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캠퍼스의 잔디광장에 있는 학생들. 하버드대 등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인근 지역 명문 학교들의 우수한 인재들이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 창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캠퍼스의 잔디광장에 있는 학생들. 하버드대 등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인근 지역 명문 학교들의 우수한 인재들이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 창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1. 보스턴 다운타운에 위치한 리걸 시푸드. 보스턴의 유명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고급 식당 중 한 곳인 이곳에 넥타이를 맨 직장인이 줄을 지어 있다. 널찍한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식사하려고 최소 1시간씩 차례를 기다린다.

#2. 보스턴 공항에서 90번 도로를 타고 5분만 가면 시포트 지구 한 주차장 부지에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2021년부터 아마존의 테크 허브가 될 예정이다. 아마존은 보스턴에서 인공지능 학습, 클라우딩 컴퓨터, 로봇공학 등의 분야에 약 2000여 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보스턴 경제가 한창 뜨겁다. 전 세계에서 돈이 몰려들고 있다. 덕분에 도시 곳곳에 온기가 느껴진다. 이 열기가 세계 최대 도시 뉴욕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올 들어 8월까지 보스턴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51억9000만달러로 6년 만에 뉴욕을 넘어섰다. 뉴욕보다 약 15% 많은 금액이다. 2017년 글로벌 인큐베이터 기업 1776과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발간한 보고서에서 보스턴이 실리콘밸리가 있는 베이 지역을 제치고 미국 최고의 스타트업 도시로 뽑혔다.

우리에게 하버드, MIT(매사추세츠공대)로 유명한 케임브리지의 인접 도시로 더 유명한 보스턴에 어떻게 이토록 수많은 회사가 생긴 것일까? 어떻게 지금도 건물이 새로 올라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로 훌륭한 인재가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보스턴과 그 인근에는 하버드대와 MIT, 보스턴 칼리지, 터프츠대 같은 명문대를 포함해 35개의 크고 작은 대학이 있다. 보스턴 인구는 매사추세츠주의 10%이지만 보스턴과 그 인근에 등록된 대학생은 주 전체 대학생 수의 34%를 차지한다. 보스턴 외곽으로 조금 더 반경을 넓히면, 윌리암스대, 암허스트대, 웨즐리대 등 명문대가 즐비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캠퍼스의 잔디광장에 있는 학생들. 하버드대 등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인근 지역 명문 학교들의 우수한 인재들이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 창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보스턴에 있는 온라인 금융 매칭 서비스 스타트업 업리프트 파이낸셜 이정엽 공동 창업자는 “보스턴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인재를 찾기 쉽다는 점”이라며 “경력이 많지 않아도 직접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있고 창업 과정을 미리 경험할 수 있어 보스턴의 훌륭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각 학교에선 학생의 창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보스턴 남쪽에 있는 노스이스턴대는 5년 전 학생의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 IDEA를 만들었다. 이 액셀러레이터 또한 학생들이 운영한다. IDEA는 지금까지 52개 스타트업의 창업을 도왔고, 창업한 회사들은 지금까지 1억33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하버드대에도 학생들과 동문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하버드 이노베이션 랩스(Harvard Innovation Labs)’가 있다. MIT에서 1948년부터 운영해온 산학협력단(Industrial Liaison Program)은 STEX25라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심사를 거쳐 매년 25개 유망 스타트업을 선정해 창업을 지원한다.

보스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스타트업은 자동차 관련 회사들이다. MIT를 비롯한 세계적인 공대의 영향이 있어서다. 덕분에 MIT와 관련된 회사가 많다. MIT에서 시작해 독립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누토노미가 대표적이다. 2013년에 창업해 2017년 10월 델타이에 4억5000만달러에 인수됐다.

옵티머스 라이드도 MIT에서 독립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목표로 하며, 매사추세츠주의 지원을 받아 주 내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차량을 시험 운행하고 있다. 보스턴에 있다가 최근 외곽으로 이주한 디지털 서스펜션 스타트업 클리어모션 창업자 샤킬 아바다니(Shakeel Avadhany)와 잭카리 앤더슨(Zackary Anderson·32)도 MIT 출신이다. 음향 전문 업체 보스(Bose)에서 핵심 기술을 인수한 이 회사는 아무리 울퉁불퉁한 곳을 지나가도 서스펜션을 조절해 승차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양산을 준비 중이다.


plus point

[Interview] 잭카리 앤더슨 클리어모션 공동 창업자
“차에 있는 시간 더 많아져… 日 신칸센 같은 승차감 구현할 것”

클리어모션은 노면이 좋지 않아도 자동차 흔들림이 적도록 서스펜션을 조절하는 기술인 ‘프로젝트 사운드’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클리어모션은 노면이 좋지 않아도 자동차 흔들림이 적도록 서스펜션을 조절하는 기술인 ‘프로젝트 사운드’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MIT 학생 3명이 2008년 창업한 자동차 스타트업 클리어모션(ClearMotion)은 보스턴 북쪽으로 차로 약 30분 정도인 매사추세츠주 빌레리카(Billerica)에 있다. 원래 보스턴에 있었던 이 회사는 직원이 늘어나고 회사 몸집이 커지자 아예 사옥을 새로 지어 얼마 전 이곳으로 이전했다. 회사에 도착했을 당시 내부가 채 정리되지 않아 분주했다. 클리어모션은 미국의 음향 전문 제조 업체인 보스(Bose)가 30년 전 개발한 전설의 서스펜션 기술로 유명한 프로젝트 사운드(Project Sound)를 인수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프로젝트 사운드 기술은 아무리 노면이 좋지 않아도 자동차 흔들림이 적도록 서스펜션을 조절하는 기술로, ‘매직 카펫’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젊은 창업자에 속하는 잭카리 앤더슨 COO는 인터뷰 시작과 함께 “미래 자동차 업계의 가장 중요한 흐름은 차량 공유와 자율주행”이라며 “미래엔 승객들이 차량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 것인 만큼 우리는 편안하고 안전한 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좀 더 구체적으로 “빠른 속도에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는 일본의 신칸센과 같은 승차감을 구현하고 싶다”고 했다. 보스로부터 기술을 인수한 뒤에 양산 기술 개발에만 8년 가까이 매달린 이 회사는 최근 2년 넘게 완성차 업체와의 테스트를 거쳐 드디어 내년 첫 양산을 앞두고 있다.

잭카리 COO는 “기존 기술에서 조금 더 발전한 시스템 같지만, 크기를 작게 만들면서도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말 많은 혁신을 해야 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액티밸브(ActiValve)는 도로를 미리 읽고 내부에 결합된 자석과 모터, 컨트롤러를 통해 서스펜션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잭카리 COO도 창업하는 데 보스턴이 매우 유리한 위치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MIT에서 훌륭한 교수와 많은 기업 간 산학 협력을 통해서 새로운 기술 혁신을 꿈꿀 수 있었다”라며 “보스턴은 훌륭한 인재가 많고 센서·로봇·데이터 등 기술 기업 창업에 필요한 자원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회사가 더 성장하면 개인적으로 또는 회사 차원에서 다음 세대의 창업자에게 투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보스턴의 또 다른 미래의 자동차 테크 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면 정말 즐거운 일”이라며 보스턴 창업 생태계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최중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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