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구오 대만 중국문화대학 정보통신기술 프로그램, 무라타제작소·아수스 근무 /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켄 구오 디램익스체인지 리서치부회장. 사진 이민아 기자
켄 구오
대만 중국문화대학 정보통신기술 프로그램, 무라타제작소·아수스 근무 /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켄 구오 디램익스체인지 리서치부회장. 사진 이민아 기자

올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최대 화두는 ‘고점 논란’이다. 업계의 호황이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내년이면 실적 증가세가 꺾일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 1·2위 회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지난 2년간 디(D)램 호황을 누리며 올 3분기까지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디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상품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세 회사가 전 세계 디램의 95% 이상을 만든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율은 각각 45.5%, 29.1%로 나란히 1·2위다(3분기 기준).

지난 2016년 말 이후 디램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17조5000억원·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부문별 실적을 보면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13조65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78%에 달한다. 반도체는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이 휘청거리는 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해 왔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국내 반도체 산업의 누적 수출액은 1000억달러(약 112조원)를 돌파했다.

하지만 4분기 들어 반도체 업황에 경고등이 켜졌다. 수년간 이어져 온 디램 호황이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와 증시 전문가는 대만의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를 주목했다. 한국 경제의 성패와 연관이 깊은 디램 가격을 꾸준하게 추적하고 전망을 발표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11월 1일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말 디램 가격이 한 달 전보다 10.7% 떨어졌다. 디램 가격이 내려간 것은 디램익스체인지가 가격 집계를 시작한 2016년 6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디램익스체인지는 대만 시장조사 회사인 ‘트렌드포스’에서 반도체 분야만 전문으로 다루는 리서치센터다. 지난 2000년 대만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던 케빈 린이 자신의 전문분야인 디램 시장조사 회사를 만들겠다며 설립했다. 디램익스체인지는 매달 디램과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세를 발표하고 시장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는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증시 관계자들은 디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하는 디램 가격 정보를 참고해 반도체 회사들의 수급과 매출, 영업이익 등을 가늠한다. 디램익스체인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실적을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한국 시장에서 주목한 디램익스체인지의 보고서는 “내년 디램 가격이 올해보다 15~20%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보고서가 나온 이후 국내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위기론, 나아가서는 한국 경제 위기론까지 불거졌다. ‘이코노미조선’은 보고서가 나오기 약 열흘 전인 10월 22일 대만 타이베이(臺北) 디램익스체인지 본사에서 디램 관련 연구를 주도하는 켄 구오 리서치부회장을 만났다.


내년 디램 가격 하락을 확신하는 이유는.
“디램에 대한 수요가 올 4분기부터 줄어들 것이고, 내년에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디램 가격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지금까지 디램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4분기에 디램 가격은 10% 이상 떨어질 것이다.”

올해 디램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던 원인이 무엇인가.
“기술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의 호황 덕분이었다. 디램은 크게 서버용 디램, 모바일 디램, 그래픽 디램으로 나뉜다. 이 중 서버용 디램과 그래픽 디램의 수요는 지난 3분기까지 폭발적이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키우면서 서버용 디램의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또 가상화폐 열풍으로 그래픽 디램 수요가 폭증했다. 컴퓨터에 더 많은 그래픽 디램을 설치하면 더 빨리 연산을 풀어 더 많은 가상화폐를 채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수요가 올해 4분기부터는 없을 것이다. 반도체 회사들은 가상화폐 호황이 이어질 줄 알고 그래픽 디램을 많이 생산해놨는데, 수요가 사라져버렸다.”

디램 생산량의 95% 이상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세 곳에서 나온다. 다 같이 공급량을 줄이면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지 않나.
“그들도 가격을 통제하고 싶어 할 테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전례없이 수요가 많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굴기를 주창하는 중국도 당장은 아니지만 설비 투자를 완료하는 2020년쯤부터는 무섭게 치고 올라올 것이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 푸젠진화반도체(福建晋华·JHICC)도 디램 양산을 위해 올해부터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회사들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내 디램 수요를 흡수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밀어붙이면서 성장할 것이다.”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과 달리 내년 설비 투자를 줄이려고 하는 것 같다(SK하이닉스는 10월 25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 내년 투자 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줄인다”고 했다).
“수요가 줄어들더라도 투자를 줄이면 안 된다. 특히 중국 회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미세 공정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공정이 미세해지면 칩 크기를 줄일 수 있어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2세대 10㎚(나노미터)급 디램을 생산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 회사는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뿐이다. 기술 우위를 지켜나가야만 중국의 물량 공세로부터 현재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삼성전자가 투자를 줄인 적은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 투자를 줄이게 되는 순간 제아무리 삼성전자라도 디램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 회사들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의 영향을 받지는 않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이 7월에 미국 마이크론의 일부 제품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중국 내 판매 금지 판결을 내렸다. 미국 상무부가 10월에 중국 푸젠진화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후 중국은 마이크론에 더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반독점 조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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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램 디램은 다이내믹 램(Dynamic Ram)의 줄임말로, 대용량 임시 기억 장치다. 단기적으로 정보를 읽고 쓰고 기억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전원이 끊어지면 내용이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타이베이(대만)=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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