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강원대 컴퓨터공학과 석사, 와이즈넛 연구소 연구원, 다음 추천팀 팀장 / 사진 김홍구 객원기자
김광섭
강원대 컴퓨터공학과 석사, 와이즈넛 연구소 연구원, 다음 추천팀 팀장 / 사진 김홍구 객원기자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을 보유한 카카오는 최근 큐레이션(curation)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매년 인공지능(AI) 기술 인력을 포함한 신규 직원을 400명가량 고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외 대학 두 곳과 산학협력을 맺고 음악 큐레이션에 적용하기 위한 음원 분석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15년 다음 뉴스 정도에만 적용됐던 큐레이션 기술은 최근 3년간 확대돼 브런치, 다음 웹툰, 다음 카페, 카카오TV, 멜론, 카카오뮤직,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김광섭 카카오 추천팀 팀장은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생산된 데이터가 10년 전보다 수백 배로 늘어난 시대에 데이터를 선별하고 추천하는 ‘큐레이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큐레이션 기술이 적용된 후 나타난 변화만 봐도 그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큐레이션을 통해 얻은 성과는 수치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카카오는 2015년 6월 다음 모바일 메인 뉴스에 추천 엔진을 적용했는데, 도입 후 다음 뉴스의 이용량과 뉴스 다양성, 체류 시간 등 관련 지표가 모두 증가했다. 도입 직전과 도입 2개월 후 지표를 보면 총클릭 수는 130%, 체류 시간은 60%, 이용자 수는 45%, 1인당 뉴스 소비는 59%, 노출 뉴스 수는 250% 증가했다.

지난해 초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에 추천 엔진을 적용했더니, 콘텐츠 열람, 작품 구독, 구매 등 사용자의 반응이 기존보다 50~70%가량 늘었다. 그동안 수많은 콘텐츠에 묻혀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던 작품의 매출도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카카오재팬이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모바일 만화 플랫폼 ‘픽코마’에 ‘콘텐츠 더 보기 추천’ 기능을 적용했는데 콘텐츠 사용자의 1인당 클릭 수가 150% 늘었다.

김 팀장에 따르면 큐레이션의 경쟁력을 가르는 것은 사용자의 행태 데이터다. 얼마나 구체적인 행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큐레이션을 통해 추천한 콘텐츠의 질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멜론 서비스 사용자 A씨가 B라는 음악을 하루 중 어떤 시간대에 얼마나 오랫동안 들었는지’와 같은 구체적 행태 데이터가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더욱 세분화된 음악 추천이 가능한 것이다. 멜론은 반복된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통해 A씨에게 출근길, 퇴근길, 자기 전에 듣기 좋은 노래를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의 큐레이션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김 팀장을 만나 카카오의 큐레이션 전략과 미래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카카오에 적용된 큐레이션 기능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큐레이션 기능을 하는 추천 엔진은 다음 뉴스, 브런치, 다음 웹툰, 다음 카페, 카카오TV, 멜론, 카카오뮤직,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돼 있다. 어떤 서비스든 첫 페이지에 들어가면 추천 콘텐츠(featured list)가 나오는데, 이 콘텐츠가 사용자별로 다 다르다.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게 최적화된 콘텐츠가 추천된다. 해당 서비스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용자일수록 ‘자신에게 꼭 맞는 콘텐츠가 추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쉽다. 연관 검색되는 콘텐츠의 개인화 정도가 높을수록 해당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어떤 방식으로 큐레이션이 이뤄지나.
“카카오의 추천 기술에는 크게 ‘협업 필터링’과 ‘콘텐츠 기반 필터링’이 함께 사용된다. 협업 필터링은 이용자의 콘텐츠 사용 패턴을 분석해 추천하는 방식으로, 클릭이나 평점 등 기호 데이터를 활용한다. 콘텐츠 사용 패턴이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 비슷한 것을 선호한다고 가정하고 추천하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친숙하고 반응이 좋은 콘텐츠들을 찾아준다. 그러나 협업 필터링은 비슷한 취향에서 벗어난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해주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콘텐츠 기반 필터링이다. 콘텐츠 자체의 내용을 분석해 유사한 콘텐츠를 찾는 기술이다. 특정 가수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 가수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가수를 추천하거나 축구 뉴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월드컵 소식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협업 필터링과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각각 장점과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한쪽만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고, 혼용하거나 다른 방식의 추천 기술과 함께 사용한다.”

큐레이션의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것은.
“행태 정보가 들어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각 콘텐츠에 맞는 기반기술을 적용해 큐레이션을 하는 게 핵심이다. 개인화 추천은 데이터 분석에서 시작하는데 사용자의 성향을 분석할 때는 이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어느 시간대에 어디에서 소비했는지가 중요하다. 데이터가 구체적인 행태 정보를 담고 있어야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다. 사용자의 성향 분석이 이뤄졌다면 사용자가 어떤 맥락(context)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려고 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카카오가 지난 7월 시작한 스포츠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멜론스포츠’는 러닝 속도에 따라 음악을 자동 재생해주고 크로스핏, 웨이트, 자전거, 복싱, 요가 등 총 9개 운동 종목에 맞춘 음악 재생목록을 제공한다. 메인화면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센서가 작동돼 이용자의 러닝 속도(㎞/h)에 최적화한 템포의 음악을 자동으로 재생하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지금 어떤 환경인지를 파악해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큐레이션의 핵심이다.”

큐레이션을 통해 얻은 성과는.
“첫 번째로 사람이 하던 큐레이션 업무를 기계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은 더욱 창의적이고 핵심적인 일에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 IT업계는 인력이 항상 부족한데, 큐레이션 기술이 발전하면서 회사가 인력을 더 가치 있는 일에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다양한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노출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로 플랫폼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질이 높아졌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노출할 만한 콘텐츠 생산자의 풀이 한정돼 있어서 편집자(큐레이터)가 인기 콘텐츠를 직접 선별해 일정 시간 노출했다가 또 다른 콘텐츠로 바꾸곤 했다. 이제는 AI가 이 역할을 대신해 사용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추천한다. 한 콘텐츠를 클릭했을 때 아래에 추가로 뜨는 추천 콘텐츠가 개인마다 다 다르다. 기업 입장에서는 노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해진 것이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내 관심사와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추천 시스템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알고리즘에 기반한 큐레이션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여 큐레이션 영역에서 기계의 비중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인간의 큐레이션(휴먼 큐레이션)을 기계가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큐레이션에서 인간의 가치 판단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계식 큐레이션으로 대체 가능한 영역을 최대한 늘려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는 큐레이션 비중을 기계 대 사람이 80 대 20이 되는 수준으로 만드는 게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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