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지난해 인수한 중국 내 최대 외자계 유통업체 가오신의 체인 할인점인 다룬파이 상하이 매장.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알리바바
알리바바가 지난해 인수한 중국 내 최대 외자계 유통업체 가오신의 체인 할인점인 다룬파이 상하이 매장.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알리바바

중국 정보기술(IT) 업계 양대 축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중국인,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일상생활을 점령하고 있다. 이동수단(자전거·차량공유), 패션, 부동산 매매·임대 서비스까지 이들이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이들은 특히 온라인과 모바일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삶을 좌우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1월 28일 중국 남부 광저우 바이신광장 서구 1층에 용후이 차오지우종이 문을 열었다. 쇼핑하면서 음식을 즐길 수 있고, 현장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해 배송받는 온·오프라인 결합의 신선식품 신유통 매장으로 광저우에선 두 번째다. 2017년 1월 푸저우에 처음 문을 연 차오지우종의 점포 수가 연내 100개를 넘어설 것이다.

2016년 1월 상하이에 1호 점포를 열어 신유통 원조로 통하는 허마셴성의 경쟁자다. 허마셴성도 12월 중 후난성 1호 점포를 개장하는 등 점포가 1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허마셴성의 강점은 반경 3㎞ 이내 30분 배송을 책임지는 서비스다. 허마셴성 매장의 반경 3㎞ 내가 부동산 뜨는 곳으로 분류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같은 수준의 배송 서비스를 하는 차오지우종은 지난 6월 문을 연 광저우 1호점에서 드론(무인기)배송을 처음 시행해 반경 3㎞ 이내 배송 시간을 15~20분으로 줄였다. 허마셴성의 창업자 호우이 최고경영자(CEO)는 “냉장고가 등장하면서 대량으로 먹을 걸 사는 도시 생활이 가능해졌지만, 허마셴성의 등장으로 매일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도록 한 게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먹혔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중국인의 식생활까지 바꾸고 있다는 평을 듣는 배경이다.

차오지우종과 허마셴성, 두 회사 뒤에는 아시아 시총 1, 2위를 다투는 중국의 양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있다. 텐센트는 지난해 12월 차오지우종의 모회사인 용후이수퍼에 투자했다. 텐센트를 최대주주로 둔 징둥이 2015년 용후이수퍼에 투자한 데 이은 것이다. 허마셴성은 2015년 알리바바 자회사로 설립됐다. 올 1월 신유통 신선식품 매장 7프레시 1호점을 베이징에 연 징둥은 지난 9월 16개 부동산개발 업체와 3~5년 내 1000개 점포를 열기로 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중국의 식생활뿐 아니라 입고, 거주하는 이른바 의식주와 이동수단까지 지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판 배달의민족인 메이퇀뎬핑과 어러머를 비롯해 이동수단의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디디추싱, 오포, 모바이크 뒤에도 두 회사의 그림자가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자체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주로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식으로 중국인의 일상생활을 점령하고 있다. 양사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와 알리페이가 중국인의 삶을 지배하는 생태계 구축의 핵심 인프라다.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는 중국에서 두 회사가 벌이는 ‘식(食)’을 위한 전쟁은 전방위적이다. 중국 1위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는 메이퇀과 다중뎬핑이 2015년 10월 합병한 메이퇀뎬핑이다. 메이퇀은 알리바바가, 다중뎬핑에는 텐센트가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메이퇀과 다중뎬핑이 합쳐진 후 알리바바는 지분을 털고 나와 어러머 지분 인수에 들어갔다. 알리바바는 텐센트와 달리 다른 기업 투자 때 이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수직 계열화 전략을 구사한다. 이 때문에 피인수 대상 기업의 창업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발을 빼는 식으로 투자 전략을 조정해왔다. 알리바바는 메이퇀뎬핑의 경쟁사인 어러머를 인수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경쟁사인 바이두와 이마이를 합병했다.

가격이 다소 비싸도 편리해 젊은층이 선호하는 편의점 시장에서도 텐센트와 알리바바 계열의 전쟁이 치열하다. 식음료품 등의 공급사슬과 물류망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기존 구멍가게를 개조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동반성장 전략이기도 하다. 징둥은 2017년 6월 허베이성 런추에 징둥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꿔 단 1호점을 열었다. 지난해 말까지 45만 개의 징둥편의점이 생겼다. 2017년 8월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톈먀오가 항저우에 있는 저장대 앞 구멍가게를 개조하는 것으로 시작한 텐먀오샤오뎬은 올 11월 11일 솽스이(雙11·광군제) 행사 전까지 3000여 개로 늘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은 중국 최대 가전유통 업체 쑤닝은 쑤닝샤오뎬으로 편의점 시장에 진출했다. 올 1월 상하이에서 1호점을 연 쑤닝샤오뎬은 베이징에만 점포가 이미 600개를 넘어, 베이징 편의점 시장 최대 기업이 됐다. 쑤닝샤오뎬은 신선식품이 매장 상품의 30%를 차지한다. 향후 3년간 중국 전역에 5000개 점포를 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쑤닝샤오뎬은 향후 보모 용역, 가전 수리, 세탁, 우산 공유 등의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첨단기술도 대거 적용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중국판 유니클로’로 통하는 남성의류 업체 하이란즈자를 놓고도 경쟁을 벌였다. 중국 전역에 55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하이란즈자에 러브콜을 보낸 건 알리바바였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해 8월 하이란즈자 본사를 찾았고 하이란즈자는 그해 알리바바 솽스이 행사에 스마트 매장으로 참여했다. 알리바바는 옷을 선택하면 입은 모습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미러 등의 기술을 제공했다. 하지만 하이란즈자가 피를 섞은 쪽은 텐센트였다. 텐센트는 올 2월 25억위안(약 4000억원)을 투자해 하이란즈자 지분 5.31%를 확보했다. 알리바바는 기존 백화점 업체인 인타이상업 등을 인수하는 식으로 ‘의(衣)’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주(住)’의 전쟁은 텐센트가 중국 최대 부동산 유통 업체인 롄자에 2017년 4월 30억위안(약 49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그해 12월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은 데서 읽을 수 있다. 알리바바가 계열 쇼핑몰인 타오바오와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통해 부동산 매매·임대 서비스 등에 진출한 데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알리바바는 올 2월 가구 유통 업체 쥐란즈자에 55억위안(약 9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안면인식으로 체크인 등이 되는 스마트 호텔 사업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plus point

중국 스타트업 돈줄 역할도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향후 중국 경제를 이끌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투자 규모가 1200억위안(약 19조4600억원), 1000억위안(약 16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가 각각 지난 한 해 동안 투자한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텐센트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회사는 750여 개, 알리바바는 350여 개에 이른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을 가장 많이 확보한 투자회사 상위권에도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포진해있다. 번스타인리서치의 데이비드 다이 애널리스트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스타트업 투자의 중요성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투자 사업이 단순한 수익 창출에 있지 않다. 사업 생태계 확장을 위한 포석 성격이 적지 않다. 텐센트는 10억 명이 넘는 위챗 사용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 투자 기업을 찾아나서고 있다. 주요 수익원인 게임 사업이 중국 당국의 사상통제 강화로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는 것도 신규 수익원의 중요성을 더한다. 알리바바는 신유통 중심으로 새로운 잠재 시장 발굴 차원에서 투자한다. ‘천하에 어려운 사업을 없도록 하겠다’는 모토를 내건 알리바바는 모든 상거래의 인프라 업체를 자처한다. 미래에 등장할 상거래 유형을 빨리 찾아내 확산시키는 게 알리바바로선 득이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차이충신 알리바바 부총재는 지난 9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벤처캐피털 수준의 수익을 기대한다”면서도 “투자받은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울 인재를 확보하고 있어 투자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고 자신했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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