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궈인시아드 경영대학원, 시나코퍼레이션 애널리스트, SAP 컨설턴트(왼쪽) 마오사이 보스턴칼리지 경제학, 컬럼비아 대학원 경영과학, 무디스 애널리스트(오른쪽)
샐리 궈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시나코퍼레이션 애널리스트, SAP 컨설턴트(왼쪽)
마오사이 보스턴칼리지 경제학, 컬럼비아 대학원 경영과학, 무디스 애널리스트(오른쪽)

국내 TV 드라마에서 빠지면 허전한 게 재벌 2세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일상에서 대기업 총수 자제와 엮일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그런데 몇 달 전 기업 관련 행사의 뒤풀이 파티에서 ‘대륙의 금수저’와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것도 둘씩이나. 서울 한남동의 한 바에서 열린 이날 행사의 주된 타깃은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털(VC) 관계자 등이었다. 여기에 중국 최대 복합 정보기술(IT) 솔루션 제공업체인 디지털차이나 그룹 궈웨이 회장의 장녀 샐리 궈(Sally Guo)와 중국 최대 신용평가사 중청신(CCXI) 그룹 마오전화(毛振华) 회장의 장남 마오사이(毛赛)가 참석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주최 측에 부탁해 어렵게 만남의 기회를 얻었다.

궈 회장은 한때 ‘중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기까지 했던 거물이다. 미국 경제지 ‘포천’의 중국어판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재계 총수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88년 중국 PC 제조업체 레노버(당시 레전드 그룹)의 홍보 직원으로 입사해 12년 만에 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였던 디지털차이나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디지털차이나는 이듬해 레전드 그룹에서 분리됐다. 마오 회장은 인민대 경제연구소 소장을 겸하는 등 경제학자로도 명망이 높다. 2013년에는 모교인 우한대학에 5000만위안(약 80억원)을 쾌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샐리 궈와 마오사이는 1989년생 동갑내기로 같은 시기 미국 보스턴에서 공부한 인연으로 친해졌다. 궈는 보스턴대(BU), 마오는 거기서 멀지 않은 보스턴칼리지(BC)를 다녔다.

이후 인시아드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궈는 지난해 11월 동남아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E펀더스’라는 에이전시를 창업해 운영 중이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다. 마오는 컬럼비아대에서 경영과학 석사학위를 받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서 근무하다 2016년 귀국해 아버지의 사업을 돕고 있다. CCXI는 무디스의 중국 합작 파트너이기도 하다. 무디스가 CCXI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인사를 나누고 조금 있으니 음악이 시끄러워 대화가 불가능했다. “잠시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하니 선뜻 응했다. 좁은 복도에 둘을 세워두고 20분 정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둘 다 개의치 않는 듯했다.


둘이 어떻게 처음 만났나.

마오 “원래 부모님들끼리는 알고 지내던 사이다. 베이징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살았다. 하지만 우리 둘이 친해진 건 보스턴 유학 시절 하버드대가 매년 주최하는 북미 최대의 중국 관련 학술행사인 ‘하버드 차이나 포럼’에 함께 참석하면서부터였다.”


부친이 대기업 총수이기 때문에 자기만의 길을 가긴 어렵겠다.

“그래서 내가 싱가포르로 도망쳤다(웃음). 처음에는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사업 아이템도 아버지 사업과 관련 없는 것으로 잡았다. 중국은 인터넷 시대에서 인공지능(AI) 시대로 이동 중이지만 동남아는 인터넷 시대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다. 좋은 사업 기회가 많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오 “나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신용평가 사업은 정부 규제를 많이 받기 때문에 아직까진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하다.”


부모님 세대와 본인 세대 중국인들의 가장 큰 차이는.

마오 “지난 30~40년간 중국 경제 성장은 우리 부모님 세대 덕이 컸다. 우리 세대는 교육 수준이 높다. 또 인터넷 혁명의 정점에 올라탄 세대라고도 할 수 있다. 정보가 풍부해진 덕분에 부모님 세대와 다른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며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우리 가족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다양하고 열린 관점을 접목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아버지께 ‘해외 사업에 필요한 현장감을 얻기 위해 외국인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 잘 알기 때문에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마오 “사실 난 미∙중 갈등의 최대 피해자다. 미국에서 일하다가 H1B 비자(전문직 취업 비자) 발급을 거절당해 중국에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정치적 변화인데 어쩌겠나.”

“비즈니스에 있어 국제화는 뒤집을 수 없는 트렌드다. 중국은 활짝 열려있다. 중국도 기업 경영에서 다른 나라로부터 배워야 할 게 많다. 우리는 이제 2세 경영인이 등장했지만,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도 그 단계를 지나지 않았나. 위기 극복과 승계 과정 등에 대한 교훈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배움을 멈추는 순간 ‘넥스트(next) 노키아’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늘 느끼며 살아간다.”


중국의 다른 2세 경영인들과 자주 만나나.

마오 “중국에서 흔히 ‘관시(關係)’라고 부르는 것은 비즈니스 세계 어디서나 중요한 네트워킹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중국의 2세 경영자들도 상호 네트워크를 다지기 위해 늘 노력한다. 서로 이웃 동네에 살고 자녀를 같은 학교에 보내고 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사업적인 계산에 따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라온 환경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편하다.”


부친 사업 승계를 포함한 향후 계획은.

마오 “중국의 신용평가 사업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그중 일부를 맡아 발전시키는 게 내 임무다. 2년 전 홍콩 사무소를 열었고, 나이스신용평가와 네이버 라인 등 한국 기업과도 협력 중이다. 아직 승계 문제를 고민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우선은 E펀더스를 잘 키우고 싶다. 한국 5대 대기업 중 한 곳과 동남아 사업을 논의 중이다. 디지털차이나 그룹 경영은 주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최고 적임자가 이어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에 조언 부탁한다.

“중국이 좋은 몫을 다 차지하기 전에 서둘러 동남아에 진출해야 할 것 같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반면 동남아는 아직 ‘기회의 땅’이다. 일본 기업의 인지도가 매우 높지만, 한국 기업의 이미지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해볼 만할 것 같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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