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8 북미 국제 모터쇼’에서 참가자들이 일본 닛산자동차 ‘인피니티 Q50’의 내부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1월 15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8 북미 국제 모터쇼’에서 참가자들이 일본 닛산자동차 ‘인피니티 Q50’의 내부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저희는 본사를 뉴욕에서 디트로이트로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스타트업 딥하우(DeepHow)의 창업자 샘쥉(Sam Zheng) CEO는 디트로이트 미술관 대극장에서 열린 테크스타 모빌리티 행사에서 본사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 업체는 AI 기술을 이용해 전 세계 생산현장에서 신규 작업자들이 숙련된 장인들의 노하우를 비디오 영상을 통해 빠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포드와 함께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10월 9일 열린 이 행사에서 수많은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과 관련 분야 사람들이 극장을 가득 메웠다. 이 행사는 미국의 액셀러레이터 업체인 테크스타가 주도했다. 테크스타는 매년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을 선정해서 디트로이트 포드 필드에 위치한 위워크에 모아 3개월간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고 멘토링을 받으며 비즈니스 계획을 가다듬을 수 있게 지원한다. 마지막에 프로그램 수료의 의미로 1000여명의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준다. 이 프로그램은 포드와 혼다, 보쉬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후원한다. 이들은 발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업체들과 파트너십 체결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간다. 딥하우는 이 행사에서 크게 주목받아 디트로이트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된 업체 중 하나다.

디트로이트로 이전한 스타트업은 딥하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업체 중 타이어 센서 관련 스타트업 인텔리타이어(IntelliTire) 또한 실리콘밸리를 떠나 디트로이트로 옮기기로 했다. 미시간대 출신인 이 회사의 선제이 도다니 CEO는 “본사를 실리콘밸리에서 디트로이트로 이전하는 선택은 위험이 따르더라도 모빌리티와의 연계를 고려하면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타이어에 센서를 부착해 포트홀에 빠진 횟수와 타이어 트레드가 마모된 정도를 측정해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자동차가 지면과 유일하게 맞닿는 부분이 타이어인 점을 고려해 자동차와 관련된 데이터를 모두 축적하고 분석한다. 이 업체는 미국 타이어 업체 굿이어와 파트너십 협약을 맺었다.

미시간 앤아버에 위치한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엔트리포인트(EntryPoint)가 지난달 발간한 2018 디트로이트 창업 생태계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디트로이트와 디어본 등 인근 도시를 포함한 웨인 카운티에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숫자가 24개에서 37개로 늘어났으며, 이 업체들은 총 1억79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 한 해 이 지역 스타트업에 벤처캐피털이 지원한 규모는 18개 업체, 4100만달러로 업체 수와 지원액 모두 증가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과거에 미국에서도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였다. 인구 통계만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빅3의 전성기였던 1950년 디트로이트 인구는 186만 명이었는데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LA에 이어 미국에서 5번째로 많은 것이었다. 당시 역사상 정점을 기록한 디트로이트 인구는 1960년 167만 명(5위), 1970년 151만 명(5위), 1980년 120만 명(6위), 1990년 103만 명(7위)을 각각 기록하며 점점 줄었고 2000년 95만 명(10위)을 끝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사람도 떠나고 기업도 떠나 그 이후에도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었다. 급기야 디트로이트는 2013년 파산에 이르렀다. 2017년 디트로이트 인구는 67만3104명으로 미국 전체 도시 중 23위였다.


자율주행 업체, 미시간주에 거점 마련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인구 감소폭이 줄고 있다. 디트로이트가 조금씩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 조사에 따르면, 2019년까지 다가구(Multifamily) 주거지로 추천하는 도시 중 미국 전체에서 7위가 디트로이트였다. 미국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중심지(metro area) 기준 총GDP는 2009년 186억달러로 바닥을 찍고 2017년 26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도시 여기저기에서 훈풍이 감지된다. 디트로이트의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시간주를 대표하는 회사 중 하나인 포드는 지난 6월 그동안 흉물처럼 자리했던 미시간 중앙역을 9000만달러를 주고 매입했다.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이 역은 1988년 문을 닫았지만 리모델링 후 2020년 미래 자동차 연구 센터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포드 도시 솔루션(City Solutions) 임원 제시카 로빈슨(Jessica Robinson)은 인터뷰를 통해 “디트로이트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자동차 산업과 도시에 모두 투자하는 것”이라며 “포드와 다른 회사들이 새로운 기술과 자동차를 시험하고, 사람들은 그 옆에서 자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쇼핑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활기찬 스마트 시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프랑스 자율주행 전기버스 업체 나브야는 최근 디트로이트에서 서쪽으로 40마일 떨어진 곳에 공장을 열었다. 피에르 부르진(Pierre Bourgin) 나브야 미시간 샐린(Saline) 공장 책임자는 “우리에게 미시간은 캘리포니아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구글 웨이모와 GM, 포드 등 대부분의 자율주행차 업체들은 미시간주에 거점을 마련하고 차량 테스트를 한다. 미시간주는 캘리포니아주와 함께 가장 먼저 자율주행차 관련 법안이 통과한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운타운 내에서도 변화 움직임을 쉽게 볼 수 있다. 폐허가 된 도시의 상징인 ‘깨진 유리창’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디트로이트 외곽으로 가면 여전히 슬럼화된 곳들이 있지만,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한 개발 효과가 지속적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인도에는 전동스쿠터들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이용한다. 다운타운이 이제는 그만큼 안전하다는 증거다. 미시간주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업체에 근무 중인 황가연씨는 “디트로이트에 처음 왔을 때 도시가 무서운 속도로 슬럼화되고 있었고, 밤거리에 나가면 총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아르바이트하던 곳에 아침에 출근해보면, 강도가 들어 유리창이 깨져 있었던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라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도시 경기가 점차 나아지면서 손님들의 구성도 달라지고 나중에 이주해온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발전했다”고 그는 말했다.


▒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자동차애널리스트,‘자동차 제국(Auto Empire)’저자, 미시간대 MBA 재학

최중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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