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허지은(32)씨는 아이들이 잠든 밤이면 마켓컬리 애플리케이션(앱)에 자주 접속한다. 마켓컬리는 채소를 포함한 신선식품이나 된장찌개 등 아침에 먹을거리를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까지 배송되는데, 보통은 새벽 3시 30분~4시쯤 배달이 끝난다. 이 회사가 내세운 ‘샛별배송(새벽배송)’이다. 아이스 망고, 된장찌개, 두부, 무농약 간편 샐러드, 등심 불고기, 베이글, 완도산 전복 등 다양한 식자재를 고를 수 있다. 배달이 끝나면 배달된 물품을 찍은 사진을 문자로 보낸다. 허씨는 “보통 마트에서는 묶음으로 팔아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사게 돼, 나중에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두부 한 모 등 딱 먹을 만큼만 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앱이 출시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2018년 3월에 월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마켓컬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만, 원하는 시간에, 바로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장했다. 헬로네이처·GS프레시·롯데슈퍼·이마트 등 온·오프라인 업체들도 모두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새벽배송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힘든 직장인들을 위해 개발됐다. 식자재를 배달해주는 단순한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에서 아침에 먹을 만한 간편식을 마련해 소비자가 가장 필요한 시간대인 새벽에 이를 배송하는 방법으로 서비스 질을 높였다.

새벽배송뿐 아니라 의류 등 다양한 생필품을 판매·유통하는 기업도 소비자와 만나는 마지막 접점인 라스트마일에서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현관 문 앞에 던져놓고 가면 되는 단순한 배송 서비스로는 까다로워진 고객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배송 서비스의 질을 놓고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신선 배송 시장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켓 앤드 마켓은 신선 배송 시장이 2017년부터 연평균 7%씩 성장해 2020년에는 2713억달러(약 308조35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이나 의약품 등의 온라인 거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맞춰 이마트몰은 지난 5월부터 ‘쓱배송 굿모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전날 오후 6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6~9시 또는 7~10시에 배송해준다. 롯데슈퍼도 온라인 배송 전용센터인 ‘롯데프레시센터’에서 서울 지역에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GS리테일·티몬·한국야쿠르트 등 주요 식음료 기업들도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신선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신선 배송 서비스는 해외에서 먼저 활성화됐다. 미국 아마존은 2007년 신선식품 배송 업체인 ‘아마존 프레시’를 설립했다. 아마존 프레시는 아마존이 자체 트럭으로 달걀이나 딸기 같은 신선식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2009년부터는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의 유통 체인 업체인 수퍼 스파이시스(Super Spicies)는 드론 기업 이항(ehang)과 함께 지난 5월부터 신선식품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선 광저우 톈허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마트에서 4.5㎞ 이내에 있는 소비자가 모바일 앱으로 주문하면 20분 안에 신선식품을 받을 수 있다.


일회용품·여가용품도 배송 서비스 경쟁

배송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는 신선식품뿐 아니다. 일회용품, 여가용품 등을 고객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배송해주는 기업이 많다.

일본의 물류 기업 야마토(大和)운수와 사가와규빈(佐川急便)이 제공하는 골프가방 배송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의 대표 사례다. 무거운 골프가방을 들고 골프장을 찾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고객을 위해 편도 1620엔, 왕복 3040엔으로 간토(關東·도쿄 중심)에서 간사이(関西·교토와 오사카 중심) 지역의 골프장으로 골프가방을 배송해준다. 야마토 운수는 스키를 스키장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한다.

도쿄에 있는 중소기업 엑설런트규빈은 행거 트럭으로 의류를 옷걸이에 건 채 배송하는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한다. 보통 의류를 상자에 담아 운반해 옷이 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행거 트럭을 이용하면 옷을 상자에 넣을 필요가 없어 구겨지지 않는다.

미국의 달러셰이브클럽은 일상생활의 소모품인 면도날을 정기배송해준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매달 최소 1달러만 내면 교체용 면도날을 1회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국의 대형마트에서 면도날을 사려면 최소 단위로 구매해도 15달러 이상 든다. 이렇게 비싼 제품을 원하지 않는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배송하는 것이다.


plus point

차 안까지 배달하는 아마존 ·월마트

아마존 직원이 고객의 차 트렁크에 물건을 집어넣고 있다. 아마존은 차 트렁크까지 배송하는 인 카 딜리버리(In-Car delivery)를 미국 내 37개 도시에서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아마존 직원이 고객의 차 트렁크에 물건을 집어넣고 있다. 아마존은 차 트렁크까지 배송하는 인 카 딜리버리(In-Car delivery)를 미국 내 37개 도시에서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서 낮에 빈집인 경우가 많아지는 게 세계적 추세다. 이런 흐름에 맞춰 등장한 배송 서비스가 인홈 딜리버리(In-Home Delivery)와 인카 딜리버리(In-Car Delivery)다. 이는 주문자가 부재 중일 때 집 안이나 차 안에 배송품을 들여 놓아주는 서비스다. 집과 차는 소비자의 가장 개인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이 공간까지 배송을 맡긴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가 쌓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집이나 차 안까지 만족스러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재주문 가능성도 커진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유통 기업인 아마존과 월마트는 고객의 집과 차 안에 들어가기 위한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부터 인홈 딜리버리를, 올해 4월부터는 인카 딜리버리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아마존 프라임(아마존의 프리미엄 서비스) 회원에 가입해야 한다. 인홈 딜리버리의 경우 별도 키트(보안 카메라+스마트 도어락)를 집에 설치해야 한다. 아마존은 이 키트를 269달러(약 30만원)에 팔고 있다. 보안 카메라와 도어록이 설치된 집에 배달원이 도착하면 회원의 휴대전화로 알림 메세지가 보내지고 보안 카메라는 녹화를 시작한다. 회원은 스마트폰으로 배달원 모습을 볼 수 있다. 배달원 신분을 확인한 회원은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아마존 키(Amazon Key) 애플리케이션으로 일회용 비밀번호를 배달원에게 알리고 배달원은 이 번호로 집 안으로 들어가 택배물을 들여놓고 나오면 자동으로 도어록이 잠긴다.

인카 딜리버리 서비스는 주문자가 아마존 키 앱으로 아마존 계정에 연결한 후 무선연결 시스템으로 차량 트렁크의 문을 열어 주면 택배기사가 배송품을 넣을 수 있다. 현재는 미국 37개 도시에서 4G LTE가 적용된 GM·볼보 차량 소유자만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은 이 서비스 대상 차량과 지역을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아마존의 기술총괄책임자인 피터 라슨은 블룸버그에 “고객이 없는 가정에 상품을 안전하게 배달하는 서비스는 아마존이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서비스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월마트는 실리콘밸리 등 일부 지역에서 냉장고 배송(2017년 9월)까지 하고 있다. 고객이 온라인 주문을 하면서 특정 시간에만 이용 가능한 일회용 패스워드를 전달하면, 직원이 패스워드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가 냉장고에 신선식품을 넣는다. 배송 과정은 폐쇄회로TV를 통해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전달된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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