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타이난 안핑지구에 위치한 ‘뤼젠의 새우와 만두’에서 식사를 하고있는 사람들. 사진 이민아 기자
10월 16일 타이난 안핑지구에 위치한 ‘뤼젠의 새우와 만두’에서 식사를 하고있는 사람들. 사진 이민아 기자

대만은 전 세계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나라다. 대만 여행객들은 샤부샤부처럼 고기와 채소를 뜨거운 국물에 담가 먹는 훠궈, 중국식 만두인 딤섬, 소고기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우육면, 망고빙수 등 이름만 들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음식에 매료돼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대만으로 출장 가게 됐을 때 그런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런 요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며 출국일을 기다렸다.

지난 10월, 8박 9일간의 출장 동안 타이베이(臺北)·타이중(臺中)·타이난(臺南)에 체류하면서 수면 시간을 아껴 하루에 4~5끼를 먹었다. 훠궈나 딤섬 같은 유명한 음식들은 대부분 수도 타이베이에서 맛봤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 돌아오니 또 먹고 싶은 대만 음식은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 찾기 어려운, ‘현지인에게만 유명한’ 맛집에서 먹은 것들이었다. 그 음식점들은 북부의 타이베이가 아닌 타이난과 타이중에 있다.

대만 남부의 타이난은 전통음식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타이난은 한국으로 치면 경주처럼 역사가 깊은 고도(古都)다. 대만을 식민 지배하던 네덜란드가 1600년대에 수도로 지정하고 이 지역을 개발하면서 타이난은 400년 가까이 대만의 정치·문화적 중심지였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요새로 쓰기 위해 1627년 지은 첫 서양식 건물인 안핑고보(安平古堡)가 키 작은 근대식 가옥들이 늘어서 있는 안핑(安平)지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시아 슈퍼팀의 안핑지구 맛집 지도
아시아 슈퍼팀의 안핑지구 맛집 지도
타이난 안핑지구에 있는 ‘뤼젠의 새우와 만두(瑞珍蝦仁餛飩)’에서 파는 새우튀김만두.
타이난 안핑지구에 있는 ‘뤼젠의 새우와 만두(瑞珍蝦仁餛飩)’에서 파는 새우튀김만두.

새우튀김만두, 아시아 슈퍼팀에 인기

대만대외무역발전협회(이하 TAITRA)는 외국인 대상 인센티브 관광 홍보 프로그램인 ‘아시아 슈퍼팀’의 첫 게임을 ‘타이난 안핑지구 맛집 탐방’으로 구성했다. 아시아 슈퍼팀은 아시아 8개 나라 각각 1개 회사를 선정해 대만으로 초청하고 4개의 게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나라 참가자들에게 5만달러의 상금을 주는 행사다.

아시아 슈퍼팀 참가자들은 안핑지구 맛집 지도를 보고 가장 빨리, 많은 음식을 먹고 돌아와야 한다는 임무를 받았다. 맛집 지도는 TAITRA가 현지에서 유명한 곳들을 찾아내서 구성했다고 한다. 한국의 유안타증권팀과 함께 맛집을 찾아 뛰어다니며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데 동참했다.

게임이 끝나고 아시아 슈퍼팀 참가자 중 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 온 참가자 12명에게 ‘안핑지구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을 물었다. 이들 중 9명은 ‘뤼젠의 새우와 만두(瑞珍蝦仁餛飩)’에서 팔았던 ‘새우튀김만두’를 꼽았다. ‘뤼젠의 새우와 만두’는 구글지도에 음식점 이름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관광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맛집이다.

길쭉한 만두를 둥글게 말아 놓은 갈고리 모양의 새우튀김만두는 바싹하게 튀겨져 노릇노릇한 빛깔을 뽐냈다. 만두피 위에는 처음 보는 흰색 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경계심에 가루에만 먼저 살짝 혀를 댔더니 달고 짭조름하면서 고소해 감칠맛이 났다.

새우와 돼지고기를 한데 뭉친 만두소에 붉은 칠리소스를 찍어 먹으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까지 더해진다. 5명이 만두 7개를 해치우는 데 걸린 시간은 1분이었다. 아시아 슈퍼팀 한국인 참가자인 이정석 유안타증권 사원은 “이 만두는 한국에 싸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사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붉은 벽지로 도배된 식당 입구에는 ‘2010·2011년 타이난이 선정한 전통 맛집’이라는 문구가 중국어로 쓰여 있었다. 주요 관광지에 대부분 한국어 안내를 제공하고 있는 타이베이와 달리 타이난에서는 한국어는커녕 영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흔치 않은 음식을 먹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


타이중 펑지아야시장에서 파는 느타리버섯양념구이.
타이중 펑지아야시장에서 파는 느타리버섯양념구이.

양념 바른 느타리버섯구이

아시아 슈퍼팀 일정을 마치고 다른 일정이 있어 10월 19일 타이베이에서 타이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타이중에서 취재를 도와준 TAITRA 타이중 지사의 직원 조앤 시에가 헤어지기 전 갑자기 “타이중 토박이로서 말하건대, 펑지아야시장(逢甲夜市)을 꼭 가보라”고 했다. 그는 펑지아 야시장은 관광객만 가득한 타이베이의 스린야시장과는 달리 현지 대학생 등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9시 30분쯤 찾은 펑지아야시장은 인파로 북적였다. 쨍한 흰색 조명이 환하게 켜진 시장 거리를 3분 정도 걸었더니 느타리버섯양념구이를 파는 노점상이 보였다. 사람 손만큼 길쭉하고 큼지막한 느타리버섯을 두 남자가 요리하고 있었다. 한 명은 버섯을 일렬로 줄세우고 숯불에 뒤집어가며 솔로 바비큐 양념을 바르고, 나머지 한 명은 익숙한 솜씨로 버섯을 한입 크기로 조각내 일회용 용기에 담았다. 대만 사람은 이 메뉴를 ‘대왕버섯바비큐(BBQ)’라고 부른다. 다른 노점에는 대기 인원이 없었는데 유독 이 노점에만 10명 가까이 줄을 서 있었다.

정확히 18분을 기다려 버섯구이 한 접시를 손에 넣었다. 입맛에 따라 고추냉이·고춧가루·소금과 후추·김가루를 고르면 양념을 추가로 뿌려준다. 버섯양념구이는 늦은 밤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간절히 생각날 음식이다. 가격은 한 접시에 70대만달러(약 2800원). 짭조름한 버섯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50대만달러(약 2000원)짜리 달콤한 밀크티를 바로 옆 노점상에서 샀다. 후식으로 50대만달러(약 2000원)짜리 고구마치즈볼까지 먹어도 1만원이 채 안 된다.

대만 중·남부 음식은 달고 짠맛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 입맛에 제격이었다. 아시아 슈퍼팀 참가자인 싱가포르의 펠리시아 입 뉴샨트래블 영업담당은 “한국에서 6개월간 교환학생으로 체류하면서 한국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타이난 음식을 먹어 보니 한국에서 먹었던 갈비찜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타이베이.타이난(대만)=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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