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쉬(Chang Xu)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중국 기술 기반 교육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창 쉬(Chang Xu)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중국 기술 기반 교육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2018년 11월 마지막 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만난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은 ‘실리콘밸리’와 ‘실리콘비치(기술·벤처기업들이 밀집한 LA 해안 지역을 부르는 말)’를 대놓고 비교하는 질문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가 낫고, 어디가 떨어진다는 식의 대결 구도로 비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LA 기반의 VC라 해도 실리콘밸리와 관련된 곳이 적지 않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창 쉬(Chang Xu) 업프론트벤처스(Upfront Ventures) 수석은 명확하게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기술 엘리트밖에 없어 다양한 소비자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알기 어렵지만, 실리콘비치는 사람도 다양하고 산업도 다양해 실리콘밸리에 없는 기업들이 나올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11월 29일(현지시각) 오후 2시 실리콘비치 샌타모니카에 있는 업프론트 본사를 찾아 창 쉬 수석을 만났다.


업프론트벤처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업프론트는 미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가장 오래된 VC이자, 운용 펀드의 규모가 가장 큰 VC다. 현재 4억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펀드 6개를 운용하고 있다. 매년 수천 개의 투자제안서를 검토해 십여 개 초기 단계 기업에 200만~600만달러씩 투자한다. 업종을 가리지는 않지만, 캘리포니아 남부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편이다. 실제로 투자한 기업 중 40~45% 정도는 이 지역 스타트업이고, 25% 정도가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이다.”

당신은 중국에서 기술 기반의 교육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경험이 있다.
“2010년 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는데, 당시로선 매우 획기적이었다. 중국 전역에 있는 어린이가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을 활용해 전자책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킨들이 도처에 널렸고 혁신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하지만 2012년 이 아이디어를 실현해 회사를 차렸을 때만 해도 시장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신의 관심사는 기술 기업일 것 같다.
“물론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기계학습) 같은 기술이 물류나 공급망, 제조, 건설과 같은 기존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관심이 많다. 이 부문에서 조만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 산업의 일자리 성격은 물론, 그에 필요한 직무능력을 익히는 방식까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여기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또 바뀐 일자리에 맞도록 사람을 교육하는 기업, 즉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 각광받게 될 것이다. 그런 기술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LA의 스타트업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을 비교한다면.
“실리콘밸리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이 몰리는 중심지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 큰 기업이나 스타트업, VC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기술 분야에 종사한다는 점에서 매우 엇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LA에는 항공·우주, 엔터테인먼트, 게임, 미디어 등 굵직한 주요 산업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들이 공존하고 있다. 유서 깊은 ‘디즈니’부터 비교적 새로운 브랜드인 ‘달러셰이브클럽(Dollar Shave Club·미국 면도기 정기배송 스타트업)’ ‘어니스트컴퍼니(The Honest Company·유기농 생활용품 업체)’도 있다. LA 기반 기업들을 보면, 실리콘밸리에서 찾아볼 수 없는 회사가 많다. 왜 그런가를 생각해보라. 보통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에 어떤 게 필요한지 판단하고, 그 아이템으로 창업하지 않는가. 그런데 당신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술 엘리트라면 어떨까. 또 실리콘밸리의 기술 엘리트들은 이미 중산층 혹은 상류층화돼 있다. 이들이 일반 소비자의 요구 사항이 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LA는 지역적으로나 계층적으로나 더 다양하다. 업프론트가 있는 샌타모니카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코스모폴리탄 색채가 강하다. 베니스 해변으로 가면 히피의 근거지처럼 분위기가 자유분방하다. 베벌리힐스 같은 부촌도 있고, 빈민가로 유명한 컴튼이라는 지역도 있다. 스타들이 몰리는 할리우드도 있다. 다양한 계층,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기 때문에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기업이 나오는 것이다.”


2018년 9월 아마존이 스마트홈 비전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아마존 링 보안 카메라’. 앞서 2월 아마존은 한국 돈 약 1조원에 LA의 비디오 초인종 스타트업 링을 인수했다. 사진 블룸버그
2018년 9월 아마존이 스마트홈 비전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아마존 링 보안 카메라’. 앞서 2월 아마존은 한국 돈 약 1조원에 LA의 비디오 초인종 스타트업 링을 인수했다. 사진 블룸버그

실리콘비치 기반 VC만 50곳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LA 기반 VC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 새롭게 자금을 대는 VC들이 늘고 있다. LA로 본사를 옮기거나 실리콘비치에 실리콘밸리 수준으로 큰 규모의 사무실을 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VC가 많이 정착하게 되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자금을 대는 투자자가 있으면,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시도해보려는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인재와 재능이 몰리면 큰 기업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업프론트가 투자한 기업 중 LA를 대표할 만한 곳이 있을까.
“2018년 2월 아마존이 10억달러(약 1조원)에 인수한 ‘링(Ring)’을 꼽고 싶다. 링이 만드는 ‘비디오 초인종’은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른 사람의 이미지를 주인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는 일종의 홈 보안 제품이다. 주인은 택배기사가 배달을 왔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집 앞에 놓인 택배 물품을 훔쳐가는지 등을 모두 추적·관찰할 수 있다. 링은 집과 가족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하다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 제품을 개발했다.”

투자 회사들을 어떻게 관리하나.
“업프론트의 경쟁력 중 하나는 마케팅 지원이다. 투자사가 어떻게 브랜딩(branding·제품의 이름·상표·포장뿐 아니라 그 제품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감정·가치까지 모두 관리)해야 할지, 어떻게 대외 홍보를 해야 할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 물을 때 업프론트는 최고의 팀과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 컨설턴트를 파견한다. 이 컨설턴트는 사람을 추천하거나 연결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을 어떻게 훈련시켜야 할지에 대한 매뉴얼도 제공한다. 또 하나의 관리 방법으로 매년 1월 말 네트워킹 행사인 ‘업프론트서밋(Upfront Summit)’을 열고 있다. 업프론트에서 투자받은 업체들과 업프론트가 운용하는 펀드에 자금을 댄 전 세계 투자자들을 초청하는 자리다. 2018년 1월에는 LA의 명소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업프론트서밋을 열었고, 8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중에는 전 세계 250여 곳의 VC 관계자가 있었다. 우리는 투자받은 업체들이 자신의 사업 모델을 서밋에서 설명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업체들은 투자자로부터 추가 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고 다른 창업가, 투자자와 교류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팀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CBS 방송사의 유명 뉴스앵커를 지내다 은퇴한 댄 래더가 각각 무대에 올라 경제·정치 현안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유명 래퍼 스눕독이 업프론트가 투자한 회사의 창업자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고, 그간 정치·사회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온 할리우드 스타 할리 베리도 등장해 화제가 됐다. 업프론트가 다양한 분야의 거물급 인사를 초청한 것은 LA 기술·벤처 업계가 좀 더 열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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