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은 인공위성이 보내는 데이터를 수신하는 안테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지상국’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컨텍은 인공위성이 보내는 데이터를 수신하는 안테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지상국’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3월 대전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건물에 입주한 우주 스타트업 컨텍의 사무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에 있는 룩셈부르크 경제부 산하 대표부였다. 룩셈부르크가 정부 차원에서 우주 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니 현지에서 열리는 우주 산업 전시회에 참여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이날 룩셈부르크 대표부의 전화는 국가기관 납품을 통해서만 매출을 올리던 컨텍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컨텍은 항우연에서 나로호 발사 임무를 수행하던 이성희 박사가 2015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우주로 쏘아 올린 위성을 관제하기 위해 지상에 설치하는 장비인 ‘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상 3000~3만6000㎞에 있는 위성과 교신하는 안테나라고 보면 된다. 현재 항우연, 과학기술연구원 등에 기상 관측, 방송 신호 데이터를 수신하는 용도의 지상국을 건당 30억~40억원을 받고 납품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한국의 우주 시장 규모는 2조8000억원이다. 이 중 컨텍이 속한 위성 서비스 분야가 85.5%에 달한다. 하지만 컨텍을 포함해 이 산업에 종사하는 국내 기업 대부분은 정부의 수주 물량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을 제외한 해외 우주 산업계에서는 이미 민간의 참여가 활발하다. 스페이스X ‘팰컨 9’의 성공 이후 로켓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소형 로켓, 소형 위성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실제로 컨텍 같은 우주 지상국 서비스 분야는 아마존까지 뛰어들 만큼 글로벌 기업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11월 28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위성에서 보내는 데이터를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AWS 그라운드 스테이션(지상국)’을 내년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시장에서 연 11억~20억원 정도 매출을 내는 컨텍은 룩셈부르크 진출을 통해 수백조원 규모의 세계 위성 서비스 시장을 겨냥할 수 있게 된다. 컨텍은 내년 초를 목표로 룩셈부르크 현지 법인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본사는 대전에 그대로 두되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룩셈부르크 정부는 법인 설립, 정착, 투자, 연구·개발(R&D), 정책 등 A부터 Z까지 지원을 약속했다. 일단 법인을 설립하면 여러 지원이 기다리고 있다. 룩셈부르크 곳곳에 있는 창업센터 중 한 곳에 싼값에 입주할 수 있다. 예컨대 보다폰에서 운영하는 창업센터 ‘투모로 스트리트’ 입주 비용은 무료다. 수익이 나면 그때 수익의 10%를 내면 된다. 룩셈부르크 우주국(LSA)이 속한 경제부 산하의 ‘테크노포트’ 사무실 임대 비용은 월 400유로(약 51만원)에 불과하다.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자금 문제 해결에도 정부가 발 벗고 나선다. 경제부, 재무부 등 각 부처는 입주사에 가장 먼저 펀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를 알선한다. LSA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1억5000만유로(약 2000억원) 규모 펀드는 내년 상반기부터 투자를 시작한다. 유럽연합 투자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 펀드, R&D를 지원하는 내셔널리서치 펀드도 있다.


plus point

[Interview] 이성희 컨텍 대표
“정부 물량 없으면 손놓고 기다려…韓 우주 시장·인식 모두 초기 수준”

이성희 홍익대 전자전기제어공학과, 아주대 우주전자정보공학 박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 연구원
이성희
홍익대 전자전기제어공학과, 아주대 우주전자정보공학 박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 연구원

11월 28일 룩셈부르크 시티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콘퍼런스’ 현장에서 한 한국인이 유독 눈에 띄었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 사업을 설명했다. 룩셈부르크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인 한국 우주 스타트업 컨텍의 이성희 대표였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한국에서 우주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다. 컨텍은 항우연이나 국방과학연구소의 주문을 받아 납품해왔다. 그런데 여기서 받는 주문량만 바라보고 사업하기엔 시장이 너무 작다. 국가기관 수주 물량이 없으면 쉬어야 한다. 직원 23명 데리고 한국에서만 사업한다치면 10년 동안 해도 매출 200억원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우주 산업 상업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해외 시장을 찾게 됐다.”

한국엔 투자자가 없는가.
“시장 형성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인식 수준이 낮은 편이다. 매주 두 차례씩 대전 본사에서 서울로 올라와 투자자들을 만난다. 강남 테헤란로에 밀집한 벤처 투자자(VC)들을 만나는데, 대부분 우주 산업에 대해 생소해한다. 그래서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다.”

우리도 우주에 관심이 많지 않은가.
“부족하다. 정부와 민간 모두 우주 산업 상업화에 소극적이다. 미국,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에서 열리는 각종 콘퍼런스, 전시회 등을 다니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갈 때마다 우주 관련 정부 고위급 관계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모두 7번 참석했는데 매번 같은 얼굴이 보였다. 이 사람들은 각국의 스타트업들이 하는 일과 아이디어에 관심이 많았다. 관련 스타트업들에 대한 지원도 대단했다. 처음엔 작은 스타트업이었는데 다음 콘퍼런스에서 만났을 땐 어느새 막대한 지원을 받아 쑥쑥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우리는 민간기업들도 ‘우주 상업화’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다. 한국 참가 기업은 항상 우리(컨텍)밖에 없었다.”

한국 정부의 우주 산업 접근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은 관련 정책이 거의 없다. 예산 규모가 미국의 10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1960~70년대 미국이 러시아와 달 탐사 경쟁을 벌이기 위해 돈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성공했다. 국가에서 뭔가 이루고자 하는 의사가 있을 때 예산을 단시간에 투입하면 성공한다. 항우연이 가진 한계는 명확하다. 자체적으로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반면 미국의 나사(NASA), 일본의 JAXA 등은 정책 결정권을 갖고 있다.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과기부는 우주에 대한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어떤 면에서 다른가.
“돈을 가진 룩셈부르크 정부는 돈이 없지만 기술을 가진 우주 관련 기업을 끌어모으고 있다. 규모와 상관없이 기업을 유치하고, 그 밑에서 컨텍 같은 작은 기업도 살아가는 일종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정부가 굉장히 ‘전투적’이면서도 ‘전략적’으로 정책을 잘 세운 것 같다. 지금 너 나 할 것 없이 룩셈부르크로 오고 싶어 한다.”

룩셈부르크의 지원을 받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돈의 힘’이다. 이 나라가 가진 ‘돈’으로 우주 산업계의 ‘플레이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다 보니 산업도 금세 육성된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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