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웨이라이(蔚來·Nio)의 EP9 스포츠카. 사진 블룸버그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웨이라이(蔚來·Nio)의 EP9 스포츠카. 사진 블룸버그

“민영 자동차 공업 개방 발전 우수 대표 리수푸(李書福).”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이 처음 수여하는 개혁·개방·선봉 표창 대상자로 자동차 업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지리자동차 창업자가 선정됐다. 12월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경축행사에서 100명의 이름이 호명되는 자리였다. 지리는 국유 기업과 외자 기업 합작으로 생산한 외자 브랜드가 주도해온 중국 시장에서 자기 브랜드로 고성장한 대표 기업이다.

격변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토종 기업들의 양극화다. 승용차 시장에서 자기 브랜드로 선전하는 지리와 창청 같은 민영 자동차 업체가 있는가 하면, 외자 기업과 합작에 기대어 성장해온 국유 자동차 기업은 외자 지분 한도 폐지 등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약 2800만 대로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12월 초 전망했다.


토종 브랜드 정체 속 지리의 독주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올 들어 11월까지 토종 브랜드 점유율은 41.9%였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 자동차 판매량이 5개월 연속 감소하는 부진 속에 토종 브랜드 상승세도 전체적으로 주춤해진 것이다. 하지만 뚜렷한 차별화가 보인다. 중국 전국승용차시장신식연석회에 따르면 승용차 판매량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토종 브랜드 3개 가운데 지리와 창청 두 곳만 순위가 작년 대비 상승했다. 지리는 2016년 10위로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처음 상위권에 진입했고, 2017년 6위에 이어 올 11월엔 4위까지 올랐다. 지리의 자동차 판매량은 올 들어 11월까지 24.3% 증가한 142만7000대를 기록했다. 지리의 질주 뒤에는 거침없는 해외 인수·합병(M&A)이 있다. 2010년 볼보 승용차, 2013년 영국 택시 ‘블랙캡’ 생산 업체인 망가니즈브론즈, 2017년 말레이시아 프로톤, 볼보 상용차를 인수한 데 이어 올 2월엔 벤츠를 만드는 다임러의 최대주주(9.69%)에 올랐다.

창청은 SUV에 올인하는 전략 덕에 2015년 처음 승용차 판매 10위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최근 SUV 시장이 주춤하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중국 자동차 시장을 견인해온 SUV는 올 들어 11월까지 판매량이 0.8% 감소했다. 창청은 11월 승용차 시장에서 전년보다 두 단계 오른 6위를 기록했지만, 올 들어 자동차 판매량은 2.8% 감소했다.

중국 국유 자동차 회사 가운데는 생사기로에 몰리는 기업이 적지 않다. 작년 12월 이치·둥펑·창안 등 3개 국유 자동차 기업이 전략적 협력 계약을 하자 합병설이 불거졌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들 기업 임원이 상대 회사로 옮기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 같은 ‘설’을 키웠다. 3사 모두 부인하지만 합병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잉 공급에 빠진 중국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국유 기업 가운데 토종 브랜드로 승용차 판매량 상위 10위권에 든 곳은 창안뿐이다. 창안자동차는 다른 국유 기업과 달리 부총재직 퇴직 연령을 55세로 제한할 만큼 젊은 조직을 추구하고 있다.

국유 기업인 화천중국은 10월 12일 홍콩 증시에서 주가가 하루동안 26.6% 급락했다. 전날 화천BMW의 지분 50% 가운데 절반을 BMW에 매각한다고 발표한 탓이다. 독자 브랜드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수익원인 합작법인 지분이 줄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50%로 묶여 있는 자동차 생산법인 외자 지분 한도가 완화될 예정이어서, 자체 생존력이 떨어지는 국유 자동차 기업이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장면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 4월 보아오포럼에서 자동차의 외자 지분 한도를 서둘러 완화하겠다며 개방의 기초가 이미 구비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 합작 의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강제 기술 이전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11월 초 베이징의 하이뎬공원에 조성된 인공지능(AI)공원에 운전자 없이 전기로 가는 셔틀버스가 등장했다. 진룽커처가 지난 7월 바이두와 공동 개발해 세계 처음으로 양산을 시작한 레벨 4단계 자율주행버스 아폴롱이다. 국유 자동차 업체인 이치훙치는 바이두와 손잡고 자율주행 승용차를 2020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의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는 2020년까지 모든 부품에 자율주행·스마트 연계기술을 장착해 전통 제조 기업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신에너지·스마트카에 베팅하는 中 기업

가솔린엔진 자동차에 대한 규제 강화 등으로 자동차 시장 주도권이 전기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와 스마트카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중국 기업들도 앞다퉈 관련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올 들어 11월까지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68% 증가한 102만9800대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19년 1월 10일부터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가솔린엔진 자동차 신규공장 건설을 불허하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발표했다. 중국은 올 들어 9월까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에서 10위권에 BYD(2위), 베이징자동차(3위), 룽웨(상하이차 계열, 5위), 치루이(8위) 등 4개 기업을 진입시켰다.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의 3대 통신사가 2020년 본격 상용화에 나설 5G(5세대)이동통신은 스마트카의 성장을 뒷받침할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12월 17일 충칭리판자동차는 지분 100%를 6억5000만위안에 전기차 업체인 베이징처허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최대 오토바이 업체인 리판이 중국의 혼다를 꿈꾸며 2003년부터 일궈온 자동차 회사를 첫 승용차 모델을 발표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스타트업에 넘긴 것이다. ‘중국의 테슬라’를 꿈꾸는 전기차 스타트업의 약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5년 설립된 처허자는 올 10월 발표한 스마트 전기차를 내년 4월부터 예약받아 4분기부터 인도할 예정이다.

중국판 테슬라의 선두 주자인 웨이라이(니오)는 올 9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첫 중국 전기차 기업이 됐다. 상장 전 기업 가치가 50억달러로 평가받았는데 12월 20일 기준 시총은 66억달러에 달했다.

처허자와 웨이라이 모두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받지 못했지만 투자 유치와 상장 등을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주목받는 ‘중국의 테슬라’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은 300여 개에 달하고, 이 가운데 유니콘만 10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처허자 등 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평가받는 스타트업과 미국에서 창업했지만 중국 기업인이 세운 패러데이퓨처(FF)를 합치면 중국의 전기차 유니콘은 10개로 늘어난다.

하지만 “수백여 개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중 1%만 살아남을 것(주옌 니오캐피털 파트너)”이라는 경고음도 계속 울리고 있다. 중국 당국이 생산 허가를 내준 신에너지차 업체는 15개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추가 허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이지만 전통 자동차 업체와 외자 기업에다 전기차 스타트업까지 계획 중인 전기차 생산량을 감안하면 심각한 과잉 공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전기차 신규 설립 조건으로 순수 전기차 양산 능력이 연간 10만 대(상용차는 5000대)를 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중국판 테슬라들이 가솔린엔진 시대에 뒤처진 중국 자동차 업계의 약진을 이끌 주역이 될지 거품 붕괴의 주범으로 몰릴지 갈림길에 서 있다.


Keyword

신에너지차(NEV) 중국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를 ‘신에너지차’로 규정하고 에너지 안보와 대기오염 해결을 위해 해당 차량에 대한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中國汽車工業協會)는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오는 2025년까지 470만 대에 이르러 시장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