대다수 편의점들이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택배 추적(배송품의 현재 위치 알림 서비스), 당일 배송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편의점 택배는 저렴한 가격과 24시간 운영 등의 장점 때문에 빠르게 이용 고객이 늘고 있다. 우체국 택배의 경우 최소 기본요금이 4000원이지만 편의점 택배는 2500원이다. 또 오후 5시면 택배 업무를 마감하는 우체국과 달리 편의점은 24시간 택배를 접수한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택배 업체와 소비자의 창구로서 편의점 기능이 앞으로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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