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딘 질스트라(Nadine Zylstra) 비스바테르스란트대 드라마학과,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 프로듀서, 제작·기획 부사장 / 지난 11월 28일 미국 LA 유튜브 스페이스에서 만난 네이딘 질스트라 유튜브 오리지널 아·태 책임자는 “유튜브만 내놓을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장우정 기자
네이딘 질스트라(Nadine Zylstra)
비스바테르스란트대 드라마학과,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 프로듀서, 제작·기획 부사장 / 지난 11월 28일 미국 LA 유튜브 스페이스에서 만난 네이딘 질스트라 유튜브 오리지널 아·태 책임자는 “유튜브만 내놓을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장우정 기자

지난 11월 28일 오전 10시(현지시각) 우버를 타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플라야 비스타(Playa Vista) 지역의 ‘유튜브 스페이스(유튜브의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건물에 도착했다. 축구장 1개 면적이 통째로 들어간 듯한 거대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이 건물은 휴스공항이 있던 부지에 건설됐다. 휴스공항은 억만장자 기업가, 할리우드 제작자이자 휴스항공 설립자였던 하워드 휴스가 소유했던 개인 공항으로 1980년대 중반에 폐쇄됐다.

플라야 비스타에 있는 로욜라 메리몬트대(LMU)의 데이비드 최 교수는 유튜브 스페이스에 대해 “전통 산업에 속하는 항공 산업의 옛 거점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로 탈바꿈한 것은 그만큼 LA가 첨단산업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네이딘 질스트라 유튜브 오리지널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튜브 오리지널은 유튜브가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로, 유튜브의 유료 채널인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에게만 제공된다. 그는 미국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 제작사에서 2002년부터 13년간 프로듀서, 제작·기획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 공로로 미국 방송계의 퓰리처상과 아카데미상으로 각각 불리는 피버디상과 에미상을 받았다.

그는 미국 영화 콘텐츠의 본산인 할리우드와의 협력에 대해 묻는 질문에 “2018년 미국에서 1억 뷰를 기록하며 인기를 끈 유튜브 오리지널 ‘코브라 카이(Cobra Kai)’는 1980년대 나왔던 영화 ‘베스트 키드(The Karate Kid)’를 리메이크한 것”이라며 “직접 제작한 콘텐츠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성공할 때 느낌은 매우 짜릿하다”며 웃었다. K-POP(K팝)을 소재로 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 데 이어 앞으로 어떤 한국 관련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는지, 유료 가입자만 볼 수 있었던 오리지널 콘텐츠를 2019년 이후 왜 무료 가입자에게도 개방하기로 했는지 등도 들어봤다.


LA의 유튜브 스페이스에서는 어떤 것들이 이뤄지나. 할리우드 업계와 협업하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혹시 2018년에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인 ‘코브라 카이’를 봤나. 1985년 나왔던 영화 ‘베스트 키드’는 아는지 모르겠다. 등장인물들이 이런 포즈를 취한다(질스트라는 베스트 키드에 나오는 인물의 우스꽝스러운 가라테 기술을 흉내내 보여줬다). ‘코브라 카이’는 예전에 히트했던 ‘베스트 키드’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당시 영화에 등장했던 아역 배우들이 성장한 뒤의 후일담을 그린 드라마다. 30분 길이의 에피소드 10편으로 시즌 1 제작을 마쳤다. ‘베스트 키드’가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영화이기 때문에 ‘코브라 카이’ 역시 현재까지 조회 수 1억 뷰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성공에 힘입어 시즌 2를 만들고 있다.”

한국 관련 오리지널 콘텐츠로는 방탄소년단, 빅뱅 지드래곤 다큐멘터리부터 최근 선보인 드라마 ‘탑 매니지먼트’까지 K팝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유튜브가 K팝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K팝을 사랑하는 글로벌 팬층이 공고하기 때문이다. 또 팬들이 이미 유튜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와 관련된 콘텐츠를 올리거나 콘텐츠를 공유하고 댓글을 다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한국 시장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으로 한국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데, 갑자기 요리 쇼를 내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우선 K팝 관련 콘텐츠를 내놓고 반응을 보면서 조금씩 다른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LA에 있는 콘텐츠 제작 공간 ‘유튜브 스페이스’에서 는 1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에 한해 최신 디지털 동영상 장비와 공간 등을 지원해 준다. 사진 유튜브
LA에 있는 콘텐츠 제작 공간 ‘유튜브 스페이스’에서 는 1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에 한해 최신 디지털 동영상 장비와 공간 등을 지원해 준다. 사진 유튜브

‘탑 매니지먼트’는 한국을 소재로 유튜브가 자체 제작한 첫 드라마인데 반응은 어떤가.
“두 차례에 걸쳐 16개 에피소드를 모두 업로드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다. 특히 9회 ‘가짜 사랑(Fake Love)’ 편의 댓글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 에피소드는 팬픽(fanfic·팬+픽션의 합성어, 특정 인물 또는 작품의 팬이 만든 2차 창작물을 통칭)에 관한 것이다. 다수의 K팝 팬은 ‘유튜브가 팬픽에 대해 알고 있다’ ‘팬픽의 존재가 까발려진 이상 우리가 곤경에 처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반응하더라. 이 댓글을 보고 기분이 매우 좋았다. 우리 콘텐츠의 주 타깃층인 한국 팬들이 ‘유튜브가 우리를 잘 알고 있고, 심지어 매우 신경 쓰고 있다’고 느낀 것이기 때문이다.”

K팝 외에 향후 어떤 소재가 나올 수 있을나.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오직 유튜브만 내놓을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는 지난 9월, 미국에서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다. 스미스가 50세 생일을 기념해 헬리콥터에서 번지점프하는 장면을 생중계한 것이었다. 이 콘텐츠는 공개 48시간 만에 1750만 뷰를 기록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팬들은 스미스가 번지점프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그의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었다. 유튜브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기존 미디어의 콘텐츠와 유튜브 오리지널의 차이는 무엇인가.
“최근 한국에서는 많은 전통 미디어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유튜브는 기존 미디어들과 경쟁자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이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하나의 공짜 플랫폼일 뿐이다. 그들이 유튜브를 활용해 각자의 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면 윈-윈(win-win) 아닌가. 장르적으로 봤을 때, 유튜브의 차별점은 스미스의 사례처럼 플랫폼 내에서 팬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점, 몇몇 이벤트의 경우 생중계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매우 짧은 동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 포인트다.”

유튜브가 유료 콘텐츠인 오리지널을 만들자 많은 이들이 (세계 1위 영화·TV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2019년부터 오리지널도 다른 콘텐츠처럼 광고만 보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모든 사용자에게 개방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튜브 오리지널의 새로운 전략은 유튜브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유료·무료 사용자에게 모두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통해 전 세계 이용자들의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고, 서비스에 만족한 이용자들이 유튜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 광고주의 만족도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한국에서는 돈을 내고 콘텐츠를 즐기는 데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유료 구독자 성장 추이를 봤을 때, 콘텐츠만 좋다면 돈을 내는 것이 그렇게 큰 장벽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튜브는 가능한 한 더 많은 사람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지속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쪽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는 제작자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그래야 더 많은 콘텐츠와 제작자들이 유튜브에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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